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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진강가에 나홀로 남은 ‘두루미’…저는 어떻게 하죠?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장군여울 옆에서 발견된 두루미 한 마리. 가족과 무리가 이미 한달 전 월동지인 이곳을 떠나 모두 시베리아 등 번식지로 갔는데 홀로 남아 있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장군여울 옆에서 발견된 두루미 한 마리. 가족과 무리가 이미 한달 전 월동지인 이곳을 떠나 모두 시베리아 등 번식지로 갔는데 홀로 남아 있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저는 임진강 상류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삼곶리 민통선 내 임진강 장군 여울 변에 홀로 남은 ‘두루미’입니다. 가족과 동료들은 모두 고향이며 서식지이자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한 달 전 모두 떠났죠. 너무 외롭고 무섭고, 다가올 여름을 어떻게 견뎌야 하나 갖가지로 두렵기만 합니다.  

지난 24일 장군여울 변서 1마리 발견
가족과 동료는 지난달 말 모두 떠나
시베리아로 혼자 돌아갈 엄두 못내

먹이터이자 잠자리인 여울도 봄철 맞아
댐 담수로 사라져 오갈데 없어진 상황
먹이 주기도 중단돼 근근히 연명 중
가족 그리워 ‘모형 두루미’ 옆서 지내

 
고향으로 무리 지어 안전하게 돌아가 여름을 나야 하는데... 혼자라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직선거리로 1000km나 떨어진 러시아 연해주까지 홀로 날아가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답니다. 저는 태어난 지 1년가량 된 어린 ‘유조’가 아닌 어른인 ‘성조’이고, 게다가 크게 다친 데도 없지만…
 
저는 겨울철 몸 관리를 잘 못 한 탓에 체력이 달려 서식지로 이동하는 장거리 이동 비행에 나설 수 없어서 낙오됐답니다.  
이제 체력을 보충한다고 해도 나 홀로 고향으로 날아가는 것은 정말 어렵게 됐어요. 저는 임진강에서 고향으로 오가는 길을 이미 여러 번 다녀서 잘 알고 있긴 하지만 무리를 이루지 않고 장거리를 날아가다간 천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엄두가 나지 않아요.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ㅠㅠ.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장군여울 옆에서 발견된 두루미 1마리. 가족과 무리가 이미 한달 전 월동지인 이곳을 떠나 모두 시베리아 등 번식지로 갔는데 홀로 남아 있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장군여울 옆에서 발견된 두루미 1마리. 가족과 무리가 이미 한달 전 월동지인 이곳을 떠나 모두 시베리아 등 번식지로 갔는데 홀로 남아 있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장군여울 옆에서 발견된 두루미 1마리. 가족과 무리가 이미 한달 전 월동지인 이곳을 떠나 모두 시베리아 등 번식지로 갔는데 홀로 남아 있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장군여울 옆에서 발견된 두루미 1마리. 가족과 무리가 이미 한달 전 월동지인 이곳을 떠나 모두 시베리아 등 번식지로 갔는데 홀로 남아 있다.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다행히 이곳은 군사분계선에서 4㎞가량 남쪽인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민통선 지역이어서 비교적 안전한 곳이긴 합니다. 군인들과 출입영농민 등이 인근 도로로 지나다니긴 해도 저를 해치진 않아 다행이죠. 생태 탐방객들도 강 건너편 두루미 탐조대에서 망원경으로 저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어서 무섭진 않아요.
세계적으로 3000여 마리만 남은 우리는 워낙 희귀한 겨울 철새여서 사람들이 잘 보호해 주고 있죠.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지정해 두고 보호해 주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죠.
 
이곳 민통선 안 임진강과 주변은 워낙 안전하고, 충분히 잘 지낼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은 물론 동료들이 지난 겨울엔 사상 최대규모로 임진강에서 겨울을 났어요. 수십 년 전부터 월동지로 삼아왔던 이곳은 먹이 주기도 이뤄지고 있기에 매년 이곳을 찾아 겨울을 나는 동료들이 많아지고 있답니다.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장군여울 옆에서 발견된 두루미 1마리. 가족과 무리가 이미 한달 전 월동지인 이곳을 떠나 모두 시베리아 등 번식지로 갔는데 홀로 남아 있다. 왼쪽이 두루미, 오른쪽이 모형 두루미 3마리.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장군여울 옆에서 발견된 두루미 1마리. 가족과 무리가 이미 한달 전 월동지인 이곳을 떠나 모두 시베리아 등 번식지로 갔는데 홀로 남아 있다. 왼쪽이 두루미, 오른쪽이 모형 두루미 3마리. [사진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임진강 장군여울, 빙애여울 위치도. [중앙포토]

임진강 장군여울, 빙애여울 위치도. [중앙포토]

 
우리 두루미 무리는 시베리아에서 지난해 11월 초부터 이곳으로 374마리가 날아와 지난달 말까지 겨울을 나고 저를 제외하곤 모두 고향으로 돌아갔어요. 우리 가족도 물론 무리와 동행해 모두 돌아갔죠. 지난 겨울 함께 월동한 이웃사촌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387마리와 멸종위기종 시베리아흰두루미 2마리도 모두 시베리아로 돌아갔답니다.
저는 가다가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가족 및 무리와 더불어 이동에 나섰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를 하고 있어요.
 
저는 우선 당장 먹이가 부족해 하루하루 연명하기가 힘든 상태입니다.
겨울에는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빨라 얼지 않는 인근 빙애 여울에서 다슬기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보냈어요. 그리고 강변 율무밭이나 사람들이 조성해 놓은 대체 서식지에 가져다 놓은 율무와 볍씨를 먹으며 비교적 먹거리 걱정 없이 겨울을 났답니다.  
두루미의 사촌격인 재두무리의 이동경로. [중앙포토]

두루미의 사촌격인 재두무리의 이동경로. [중앙포토]

두루미 월동지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에는 지난 겨울 사상 최대 규모인 763마리의 두루미와 재두루미ㆍ시베리아흰두루미가 집단으로 월동했다. [사진 이석우 의양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두루미 월동지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에는 지난 겨울 사상 최대 규모인 763마리의 두루미와 재두루미ㆍ시베리아흰두루미가 집단으로 월동했다. [사진 이석우 의양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하지만 지금은 완전 위기 상황입니다. 겨울철 저희 두루미 무리의 월동지 보존을 위해 하류 군남댐에서 제한 담수를 하면서 유지됐던 빙애 여울이 지난달 중순부터 사라졌기 때문이죠. 댐 측이 저희 두루미 무리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때에 맞춰 지난달 중순부터 사람들이 봄철 영농에 필요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다며 댐 총 저수량(7160만t)의 20%(1430만t)로 담수량을 늘린 게 원인이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댐 담수로 인한 여울 수몰에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이 만들어둔 우리들의 대체 서식지에서 이뤄주던 먹이 주기 활동도 이달 들어 중단돼 먹이를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겨울에는 한 달에 두 차례씩 벼 800㎏, 율무 400㎏씩을 대체 서식지에서 구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와 재두루미 무리가 지난 겨울 임진강 위를 날고 있다. [사진 이석우 의양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빙애여울. 두루미와 재두루미 무리가 지난 겨울 임진강 위를 날고 있다. [사진 이석우 의양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부부애와 가족애가 어느 동물 집단에 비해 강한 저희 두루미 무리이다 보니 저는 요즘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에 잠겨 사라진 장군 여울 옆 대체 서식지에 사람들이 관광용으로 조성해 놓은 저와 똑같이 생긴 ‘모형 두루미’ 3마리를 가족으로 여기며 온종일 모형 옆에 머물고 있어요.
게다가 대체 서식지에는 아직도 우리 무리가 먹고 남은 율무와 벼가 몇알씩 군데군데 남아 있어 이걸 주워 먹으며 간신히 연명하고 있답니다.      
 
정작 가장 겁이 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저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점 때문이랍니다. 우선 안전한 잠자리가 없는 점이죠. 겨울 동안은 빙애 여울이 잠자리였는데 없어졌으니 말이죠. 이곳은 깊이가 10~30㎝로 얕고 물살도 빨라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강이어서 천혜의 월동지였죠.
먹이활동뿐 아니라 살쾡이 등 천적을 피해 잠도 잘 수 있었는데, 이젠 제가 어디서 눈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무리와 잠을 잘 땐 누군가가 천적을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날개를 퍼덕이며 위험 상황을 알려준 덕분에 안전했는데... 이제는 저 혼자라 감시를 서줄 가족과 무리가 단 한명도 없으니...
두루미 월동지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에는 자난 겨울 사상 최대 규모인 763마리의 두루미와 재두루미ㆍ시베리아흰두루미가 집단으로 월동했다. [사진 이석우 의양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두루미 월동지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에는 자난 겨울 사상 최대 규모인 763마리의 두루미와 재두루미ㆍ시베리아흰두루미가 집단으로 월동했다. [사진 이석우 의양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두루미 월동지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에는 지난 겨울 사상 최대 규모인 763마리의 두루미와 재두루미ㆍ시베리아흰두루미가 집단으로 월동했다. [사진 이석우 의양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두루미 월동지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에는 지난 겨울 사상 최대 규모인 763마리의 두루미와 재두루미ㆍ시베리아흰두루미가 집단으로 월동했다. [사진 이석우 의양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다가올 더위도 추운 곳에서 사는 제가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랍니다. 그리고 긴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르고 하늘에서 내려앉아야 하는데... 하루가 다르게 수풀이 쑥쑥 자라나고 있으니 다치지 않고 이동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거든요...  
 
저는 지금 오갈 데도 없이 무리에서 낙오된 신세입니다. 저도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 여러분. 제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이디어 있으시면 좀 일러주세요. 저를 도울 방법이 있을 경우 좀 도와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지난 24일 오후 연천 민통선 취재에 나선 중앙일보 취재진과 생태탐사에 나선 이석우 연천지역실천연대 대표에 의해 목격되면서 그나마 이 편지를 띄울 수 있게 됐습니다.
 
2018년 4월 24일
임진강가에 나 홀로 남은
외로운 ‘두루미’ 올림  
 
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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