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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만 아는 일” 17년만에 밝혀진 ‘테니스코치 성폭행사건’

B씨는 지난 2월 SBS스페셜 '미투, 나는 말한다' 편에 출연해 자신이 겪은 일을 고백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는 이미지 사진) [SBS 화면 캡처, 중앙포토]

B씨는 지난 2월 SBS스페셜 '미투, 나는 말한다' 편에 출연해 자신이 겪은 일을 고백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는 이미지 사진) [SBS 화면 캡처, 중앙포토]

17년 전 초등학생 제자를 지속해서 성추행,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테니스 코치'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지법 제1형사부(김복형 부장판사)는 24일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고,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다만 전자발찌 부착명령은 기각됐다.
 
이 사건은 피해 여성 B씨(27)가 지난 2월 SBS 스페셜 '미투, 나는 말한다'를 통해 사실을 털어놓으며 17년 만에 세상에 알려졌다.
 
B씨는 방송을 통해 지난 2001년, 강원 철원군의 한 초등학교 테니스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테니스부 제자였던 B씨(당시 10세)를 합숙 기간 새벽에 따로 불러 성폭행했다. 
 
A씨는 B씨에게 "죽을 때까지 너랑 나만 아는 거다, 말하면 보복을 할 거다"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은 같은 해 11월과 이듬해 6월, 7월에도 이어졌다. 심지어 서울에서의 시합 기간에도 A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B씨는 밝혔다. 
 
B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언제 또 코치가 나를 부를지,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서 긴장도 하고 눈치도 많이 봤다"며 "수시로 코피도 흘리고 구토도 했다. 항상 긴장해서 배를 부여잡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보복이 두려워 아무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B씨에 따르면 당시 학교 내에 A씨의 성폭행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A씨는 초등학교 코치직을 그만두고 학교를 떠났다. 하지만 이미 상처를 입은 B씨는 그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등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B씨는 지난 2월 SBS스페셜 '미투, 나는 말한다' 편에 출연해 자신이 겪은 일을 고백했다[SBS스페셜 화면 캡처]

B씨는 지난 2월 SBS스페셜 '미투, 나는 말한다' 편에 출연해 자신이 겪은 일을 고백했다[SBS스페셜 화면 캡처]

 
성인이 된 B씨는 2008년 일어난 나영이 사건을 계기로 A씨를 고소할 결심을 했다고 한다. 
 
2012년 9월 B씨는 용기를 내어 수사 기간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피해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불충분하고, 공소시효 문제 등으로 결국 고소하지 못했다. 
 
그렇게 덮힐 뻔했던 사건은 2016년 5월, B씨가 한 테니스 대회에서 우연히 A씨와 마주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5년 만에 A씨를 만난 B씨는 십수년을 괴롭혀온 고통과 다시 마주했다고 한다. 
 
B씨는 "가슴 속 아픈 기억들이 떠올라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사건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30분가량은 혼자 소리 내 울었다"면서 "체육계에 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고소를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B씨는 홀로 증거를 모으고, 고통의 순간을 되짚어가며 외로운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B씨의 사연을 알게 된 당시 테니스부 친구들이 증인으로 나섰고, 자신을 치료했던 정신과 의사들의 진술이 이어졌다.  
 
증거가 제시되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그때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며 범행을 일체 자백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태도를 바꿔 "한차례 강제추행한 사실은 있으나 강간한 사실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사건 발생 17년 만에 A씨를 유죄로 인정 징역 10년 형을 선고했다. 
 
A씨는 즉시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항소 기각 판결을 내리고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미 10여년이 더 지나간 시점에 갑작스럽게 A씨를 허위로 무고할 이유나 동기 등을 찾아보기 어렵고, 외상 후 스트레스를 유발할 만한 사건이 달리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라며 "그런데도A씨는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의 판결에 B씨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법정 싸움을 벌이고 사건을 공개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나 복수심 때문이 아니다. 체육계에 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운동하는 어린 후배들이 더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정말 감사한 분들이 많고 응원하고 힘이 되어주신 분들이 많다. 일일이 감사 인사를못 드려 죄송하다. 정의가 무엇인지, 진심이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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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