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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고층 아파트서 쏟아지는 ‘쓰레기 지뢰’로 몸살

의자, 화분, 축구공, 빗자루, 싱크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공공 아파트 단지를 지나는 이들이 조심해야 하는 물건들이다. 언제 하늘에서 이런 쓰레기가 떨어져 머리를 가격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쿠알라룸푸르시가 아파트 고층에서 떨어지는 ‘쓰레기 지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주민들이 마구잡이로 내던진 쓰레기가 행인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올해 초 한 소년이 의자에 머리를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윗층에서 던진 쓰레기가 지붕에 널브려져 있는 쿠알라룸푸르의 한 아파트. [The Star 온라인 캡처].

윗층에서 던진 쓰레기가 지붕에 널브려져 있는 쿠알라룸푸르의 한 아파트. [The Star 온라인 캡처].

“싱크대에 사람이 맞았다고 상상해보라” 
쿠알라룸푸르 남서부 지역에 살던 15살 소년 사디스워런은 지난 1월 15일 엄마와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선 지역을 지나던 중 어딘가에서 날아온 사무용 의자에 머리를 맞았다. 사디스워런은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쓰레기로 인한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사망 사고는 처음이었다.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12년 간 식료품점을 운영해온 미나치 무니엔데이(48)도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그는 2011년 인근 빌딩에서 떨어진 화분에 머리를 맞아 두개골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늦은 밤 가게 앞의 신문을 정리하던 중 천막이 찢어지는 소리를 들었고, 몇 초 뒤 기절했다. 그를 가격한 화분에는 젖은 흙이 가득 들어있었다. 
고층에서 떨어진 화분을 머리에 맞았던 미나치 무니엔데이가 자신이 운영하는 식료품점에서 일을 하고 있다. [SCMP 온라인 사이트 캡처]

고층에서 떨어진 화분을 머리에 맞았던 미나치 무니엔데이가 자신이 운영하는 식료품점에서 일을 하고 있다. [SCMP 온라인 사이트 캡처]

사고 이후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무니엔데이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당한 사고로 아파트 거주자들이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했으나 요즘도 끊임없이 쓰레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게는 축구공과 부러진 빗자루에서 세라믹 싱크대까지 봤다”며 “싱크대에 사람이 맞았다고 생각해 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안전 위에 설치한 그물망 위에도 쓰레기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주택 부족과 불법 거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쿠알라룸푸르시가 2000년대 초부터 조성한 대규모 공공 아파트 단지다. 사디스워런의 사망 사고 이후 시 정부는 총 72개 공공 주택 단지 중 13개 단지를 쓰레기 투기 단속 구역으로 지정하며 뒤늦게 조치에 나섰다. 
 
아파트 곳곳에 공고문을 붙이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의 의식 수준과 책임감을 고취시키는 한편, 행인들이 쓰레기에 맞아 다치지 않도록 곳곳에 안전 그물망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안전 그물망 위로도 각종 쓰레기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임상 심리학자 알빈 탄 콴 시안은 이 사태가 낮은 시민 의식과 미미한 법적 처벌이 낳은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쓰레기를 던지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을 못하고 있다”며 “학교에서부터 이 문제를 교육해 아이들을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키워야 한다”고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아파트 주민이 던진 쓰레기로 행인들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아파트 주변 인도에 지붕을 설치한 쿠알라룸푸르의 한 아파트. [The Star 온라인 캡처]

아파트 주민이 던진 쓰레기로 행인들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아파트 주변 인도에 지붕을 설치한 쿠알라룸푸르의 한 아파트. [The Star 온라인 캡처]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적발돼도 소액의 벌금형에 그치는 등 처벌 수위가 낮은 것도 문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3개월 넘게 사디스워런을 죽음으로 몬 범인을 찾고 있지만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용의자로 지목된 23살 여성이 구속됐으나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4일 만에 석방됐다. 
 
근본적인 시민 의식 교육 시급
고층에서 날아오는 쓰레기는 말레이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홍콩에서도 지난 2009년 7살 소녀가 툰먼 지역을 지나다 인근 아파트 주민이 던진 망치에 머리를 맞아 크게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해에만 661명이 길을 지나다 쓰레기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이후 홍콩 정부의 대대적인 교육과 캠페인 프로그램으로 부상자는 대폭 줄었지만, 사건은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15년 3월에는 몽콕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소화기 등을 창밖으로 던졌다가 경찰에 붙잡혔고, 같은 해 7월에는 50세 여성이 나무 캐비넷과 헤어 드라이어 등을 집 창문으로 던져 체포됐다. 
이영희 기자·이동규 인턴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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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