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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18초 영상'이 부른 스리랑카 악몽의 화형식

지난달 스리랑카 한 도시에서 싱할라족이 한 무슬림 식당에 방화를 저질렀다. [뉴욕타임스 캡처]

지난달 스리랑카 한 도시에서 싱할라족이 한 무슬림 식당에 방화를 저질렀다. [뉴욕타임스 캡처]

 
 ‘인도양의 진주’로 불리는 서남아시아 섬나라인 스리랑카. 이 나라는 다수 민족인 불교계 싱할라족과 소수 민족의 오랜 분쟁이 뿌리깊은 곳이다. 지난 30년 간 이어진 내전으로 약 10만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을 정도다.
 
 2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스리랑카의 내전이 새로운 차원의 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이들의 분쟁에 ‘악용’되면서부터다.
 
◇싱할라족, 무슬림 관련 가짜 뉴스 페이스북 유통
 
 NYT에 따르면 스리랑카에서 페이스북은 사실상 선전 도구로 쓰인다고 한다. 다수 싱할라족이 페이스북 뉴스피드상에 타밀어를 쓰는 무슬림과 관련된 거짓 정보를 퍼다 나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확대 재생산된 페이스북상의 음해성 정보는 이들 무슬림에 대한 싱할라족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대표적인 허위 정보는 무슬림들이 ‘암파라’라는 가상 지역에 집결해 싱할라족을 공격하기 위한 모의를 벌인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거짓 정보이며, ‘암파라’라는 지역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스리랑카 동부의 동명(同名)지역인 암파라와도 관련이 없다.)
 
 하지만 ‘암파라’를 실존하는 지역처럼 여기는 일부 싱할라족 때문에 수많은 무슬림들이 피해를 입고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 2월엔 한 무슬림계 식당 직원의 ‘잘못된 답변’이 담긴 영상이 페이스북상에서 공분을 일으키면서, 스리랑카 곳곳에서 무차별 폭행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경찰이 무슬림 약국에서 2만3000개의 불임약을 압수했다'는 내용의 페이스북상 거짓 정보. [뉴욕타임스 캡처]

'경찰이 무슬림 약국에서 2만3000개의 불임약을 압수했다'는 내용의 페이스북상 거짓 정보. [뉴욕타임스 캡처]

 
 사연은 이렇다. 무슬림계 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한 싱할라족은 음식에서 이물질을 발견했다. 전날 페이스북에서 ‘경찰이 암파라의 한 무슬림계 약국에서 2만3000개의 불임약을 압수했다’는 ‘가짜 뉴스’를 접했던 그는 카운터 업무를 보던 무슬림계 파시스(28) 아삼-레브에게 “(이 이물질이) 혹시 불임약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질문을 잘못 알아들은 파시스는 “우리가 넣은 것 같다(Yes, we put?)”고 어설픈 싱할라어로 잘못 답변했다. 그의 모습은 식당 안에 있던 싱할라족 손님들에게 촬영됐다.
 
 파시스의 답변에 분노한 고객들은 그를 무차별 폭행했고, 식당 곳곳을 파손했다. 게다가 인근에 있던 무슬림 사원에 불까지 질렀다고 NYT는 전했다.
 
 파시스의 ‘잘못된 답변’이 담긴 18초짜리 영상이 페이스북에 퍼지자 사태는 더욱 커졌다. 소문으로 여겨졌던 무슬림들의 ‘싱할라족 공격설’을 파시스가 마치 팩트인 것처럼 증명(?)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분노에 가득찬 싱할라족 극단주의자들은 무슬림들을 공격하려는 목적으로 페이스북에 모임을 결성했다. 지방에선 한 무슬림이 산 채로 불타 죽는 일도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가상 공간서 음모 모의’라고 퍼뜨려도 진짜로 믿어
 
 이와 관련해 NYT는 “서구 국가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논쟁을 벌이거나, 정치 성향이 흡사한 온라인 모임을 만드는데 그치는 반면 개발도상국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반감으로 가득찬 온갖 소문을 만들어낸다"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공유된 허위 정보는 신념처럼 변질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폭력 사태에 자사가 연루된 것과 관련해 페이스북 측은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NYT는 “페이스북은 (무슬림과 관련된) 뉴스피드상의 거짓 정보를 차단하고 삭제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싱할라 언어로 소통하는 직원을 구하지 못해 (페이스북의) 대응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족 간 폭력에 페이스북이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엔 미얀마에서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혐오 발언이 페이스북에 유통돼 민족 간 불화가 확산됐다. 지난해엔 멕시코 칸쿤에서 페이스북상의 인종 관련 논쟁이 군중 폭력으로 이어졌다고 NYT는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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