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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상법 개정 재추진 … 재계 “투기세력, 경영 간섭 우려”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법무부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의 상법 개정을 5년 만에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오른쪽 둘째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법무부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의 상법 개정을 5년 만에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오른쪽 둘째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총발행 주식이 100주(의결권 100개)인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60주를 가진 최대주주와 40주를 가진 2대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김씨와 장씨, 권씨 등 이사 3명을 선임한다. 기존엔 이사 한 명당 100개의 의결권이 행사되기 때문에 60개의 의결권을 보유한 최대주주 의도대로 이사진을 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지분이 적은 2대 주주가 특정 이사 선임에 제동을 거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2대 주주가 김씨에 대한 의결권을 포기하고 장씨에게 80개의 찬성표나 반대표를 몰아주면 최대주주를 누르고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투기 세력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집중투표제를 의무 도입하면 국내 10대 기업 중 4곳은 외국계 주주가 요구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대주주가 투표 전략을 잘못 짜면 지분이 더 많은데도 경영권을 빼앗기는 상황도 얼마든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무부와 국회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 소액주주권 보호를 핵심으로 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13년 이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가 기업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재계는 이 법이 자칫 투기 세력 등이 국내 기업 경영을 간섭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이 소액주주 권리 보호 등 순기능이 명확한 만큼 역기능을 우려해 마냥 묻어둘 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무부 상법 개정안 검토 의견 주요 내용

법무부 상법 개정안 검토 의견 주요 내용

법무부가 지난달 국회에 보고한 ‘상법 일부 개정안 검토 의견’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집중투표제 의무 도입 대상 기업으로 ‘총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가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법무부 안은 최소 0.5%나 1% 이상의 지분을 가진 소수 주주는 기업이 여러 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개별 이사에게 투표할 수 있는 의결권 전부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따로 선출하고 나머지는 현행대로 선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현재 기업들은 주주총회에서 선임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한다. 감사위원은 경영진을 감독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선출할 땐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그러나 대주주 의도대로 선출된 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임하기 때문에 대주주 의사에 반하는 인물이 감사위원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반면 법무부 제안 방식을 적용하면 1명 이상의 감사위원은 기존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고 이때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감사위원을 1명 이상 선임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진은 기업이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것이지 특정 주주 그룹을 위해 안배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집중투표제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번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가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고, 외국계 자본이라 해서 무조건 ‘투기 자본’이라 비난하는 건 자본시장이 개방된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다만, 보유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방식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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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