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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원인 시·군·구마다 다른데 … 대책은 전국이 비슷

한국에선 하루 36명, 한 해 1만30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인구 10만명당 25.6명)다. 지역별로 특색이 있는데도 처방은 천편일률적이다. 가령 어떤 시는 새로 유입된 근로자와 배우자 자살률이 높은데 예방사업 초점이 노인에 맞춰져 있다. 어떤 데는 1인 가구 자살이 이 절반이 넘는데도 1인가구 실상을 알 길이 없다.

 
시·군·구별로 자살 상황이 다르고, 심지어 동별로 다른데 대책은 전국이 비슷하다. 맞춤형 대응이 안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자살 실태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자살예방포럼 주최로 열린  ‘자살예방 관련 법률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간담회’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의 엄격한 조항, 허술한 자살예방법이 자살 실태 분석과 대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백종우 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날 발표자로 나서 일본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국내 법·제도의 실상을 지적했다. 백 교수는 “최근 정부가 자살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을 이끌 ‘머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지난해부터 시·군·구가 지역별 자살예방대책을 마련하게 돼 있는데, 전문가가 아닌 공무원에게 무작정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니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나온다”라며 “일본은 후생노동성 산하 자살종합대책센터가 머리 역할을 하며, 예방의학 전문의, 통계학자 등이 그 지역에 맞는 자살 예방 정책을 연구해 해당 지역에 보내준다”라고 설명했다.
 
모토하시 유타카(本橋豊·64) 일본 자살종합대책센터장은 지난달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지자체의 자살 예방 정책은 모두 우리 센터의 지원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A시에 산후우울증에 따른 30대 여성 자살이 20%를 차지한다는 걸 지자체에 알려주면 거기서 맞춤형 대책을 만드는 식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효율적인 정책을 펴려면 먼저 지역별 자살 통계를 구체적으로 뽑고, 그에 대한 연구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국회 포럼에선 자살예방법과 개인정보보호법, 학교보건법 등의 관련 법률 정비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발표자로 나선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자살예방법은 생명존중과 자살의 위해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자살시도자가 마음을 다르게 먹으면 된다’는 말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이며 이를 막기 위한 기반과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법에서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자살예방기본법 1조가 ‘누구도 자살에 내몰리지 않는 사회 실현을 목표로 한다’며 자살을 ‘내몰린 죽음’으로 본 것과 차이가 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는 “최근 증평 모녀의 자살사건에서 보듯 자살예방법이 ‘자살위험에 노출된 국민이 국가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지만 실제로 그런 위험에 처하면 누가 스스로 요청하느냐”며 자살예방법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남편 자살 이후 위험에 처한 증평 모녀의 실상을 지자체나 관련 기관에서 아무도 몰랐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자살예방포럼 공동대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역대 정부 최초로 ‘자살 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마련해 자살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등 제도적 한계가 많다. 법적 한계를 개선하도록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자살예방협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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