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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00대 기업, 중국 3→109개 될 동안 한국은 제자리

한국 경제의 산업 다양성은 떨어지고, 한국에 뿌리를 둔 글로벌 기업은 잘 생겨나지 않고, 매출은 중국 기업에 크게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을 분석해 24일 발표한 자료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한국 산업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포춘 글로벌 500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이 매출액을 기준으로 매년 발표하는 세계 최대 기업 500곳을 뜻한다.
 
한경연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산업 기반은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취약하다. 우선 특정 산업의 편중이 심각하다. 포춘 500대 기업이 속하는 산업 분야는 모두 62개 분야다. 이 중 우리나라 기업이 포함된 산업은 2015년 10개에서 지난해 9개로 줄어들었다. 한경연 유정주 기업혁신팀장은 “종목이 줄어들었다는 건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이 등장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기업 숫자가 우리나라(15개)와 비슷한 네덜란드는 포춘 500대 기업 산업분야가 2015년 12개에서 지난해 13개로 오히려 늘었다. 독일도 17개에서 19개로 늘었고 일본은 20개 분야를 유지했다.
 
우리나라는 전자·자동차·금속 등 전통 제조업에서는 강점을 보였으나 금융·통신·식품·유통 같은 서비스 부문과 우주항공·방위·의약 같은 첨단 산업에서 포춘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유통업의 경우 한국 1위 유통기업인 롯데쇼핑의 매출 비중은 매출과 고용에서 세계 1위 기업인 월마트의 6%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의 고용 창출 효과가 훨씬 큰데 이 분야에서 성장한 기업이 없다”며 “국내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500에 이름을 올린 기업의 숫자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2015년에는 17개 기업이 포함됐지만 2015년과 2016년에는 15개로 줄어들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은 이 기간 28개에서 29개로, 네덜란드도 13개에서 14곳으로 늘었다. 유 팀장은 “대형 기업이 줄었다는 것은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징후”라고 설명했다.
 
매출 규모 면에서도 한국 기업의 위기는 도드라진다. 20개 이상 기업이 포함된 주요국 기업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매출이 가장 적었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평균 매출 규모는 497억 달러(약 53조5000억원)에 그쳤다. 평균 매출이 가장 많은 미국(642억 달러)의 77% 수준이다.
 
장기 추이로 보면 전 세계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은 포함기업 수가 지난 1997년 3개에서 2017년에는 109개로 크게 늘었다. 포춘 500대 기업들이 올린 매출에서 그 나라 기업들이 차지한 비중도 1997년 0.4%에서 2017년에는 21.8%로 급증했다. 반면 한국은 1997년 14개에서 2015년 17개를 정점으로 2016년과 2017년에는 15개로 떨어졌다. 한국 기업의 매출 비중도 1997년 3.1%를 정점으로 2017년에는 2.7%로 낮아졌다.
 
중국은 1997년에서 2017년 사이 총 매출을 기업 수로 나눈 평균 매출 증가율에서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이는 중국이 단순히 기업 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추면서 ‘돈을 잘 버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한국은 평균 매출 증가율(3.5%)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의 평균 수준을 밑돌았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첨단 산업에서 글로벌 존재감이 약해서는 미래에 산업 강국의 입지를 다질 수 없다”며 “정부는 분야별 규제를 점검하고 기업들도 신성장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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