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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간신히 봉합된 한국GM 사태 … 자동차 산업 혁신 계기 삼아야

김도년 산업부 기자

김도년 산업부 기자

독일에 가면 수소전기차를 빌려 주요 도시를 여행할 수 있다. ‘자동차의 도시’ 뮌헨을 중심으로 수소전기차 차량 공유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어서다. 독일은 연료 걱정 없이 독일 전역을 여행할 수 있을 만큼 수소충전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수소전기차 보급에 사활을 건 현대차는 물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독일 시장을 친환경 차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 현지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는 “독일은 친환경 차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놓고 시장 참여자들을 포섭해 나가지만, 한국에는 손에 잡히는 청사진이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최근 ‘한국GM 사태’를 취재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나라는 독일이다. 미국 GM에게 한국은 ‘떠나고 싶은 나라’일 테지만, 독일은 해외 자동차 기업이 ‘떠날 수 없는 나라’가 돼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 등이 한국GM에 대한 5000억원 규모 신규 투자 조건으로 “10년 이상 한국에서 체류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을까. 노조와 정치권은 ‘먹튀 자본’이란 딱지를 붙이고, 정부는 좀 더 오래 머물러 주길 강제하려는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독일과는 다른 이유로 한국은 해외 자동차 회사들이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나라가 돼 버렸다.
 
GM이 한국에서 계속 일자리를 유지하고 사업을 할 수 있게 할 방안을 찾다 보면 결국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는 숙제와 마주하게 된다. 수출 기업인 한국GM이 한국에서 사업하기 어렵다면, 같은 수출 기업인 현대·기아차 등 다른 국내 완성차 기업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린카·스마트카 등 미래형 자동차로 방향을 정한 GM이 한국 시장을 떠나려는 것은 결국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시장으로서 한국이 매력적이지 않아서일 것이다. 세계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GM이 이를 좀 더 빨리 보여준 것뿐이다.
 
이런 이유로 ‘GM 사태’를 그저 일자리 대란을 가까스로 넘긴 사건으로만 봐선 안 되고, 한국 자동차 산업을 혁신할 절호의 기회로 봐야 한다. 정부가 GM에 10년 이상 머무르라고 억압 조로 얘기하기보다는, 언제까지나 머물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면 된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현재 친환경·자율주행 차로의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그 속에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이 앞으로 10년은 더 진행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이 핵심 경쟁력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대기업으로 성장한 자동차 제조사들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해외 자동차 기업이 인건비 부담이 만만찮은 한국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을 하는 것은 질 좋은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사가 많은 까닭도 있다. 이들 협력사가 미래 차 부품 생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또 수소차·전기차 충전소와 자율주행 차 전용 무선 통신 인프라를 전국적으로 갖추고 이에 기반을 둔 서비스가 등장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 이번 GM 사태가 불편한 기억이 될지,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김도년 산업부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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