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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의 신조어(1)] 김정은, 핵·미사일로 자신의 정당성 강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로 권력을 잡은 지 7년이 된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도전을 겪으면서 과거와 다른 북한을 만들려고 한다. 그는 “새것에 대한 지향과 요구는 시대가 전진하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끊임없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김일성-건국, 김정일-군사, 김정은-경제’라는 프레임 속에서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경제발전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을 선포했다. 그리고 5년만인 2018년 4월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의 종료를 선포하고 ‘새로운 전략적노선’을 발표했다. ‘새로운 전략적노선’은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김 위원장은 자신의 시대를 대표하는 신조어를 통해 ‘김정은의 북한’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북한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지금의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에 신조어를 정치·군사, 경제, 사회·문화 등 세 분야로 나눠 소개할 예정이다.
 
□정치·군사 분야
 
◇경제건설 및 핵무력건설 병진노선=김 위원장의 트레이드 마크로 집권 2년 차인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처음 발표했다. 전원회의에서 구체적인 과업으로 ▶농업·경공업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인민생활 향상 ▶자립적 핵동력 공업 발전 및 경수로 개발 ▶통신위성 등 발전된 위성 개발 ▶지식경제로 전환 및 대외무역 다각화 ▶주체사상을 구현한 우리식의 우월한 경제관리 방법 완성 등이 그것이다. 핵무력을 건설하는 작업과 함께 경제를 건설하려는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원회의는 병진노선에 대해 “국방비를 추가적으로 늘이지 않고도 전쟁억제력과 방위력의 효과를 결정적으로 높임으로써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핵무기 개발을 통해 재래식 무기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이를 통해 국방비를 감축하고 인민생활과 관련된 부문에 더 투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핵무기 자체를 제조하는 이상으로 추가적인 비용의 지출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전원회의 후속 조치로 2013년 4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을 채택해 핵보유국임을 법제화했다. 또 우주개발법을 제정하고, 국가우주개발국도 설립함으로써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아울러 영변의 5MWe급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했으며 원자력총국을 원자력공업성으로 격상시켰다.
 
이후 북한은 2016년 1월, 2016년 9월, 2017년 9월 등 세 차례 핵실험을 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세 차례 시험 발사하는 등 핵무기와 운반수단 개발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9일 신형 ICBM ‘화성-15형’을 발사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병진노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1962년 12월 노동당 제4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하고 1966년 10월 제2차 당 대표자회에서 채택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병진노선은 지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동당 선전선동부 과장 시절인 1967년 7월 선전선동부 일꾼들에게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병진한다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두 몫, 세 몫으로 해야 하며 생산과 건설을 평상시보다 두배, 세배의 높은 속도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현재 핵무기 개발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받고 있다.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핵문제를 풀지 않고 경제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의 종료를 발표했다.
 
◇김일성-김정일주의=북한이 2012년 4월 6일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김정일의 선군사상을 계승하겠다며 발표한 김정은 시대의 지도사상이다. 그해 4월 11일 제4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조선노동당의 영원한 지도사상”이라고 못 박았다.
 
북한은 그 이후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 이 이념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014년 5월 “모든 당 출판보도물은 온 사회에 김일성-김정일주의를 힘있게 뿜어주는 선도자, 나팔수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신문 제호 왼쪽에 가끔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새겨 넣었다.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23주기를 맞은 지난해 7월 평양시 만수대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 앞에서 평양 주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23주기를 맞은 지난해 7월 평양시 만수대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 앞에서 평양 주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위원장은 2016년 5월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는 우리 당의 최고강령”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은 2016년 8월 열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9차 대회에서 사회주의를 빼고 청년동맹의 이름을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으로 개칭했다.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새로운 이념을 담은 것이 아니다.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김일성-김정일의 이름으로 재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김 위원장이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선대의 이름을 빌려 자신의 정체성을 재규정하고 통치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다.
 
◇전략국가=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1일 제5차 세포위원장대회 개막사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 실제적인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국가로 급부상한 우리 공화국(북한)의 실체를 이 세상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전략국가는 미국을 핵으로 위협할 수 있는 국가라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전략국가’를 언급했다. 그는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의 최대의 애국유산인 사회주의 우리 국가를 세계가 인정하는 전략국가의 지위에 당당히 올려세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9일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뒤 그동안 언급했던 ‘핵보유 국가’ 대신 ‘전략국가’를 사용하고 있다. ‘핵보유’라는 직접적이고 호전적인 이미지보다 ‘전략’이라는 포괄적이고 간접적인 단어를 선택한 것이다.
 
최용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11일 김정은 당과 국가의 최고수위 추대 6돌 중앙보고대회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최용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11일 김정은 당과 국가의 최고수위 추대 6돌 중앙보고대회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도 지난 11일 김정은의 당과 국가의 최고수위 추대 6돌 중앙보고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언급한 ‘전략국가’를 표현했다. 그는 “최고지도자(김정은) 동지께서 우리 조국을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적인 군사대국으로 빛내주시고 전략국가의 지위에 당당히 올려세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략국가는 핵보유 국가 대신하는 말로 안성맞춤이다. 명료함·투명함보다 모호함·기만성을 선호하는 북한 사람들의 언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백두산청년강국=김 위원장 시대 들어 청년세대의 역할을 강조한 표현이다. 북한에서 청년층은 국가 주요 시설물 건설에 필요한 주요 노동력의 원천이며, 군을 밑에서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세대다. 집권 후 김정은은 청년층을 지지 기반으로 자신의 시대를 열어가려는 움직임을 활발하게 보이고 있다.
 
김정은은 2015년 4월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건설장을 현지지도 하면서 “건설장에서 발휘되는 청년돌격대원들의 애국심은 우리나라(북한)가 세상에 둘도 없는 청년강국이라는 것을 힘 있게 과시하는 것”이라며 ‘청년강국’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김일성 시대 시작해 김정은 시대인 2015년 10월 완공한 백두산영웅청년 발전소의 모습. [사진 노동신문]

김일성 시대 시작해 김정은 시대인 2015년 10월 완공한 백두산영웅청년 발전소의 모습. [사진 노동신문]

이후 북한 당국은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완공을 ‘청년중시 사상’의 성과로 선전하며 ‘백두산 청년강국’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청년층 결집에 ‘백두산 청년강국’이란 용어를 폭넓게 사용하면서 체제선전과 청년층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청년층에 대한 김정은의 애착은 2016년 8월 김정일 시대에도 열지 않았던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대회를 23년 만에 열면서 정점에 달했다. 연설에서 김정은은 “청년강국의 휘황한 내일을 향해 힘차게 싸워나가자”며 청년들을 격려했다.
 
김정은의 행보는 사회주의 국가건설과 전쟁을 경험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한국과 미국에 대한 적개심과 체제 수호 의지가 약한 청년세대를 결속해 체제를 떠받쳐나갈 ‘미래 친위세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북한의 청년동맹은 만 14세부터 30세까지 청년들이 가입하는 단체로 약 500만 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들은 기초단계의 정치조직인 청년동맹을 통해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 체제의 이념 등을 교육받는다.
 
◇동방의 핵강국=김 위원장의 지난 7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핵'이다. 유엔 대북제재가 단계적으로 강화되는데도 불구하고 핵보유에 대한 집념은 강렬했다. 북한은 핵·미사일을 만들려는 의지가 있으면 반드시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핵 위협을 구실로 자국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핵·미사일을 개발한다고 주장하면서 집권 이후 네 차례 핵실험을 했고 핵무력 완성까지 선포했다. 
 
동방의 핵강국은 북한이 2017년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성공적인 발사를 주장하며 사용한 말이다. 북한이 이에 앞서 2016년 5월 열린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채택한 결정서에서 ‘동방의 핵대국’이라고 언급했다. 김정은은 2017년 신년사에서 또다시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고 밝히면서 ‘동방의 핵강국’을 언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 시험발사를 참관하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 시험발사를 참관하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일성은 한반도 비핵화를 유훈으로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일성이 1964년 10월 중국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은 핵무기의 전면적 금지와 핵무기 폐기를 지금까지도, 또 앞으로도 계속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정일도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다. 유훈이다. 우리의 이러한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김일성의 유훈을 확인시켜줬다.
 
김 위원장도 집권한 이후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라고 언급한 것은 2013년 6월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 담화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다. 그리고 지난 4월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중단하고 북부 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도 폐쇄하기로 했다. ‘유훈’이라고 하면서 핵개발을했지만, 이제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경제부문은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정영교 연구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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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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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