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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투자 3인방 "'착한 돈'의 힘, 성수동에서 보여드립니다"

오랜 공장지대에서 트렌디한 소호거리로 변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요즘 이 동네는 소셜벤처밸리로 불린다.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전하는 소셜벤처 기업들과 이들을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 그런 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벤처캐피탈(VC)’이 모여 들면서다. 
2015년 성수동에 문을 연 소셜벤처 공유오피스 ‘카우앤독’과 사회 혁신가들을 지원하는 비영리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중심이 됐다. 루트임팩트는 지난해 8층 높이의 소셜벤처 공유 오피스 ‘헤이그라운드’도 오픈했다. 사람, 공간, 돈이 더 활발하게 어우러지는 분위기다. 차량공유ㆍ보육ㆍ교육ㆍ환경ㆍ헬스케어 등 소셜벤처들의 창업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의 임팩트 투자를 이끄는 성수동의 여성 기업가 3인. (왼쪽부터)박소륜 HG이니셔티브 전략이사,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 강정현 기자 .

한국의 임팩트 투자를 이끄는 성수동의 여성 기업가 3인. (왼쪽부터)박소륜 HG이니셔티브 전략이사,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 강정현 기자 .

성수동의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자 3명을 지난 19일 카우앤독에서 만났다. 제현주(42) 옐로우독 대표, 엄윤미(42) C프로그램 대표, 박소륜(41) HG이니셔티브 전략이사(CSO)다. 옐로우독은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2016년에 설립한 임팩트VC다. 지난해 대학로 샘터사옥을 매입한 공공그라운드의 투자사이기도 하다. C프로그램은 이재웅씨와 김범수(카카오)ㆍ김정주(넥슨)ㆍ김택진(엔씨소프트)ㆍ이해진(네이버) 등 벤처 창업 1세대 5명이 ‘벤처자선’을 목표로 2014년 함께 만들었다. HG이니셔티브(HGI)는 현대가 3세인 정경선 루트임팩트 대표가 2014년 설립한 임팩트투자사다.  
 
성수동 소셜밸리, 임팩트투자자 3인
이들 회사를 이끄는 여성 3인방은 최근 주목할 만한 공동투자를 이끌어 냈다. 게임 기획자 출신인 이수인(41) 대표가 게임 개발자였던 남편과 실리콘밸리 버클리에서 창업한 교육 스타트업 ‘에누마’에 400만달러(약 43억원)를 함께 투자했다. 주로 혁신적인 교육 프로젝트에 지원금을 주는 사업을 하던 C프로그램이 지분 투자를 시작한 것이나, 임팩트 투자사 3곳 이상이 참여한 공동투자 등 모두 국내에서 처음이다. 여기에 넥슨 지주사인 NXC의 임팩트투자사(NXVP)와 벤처투자사 DSC인베스트먼트도 참여했다.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강정현 기자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강정현 기자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는 “에누마는 기존 교육제도에선 낙오됐을 아이들이 기술을 통해 더 나은 학습을 경함하게 돕겠다는 좋은 미션(사명)을 갖고 있는 데다, 시장에서도 제품을 인정받아 성장하는 팀이었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사회적 영향력과 재무적 성장성을 모두 따진다는 얘기다.
에누마가 2013년 6월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한 ‘토도수학’ 앱은 전세계 150개국에서 50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초등학교 1300여 곳에서도 쓰는 인기 교육 앱이다. 자폐 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재밌게 덧셈ㆍ뺄셈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든 앱이었지만 이제는 장애와 무관하게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학습 도구로 꼽힌다.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는 “임팩트투자사 3곳이 바라보는 에누마의 사회적 임팩트는 조금씩 다르다”며 “옐로우독은 교육에 대한 접근성에, HGI는 유아 보육과 교육의 측면에, 우리는 실험적ㆍ대안적 교육이라는 점에서 에누마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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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규모도 작지는 않다. 국내에선 주로 10억원 이하에 임팩트투자가 집중돼 있다. 박소륜 HGI 이사는 ”소셜벤처가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에도 이런 규모의 임팩트투자를 받기가 쉽지는 않다“며 ”창업자가 추구하는 소셜 임팩트를 지지하는 투자자가 이사회에서 지지해준다면 소셜벤처가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 대표는 ”국내도 더 큰 규모의 임팩트투자가 시작되는 단계”라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면서 기업이 재무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사례를 더 보여줄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기업 성장 전략에 사회적 임팩트 반영해야"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        강정현 기자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 강정현 기자

임팩트투자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키워드다. 기부나 자선이 기부자의 선한 의지와 약속에서 출발한다면, 임팩트투자는 환경ㆍ교육 같은 사회 문제 해결에 도전하며 사회적 임팩트를 추구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돈’이 뿌리다. 올해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핀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편지에선 임팩트투자에 대한 자본시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핀크 회장은 이 편지에서 기업 CEO들에게 ”사회적 임팩트를 고려하며 장기 성장 전략을 짤 것“을 주문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전세계에서 6조 달러를 굴리는 블랙록이 기업들에게 “사회에 공헌하라, 그렇지 않으면 나의 지지를 잃을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분석했다. 2014년부터 ‘임팩트 투자 팀’을 두는 블랙록 외에도 골드만삭스ㆍ텍사스퍼시픽그룹(TPG)ㆍ베인캐피탈 등이 임팩트투자를 하고 있다. 글로벌 임팩트투자 네트워크(GIIN)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임팩트투자는 1140억 달러(122조원) 규모, 2020년엔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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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륜 이사는 임팩트투자 확산 흐름에 대해 “소비자가 주도하고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소셜벤처 '마리몬드'를 예로 들었다. 수지 폰케이스ㆍ강다니엘 티셔츠 등으로 알려진 마리몬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그림을 활용한 디자인 제품으로 연 100억원 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이사는 “임팩트투자는 단순히 돈 있는 투자자들만의 얘기가 아니다”며 “소셜벤처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그런 사업에 나서고 투자도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윤미 대표도 “봉사ㆍ기부 외에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싶던 사람들에게 소셜벤처나 임팩트투자가 괜찮은 선택지로 보이는 단계로 발전했다“며 ”이제는 기부자 못지 않게 임팩트투자자와 소비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 기부보다 임팩트투자에 매력"
박소륜 HG이니셔티브 이사.       강정현 기자

박소륜 HG이니셔티브 이사. 강정현 기자

제 대표는 임팩트투자가 1980년 이후 태어난 2030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힘을 받고 있다고 봤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는 일ㆍ소비ㆍ투자에 대한 관점이 이전 세대와 많이 다르다”며 “자신의 가치관을 (기부보다는) 투자에 더 반영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가능한 장기 투자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특히, 시민ㆍ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연기금에 사회책임 투자를 하라는 요구가 커졌다. 제 대표는 “임팩트 투자의 시작은 부자나 자선가였지만 규모가 커진 것은 글로벌 연기금들이 참여하면서부터”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지원하는 모태펀드(한국벤처투자)가 연내 1000억원 규모 임팩트투자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들도 ‘임팩트금융’을 선언하며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임팩트투자 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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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임팩트 투자자 3인방도 누구보다 기업과 돈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모두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서 일한 적이 있고, 크레딧스위스ㆍ사모펀드 칼라일(제현주), 글로벌 임원 헤드헌팅기업 이곤젠더(엄윤미), 씨티은행 뉴욕(박소륜) 등을 거쳤다. 박소륜 이사는 “출산과 육아를 계기로, 일에서 내가 뭘 얻을 수 있을까보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가로 삶의 무게중심이 옮겨지면서 임팩트투자자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칼라일 퇴사후 6년 간 협동조합을 이끌며 책을 쓰고 번역을 한 제현주 대표는 “돈의 힘을, 돈의 문법을 가장 잘 이해하는 내가 지금 임팩트 투자사의 역할을 고민하는 게 이 분야에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팩트 투자가 (기업ㆍ소비자ㆍ투자자에게)희생이나 손해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에 더 유리한 투자라는 점을 통합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며 “수익률 뒤에 숨은 이야기를 말과 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분야별로 소셜벤처들의 임팩트를 측정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여성창업자에 먼저 투자할 기회"
벤처업계에 드문 여성 투자자들인 만큼 여성창업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우선 여성 창업가에 대한 투자 비율이 높다. 엄윤미 대표는 “이제까지 지원한 프로젝트의 창업자 중에 절반이 여성인데, 실무자들 중엔 60%가 여성”이라며 “이들이 창업가나 대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국내 여성 창업가들의 모임인 여성기업가네트워크도 운영 중이다.
 
제 대표는 “국내 VC에서 여성 심사역은 전체의 7%에 불과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성창업가들은 자연스럽게 투자에서도 배제되는 면이 있다”며 “능력있는 여성 창업가들에게 투자할 기회를 먼저 잡을 수 있다는 게 결국 우리의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 대표는 옐로우독이 올해 하반기에 여성창업자나 여성 공동창업자가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여성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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