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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권오준 시대 ‘원산지 조작’ 은폐 사건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포스코 권오준 회장의 사퇴를 두고 권력 외압을 문제 삼는 사람은 많으나 내부 부패를 지적하는 이는 적다.  권 회장이 많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의 희생양이라는 식의 묘사는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품질의 포스코’를 훼손하고 이를 축소·은폐하려 한 또 다른 절반도 있다. 복수의 포스코 내부 고발자들은 필자에게 ‘중국 GM 납품서류 조작 사건’을 제보했다. 새 지배체제가 형성되는 민감한 시기라 기사화하는 데 고민이 있었다. 그럴수록 권오준의 공과 과를 균형 있게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로 확인된 것들만 공개한다.
 
2013년 8월부터 3년간 포스코는 중국 광둥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마치 한국의 광양 제철소에서 만든 것처럼 속여 중국 GM에 팔았다. 원산지를 바꿔치기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중국 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에 판매한 강판이 25만t. 국제 관계에서 상품설명서 조작은 범죄다. 형법상 위조·배임·횡령,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에다 대외무역법상 원산지 표시 위반 등에 해당한다.
 
포스코의 설명서 조작은 중국 강판 수요는 급증하는데 신설된 광둥 공장 제품의 인증에 2년이 소요돼 당장 출고 길이 막히니까 광양 포스코 인증서를 대신 써보자는 기상천외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권 회장은 2015년 가을 이 사건을 처음 인지했다. 직원들이 내부 투서를 한 것이다. 그런데 회장을 포함한 관련 임원진은 “폴크스바겐의 연비 조작과 미쓰비시자동차의 품질 위조로 기업의 도덕성이 세계적 이슈가 됐다. 공개되면 국내외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조작 사건을 덮어 버렸다. 냄새를 맡고 추적하던 일부 기자에겐 “관행이다. 국익을 고려해 달라”며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품질과 절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실적과 결과에만 목을 매는 포스코 임원진끼리 담합과 묵인은 이어진다. 2016년 8월 권 회장은 인사위원회를 열게 됐다. 누적되는 회사의 손실과 중국 쪽 클레임에 어떤 형태로든 답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이 서명한 인사명령서엔 임원 7명과 직원 8명에 대해 감봉, 퇴직, 정직, 계열사 이동 등 포스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징계 조치가 쓰여 있다. 문서위조·정보조작이 징계 사유다. 임원들은 그러나 6개월 만에 다시 복귀하거나 그 뒤 더 높은 자리에 올랐다. 사내에선 눈가림 징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권 회장은 취임 초부터 윤리경영을 강조했다. “정보조작 등 비윤리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고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무관용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실시하겠다”(2016년 1월 시무식)는 그의 발언은 중국 GM 납품조작 사건에선 적용되지 않았다.
 
권오준 시대의 정보조작은 2017년 10월에도 벌어진다. 이번엔 중국 GM이 아니라 일본 닛산자동차다. 도덕적 해이, 범죄성, 축소·은폐라는 면에서 패턴이 비슷하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닛산에 완성차 2000대분(400억원)의 배상금을 물었다.
 
이쯤에서 문제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권오준이 스스로 사퇴를 선언하고도 버젓이 차기 회장 후보를 뽑는 6인의 승계 카운슬에 ‘셀프 진입’한 점이다. 검찰 수사 때문에 자리에서 할 수 없이 물러나지만 제 몫만은 끝까지 지키겠다는 집념이 느껴졌다. 필자는 포스코 창업자인 박태준 회장이 작고하기 1년 전 중국 여행을 열흘 동안 같이할 정도로 비교적 특별한 사이였다. 박 회장은 “포스코는 태생적으로 국민 기업이다. CEO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돈 욕심을 버리고 사조직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준은 박 회장이 살아 있다면 뭐라고 할 것 같은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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