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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좋긴 한데···" 석유 태워야 사는 친환경차 역설

이현상의 세상만사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에서 선보인 넥쏘. [연합뉴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에서 선보인 넥쏘. [연합뉴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2000년 연출한 SF 영화 ‘미션 투 마스’에 나오는 한 장면. 화성으로 떠나기 전 대원들이 파티를 마치고 헤어지는 길, 한 대원이 가솔린 스포츠카를 탄다. “연료전지차는 운전하는 맛이 안 나서 말이야”라는 말과 함께. 대부분의 사람이 연료전지차를 타고, 부자나 ‘마니아’들만 비싼 휘발유차를 명품처럼 모는 미래를 상정한 것이다. 연료전지차는 과연 영화처럼 미래에 대중적인 차가 될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차(FCEV) 양산 모델인 ‘넥쏘’를 타보면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와 가능성, 풀어야 할 숙제 등을 짚어 봤다.
 

[논설위원이 간다] 수소차 “좋긴 좋은데” … 도전의 비용은 누가 대나
현대차 신개발 수소연료차 넥쏘
미래형 디자인에 각종 첨단 기능

충전 시간 짧고 긴 거리 주행 가능
연료비는 휘발유-디젤 중간 수준

충전소·보조금·연료 확보 등 난제
특정 회사 위한 세금지원 논란도


현대자동차의 협조를 받아 넥쏘를 시승해 본 것은 금요일이었던 13일 오후였다. 외부 디자인은 기존 현대차의 SUV보다는 부드러운 곡선을 더 강조한 느낌. 내부 디자인이 더 인상적이다. 먼저 12.3인치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시원스럽다. 각종 조작 버튼을 모아놓은 브릿지 타입의 센터페시아도 잘 볼 수 없었던 미래형 디자인. D(주행)-P(주차)-R(후진)-N(중립)을 기어봉 대신 버튼으로 선택하도록 한 것도 특이하다.
 
지난 2월 자율주행 시험용 넥쏘에 문재인 대통령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자율주행 시험용 넥쏘에 문재인 대통령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 [연합뉴스]

상암동에서 강화도까지 달려 봤다. 수소차는 수소가 산소와 결합해 얻어지는 전기를 동력으로 한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소음과 진동이 없다. 속도를 끌어 올리자 바퀴 마찰음과 바람소리는 커졌지만, 동승자와 대화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내연기관보다 힘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깨졌다. 넥쏘에는 ‘어댑티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이라는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됐다. 레벨 2는 최소한 두 개 이상의 주요 제어 기능을 결합해 속도와 방향을 자동차 스스로 제어하는 수준을 말한다. 크루즈 버튼을 누른 뒤 페달과 핸들에서 발과 손을 떼봤다. 제법 굽은 길을 스스로 차선을 지켜 달리는가 하면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스스로 속도를 줄여 거리를 유지했다.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뗀 지 30초가 지나면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 사인이 들어온다. 주행 중 방향지시등을 켜자 계기판에 나타나는 ‘후측방 모니터’ 기능도 눈에 띈다. 백미러에서 잘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할 듯했다. 10년 넘은 중형차를 모는 기자의 눈에는 감탄할만한 기능들이 이 밖에도 즐비했다.
 
넥쏘의 실내. [사진 현대차]

넥쏘의 실내. [사진 현대차]

넥쏘의 충전하는 모습. [사진 현대차]

넥쏘의 충전하는 모습. [사진 현대차]

월요일(16일) 아침, 차를 반납하며 서울 양재동 시민의숲 한쪽에 위치한 현대차 그린에너지스테이션에서 충전하는 모습을 봤다. 충전은 휘발유 주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고압의 수소를 취급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충전소 관계자가 노즐을 잡는다. 충전 시간은 3분을 넘지 않았다. 전기차가 급속이라도 최소 30분, 완속은 5시간 이상 걸리는 것에 비하면 충전 시간 스트레스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절반쯤 남은 수소 탱크를 채우는 데 들어간 수소량은 2.7㎏. 충전을 마치자 주행가능 거리가 270㎞에서 500㎞로 바뀌었다. 현재 수소 가격은 ㎏당 울산 5000원대에서 강원도 1만 원대까지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수소 가격을 ㎏당 1만원으로 잡을 경우, 1㎞ 주행에 드는 비용이 약 12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휘발유로 바꿔 계산하면 리터당 13.6㎞ 정도의 연비인 셈이다(서울지역 휘발유 가격 1640원 선 기준). 연료 비용은 휘발유차와 디젤차 중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수소탱크 용량 6.33㎏을 가득 채우면 최대 609㎞를 달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충전기 압력(충전기 압력이 높아야 탱크를 꽉 채울 수 있다) 문제로 탱크에 조금 여유를 두는 데다 충전 경고 이후 여유 주행 거리를 생각해 500㎞ 정도로 표시된다”고 말했다.
 
시승을 마친 후 받은 느낌은 한마디로 “차는 참 좋은데…”였다. 유보형 평가를 한 것은 이 차가 생활 속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충전소. 현재 전국의 수소 충전소는 연구용까지 포함해도 15곳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곳이 현대차 공장이 있는 울산 지역으로, 현재 2곳이 영업 중이고 올해 현대오일뱅크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포함해 3개 충전소가 완공 예정이다. 서울은 양재동과 상암동 단 두 곳이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에 있는 상암동 충전소는 서울시가 2011년 설립한 곳으로, 관공서용이나 시험용 수소차가 이용해왔다.
 
찻값도 고민거리다. 넥쏘의 찻값은 사양에 따라 6890만~7220만원 정도. 중앙정부 보조금 2250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1000만~1250만원(서울시는 1250만원)을 받으면 소비자들은 3390만~3970만원에 살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예산에 잡힌 정부의 수소차 구매 보조금 규모는 158대분, 지난해 이월된 지원금을 더해도 240여대분에 그친다. 최근 마무리된 넥쏘 예약판매 1170대의 20%에 그친다.
 
충전소와 찻값 문제 뒤에는 세금이라는 민감한 사안이 자리 잡고 있다. 수소차 보급에 필수적인 충전소는 하나 짓는 데 3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거액을 들여 충전소를 짓더라도 당분간 운행하는 수소차가 적어 수지를 맞추기가 힘들다. 딜레마를 풀기 위해서는 자금력 있는 대기업이 투자하거나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 차량 보조금도 마찬가지. 일각에서 환경과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예산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특정 기업에 대한 혜택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 기획재정부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수소차 지원 예산을 뺐다. 국회 내에서 수소차 지원 예산 200억원을 추경에 반영하는 안을 조율 중이지만 변수가 많다. 최근 다산신도시 택배 논란처럼 세금 용처에 민감해진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업의 당사자인 현대차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 전문가는 “현대차가 서울 삼성동에 초고층 빌딩을 짓는 대신 더 과감하게 미래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연료로 쓰일 수소의 확보다. 수소는 대기에 포함돼 있지만, 그대로 연료로 사용할 수는 없다. 물을 전기 분해해 연료용 수소를 얻을 수는 있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부생 수소’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부생 수소의 양이 그다지 넉넉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현대차는 현재의 부생 수소로 수소차 200만대가 주행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환경부의 추산은 이의 4분의 1인 50만대에 그친다. 정유화학업계는 한발 더 나아가 부생 수소량이 석유화학 공정이나 발전소의 연료로 쓰기에도 빠듯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에너지연구원은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부생 수소 연간 125만t 중 정유공정과 납사분해 등에 쓰고 남는 16만t 정도를 수소차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수소차가 1년간 1만5000㎞를 주행할 경우 약 8만대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부생 수소를 더 생산하려면 석유화학 제조를 늘리거나 전기분해에 쓰이는 전력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 친환경차를 확대하기 위해 환경 오염을 늘려야 한다는 역설에 부딪히는 셈이다.
 
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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