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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찍어 보이스피싱...인천지역 대학가 3개월간 10억원 피해

보이스피싱 일러스트. [중앙포토]

보이스피싱 일러스트. [중앙포토]

 
#“OO대 A교수님이시죠? 은행 대출 많이 받으셨네요. 그런데 최근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럼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지 않을까요? 저희 OO은행으로 갈아타시면 대출이자를 줄일 수 있는데…. 방법 알려드릴까요?”
인천지역 모 대학 교수인 A씨는 올 1월 초 이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내 집 마련 등으로 대출받은 게 많았던 터라 전화 내용은 솔깃했다. 자신의 근무지와 이름까지 말한 터라 다른 의심은 생각도 못 했다.  
A씨는 고민 끝에 방법을 물었다. 은행 직원은 “우선 신용도를 올려주려면 일정 금액을 상환해야 하니 OO 계좌로 입금해 주면 된다”고 했다. A씨는 아무 의심 없이 5~6차례에 걸쳐 2억원에 가까운 돈을 OO 계좌에 입금했다.
 
#“OO대 다니는 학생이죠? 당신의 명의가 도용됐습니다. 통장 등이 범죄에 유출돼 더는 사용하면 안 됩니다.”  
인천 모 대학 3학년인 B씨는 지난달 초 검찰 직원이라는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B씨는 “그런 사실 없다”고 했다. 검찰 직원은 “그럼 다행이다. 요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당신도 안전하지 못하니 안전 계좌로 이체하라”고 했다.  
B씨는 ‘보이스피싱’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불안한 마음도 커졌다. 등록금에 보태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잃어버릴 것 같아 겁이 났다. B씨는 결국 이 남성이 얘기한 안전계좌로 자신의 통장에 든 300여만 원을 보냈다.
 
인천 대학가 보이스피싱 주의보
 
인천지역 대학가를 중심으로 최근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범행 대상을 특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과 다르다는 것이다.   
 
22일 인천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인천지역 대학가에서 “보이스피싱 당했다”고 신고 된 건수가 3월 말 기준 121명에 10억원이 넘는다. 이 중 14명은 계좌 입금 직전 은행 창구 직원 등의 도움으로 막을 수 있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지는 이유는 학생들의 경우 스마톤 앱을 통해서만 거래하는 습성때문에 쉽게 속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사칭’ 여부를 인지할 수 있는 과정(창구 직원, 자동화 기기 경고 문구 등)이 없다 보니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

 
불특정 다수 아닌 맞춤형으로 접근
 
또 교수나 교직원의 경우 “OO대 OOO교수(또는 교직원)시죠”라고 이름을 알고 전화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이거나 검찰 직원으로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통상 공공기관이나 대학의 경우 조직도와 사무실 번호를 공개하고 있어 쉽게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통해 교수와 교직원에게는 금액이 큰 ‘대출이자’ 등으로, 학생들에게는 ‘명의도용’을 주로 사용해 적은 돈을 빼간다는 것이다. 실제 전체 피해 금액 10억원 중 절반인 5억원이 교수 및 교직원 10명이 당한 것이라고 했다.    
  
인천지역 대학가를 중심으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인천남부경찰서가 각 대학들에 보낸 보이스피싱 주의 관련 홍보 공문. [사진 인천남부서]

인천지역 대학가를 중심으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인천남부경찰서가 각 대학들에 보낸 보이스피싱 주의 관련 홍보 공문. [사진 인천남부서]

 
사정이 이렇자 인천 남부서는 이달 3일 각 대학에 ‘보이스피싱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소순욱 인천 남부서 수사 1팀장은 “보이스피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는 유독 대학가를 중심으로 부쩍 늘어난 것 같아 각 대학에 공문을 보냈다”며 “이름과 근무지를 안다고 해도 검찰이나 경찰, 금융당국은 개인의 계좌 이체를 요구하지 않는 만큼 현혹되지 말고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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