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일회용 장갑 3년 넘게 쓰는 자린고비 공직자, 대전현충원장

물품구입비 등 경비를 절감한 돈 1000여만원으로 둘레길을 만들었다. 개당 2000원짜리 일회용 흰 장갑은 3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업무추진비는 25% 정도만 쓴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이 장갑을 끼고 현충문 앞에 서 있다. 권 원장은 이 장갑을 2015년 4월부터 3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권 원장의 '자린고비' 현충원 살림살이가 눈길을 끌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이 장갑을 끼고 현충문 앞에 서 있다. 권 원장은 이 장갑을 2015년 4월부터 3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권 원장의 '자린고비' 현충원 살림살이가 눈길을 끌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현대판 ‘자린고비(玼吝考妣)’ 공직자가 있다. 권율정(56) 국립대전현충원장 얘기다. 권 원장의 알뜰한 살림살이가 주목받고 있다. 예산이 많이 필요한 사업 추진을 자제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단돈 1원 한 장 아끼기’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원장은 “공직생활을 하다 보면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요소가 많다는 걸 알게 된다”며 “세금 절약은 디테일(작은 부분)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안장식이나 참배시 착용하는 흰 장갑을 2015년 4월부터 지금까지 3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이 장갑의 가격은 2000원 정도다. 이 장갑은 대부분 한번 쓰고 버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권 원장은 장갑 하나로 300만원 이상의 예산은 절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이 현충탑 아래에 있는 위패실에서 순국선열의 이름을 가르키고 있다. 이 위패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시신을 찾지 못한 순국선열의 이름을 모셨다. 프리랜서 김성태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이 현충탑 아래에 있는 위패실에서 순국선열의 이름을 가르키고 있다. 이 위패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시신을 찾지 못한 순국선열의 이름을 모셨다. 프리랜서 김성태

권 원장은 국립대현현충원 둘레길(10.04㎞) 도 물품구입비 등을 아낀 돈 1000여만원으로 만들었다. 현충원 주변에서 버려진 목재 등을 구해다 비탈진 길에 계단을 만드는 식이다. 둘레길은 2007년 처음 만들기 시작해 지난해 완공됐다. 지자체 등이 현충원 둘레길보다 짧은 구간에 수억원을 들여 둘레길을 만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정부 부처나 지자체의 예산 씀씀이가 결코 작지 않다”며 “낭비적 요소만 제거해도 나라 살림이 훨씬 짜임새가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2급 국가직 공무원인 권 원장의 업무추진비는 한 달에 200만원 정도다. 그는 이 가운데 40만원(20%) 정도만 쓴다. 대부분 직원 회식비 용도다. 나머지는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승진이나 영전 등의 이유로 직원 간담회를 연 다음 공문에 회식 일시, 인원, 참석자, 비용, 음식점 이름, 지출예산 항목 등을 모두 기록한다. 권 원장은 “공직생활 33년 가운데 상당 기간 동안 이같은 방식으로 업무추진비를 써왔다"고 했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이 '서해수호 55용사' 추모의 벽에서 서해 수호를 위해 희생된 전사들의 부조를 가르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이 '서해수호 55용사' 추모의 벽에서 서해 수호를 위해 희생된 전사들의 부조를 가르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권 원장은 자제 제작하는 홍보용 리플릿 등에 제조원가를 기록한다. 매월 발행하는 ‘열린 현충원, 밝은 현충원’ 홍보 책자에는 ‘이 소식지는 국민의 세금(1부당 1200원)으로 제작하였습니다”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다. 그는 “국민 세금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제작비용을 적어 두었다”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1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한다. 특히 안장식은 연중 단 한 차례도 빠트리지 않고 참석한다. 2015년 메르스 파동 때도 안장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차원에서 안장식은 반드시 참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충원 묘역 시찰 때에도 관용차를 직접 몰고 다닌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이 묘비옆에 설치한 돌화병을 닦고 있다. 이 돌 화병은 주인을 알 수 없는 '얼굴없는 천사'가 갖다 놓았다. 프리랜서 김성태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이 묘비옆에 설치한 돌화병을 닦고 있다. 이 돌 화병은 주인을 알 수 없는 '얼굴없는 천사'가 갖다 놓았다. 프리랜서 김성태

 
권 원장의 ‘자린고비’ 같은 개인 생활태도도 관심이다. 그는 집에 있는 냉장고를 24년째 사용중이다. 19년 전산 아파트의 도배와 장판은 아직 교체하지 않고 쓰고 있다. 또 5년 전 산 휴대전화는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권 원장이 돈을 안 쓰는 것은 아니다. 그는 현충원을 찾는 어린이에게 1만원씩 용돈을 준다. 이렇게 주는 용돈이 연간 300만원이 넘는다. 그는 “어린이야말로 현충원에 가장 귀한 손님”이라며 “어릴 적부터 나라 사랑 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용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장수 출신의 권 원장은 
 
권 원장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85년 공직을 시작했다. 대전지방보훈청장, 국가보훈처 복지증진국장 등을 지냈다. 국립대전현충원장은 직무대리 기간을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재임 기간 5년)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