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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대선 때 ‘비공감’ 3배 가중치…‘김경수 기사’ 댓글 역전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댓글 조작을 가능하게 만든 온라인 환경이다. 그 중 포털 사이트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 뉴스의 댓글 문제에 대해선 여야를 막론하고 꾸준하게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드루킹에게 주소를 보낸 기사의 대부분은 네이버 기사다. [중앙포토]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드루킹에게 주소를 보낸 기사의 대부분은 네이버 기사다. [중앙포토]

 
이번 사건의 주범인 김모(49·필명 ‘드루킹’)씨에게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텔레그램을 통해 보낸 10건의 기사 주소(URL) 중에서 네이버 뉴스 기사는 8건에 달했다. 김 의원의 메시지를 받고 “처리하겠다”고 답변한 김씨와 그 일당은 실제 이들 기사의 댓글에 ‘작업’을 한 흔적을 상당수 남겼다. 김씨가 쓰던 아이디로 추정되는 ‘tuna****’는 “19대 대통령은 역시 문재인!”이란 댓글을 직접 달기도 했다.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주소를 보낸 기사에 드루킹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주소를 보낸 기사에 드루킹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네이버에선 자기 편에게 유리한 댓글이 추천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싸우는 ‘댓글 전쟁’이 벌어진다. 그런 만큼 어떻게 해서든 댓글을 유리하게 만들고 싶은 유혹을 느끼곤 한다. 정치권에선 그런 유혹을 현실화하는 통로가 네이버의 댓글 배열 원칙이라고 보고 있다. 김씨가 운영하던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댓글 작업 관련 매뉴얼에도 순위를 올리고 싶은 댓글에는 ‘공감’, 내리고 싶은 댓글에는 ‘비공감’을 누르며 계속해 새로고침을 해서 새로 올라오는 댓글에도 작업을 하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지난해 대선 때 네이버의 댓글 배열 원칙은 ‘호감순’이었다. 호감순은 단순히 ‘공감’ 추천 수에서 ‘비공감’ 추천 수를 뺀 게 아니다. 2015년 5월부터 적용된 호감순 배열에는 공감보다 비공감에 세 배의 가중치를 부여했다. 예를 들어 공감 20, 비공감 10을 받은 댓글은 ‘20-10×3=-10’으로 계산된다. 반면 공감 2, 비공감 3을 받은 댓글은 ‘2-3×3=-7’이 돼서 호감순으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더 순위가 높게 된다.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 중에는 ‘공감’이 ‘비공감’보다 훨씬 많은데도 비공감에 가중치 3배수를 부여했던 네이버 댓글 정책 때문에 댓글 순서가 상당히 뒤로 밀린 경우가 많다.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 중에는 ‘공감’이 ‘비공감’보다 훨씬 많은데도 비공감에 가중치 3배수를 부여했던 네이버 댓글 정책 때문에 댓글 순서가 상당히 뒤로 밀린 경우가 많다.

 
실제 김경수 의원이 김씨에게 링크 주소를 보낸 기사에서도 호감순 때문에 순위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에게 비판적인 댓글이 공감 1229, 비공감 499로 공감이 비공감의 두배가 넘었다. 단순히 공감에서 비공감을 뺀 수치로는 최상위권이 되는 댓글이었다. 하지만 호감순 정렬이 되면서 공감 7, 비공감 46을 받은 댓글보다 배열이 뒤로 밀렸다.
 
이런 가중치 부여 방법은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때 문제가 됐다. 증인으로 나온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호감순 댓글 배치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왜 이런 형태로 댓글이 배열되는지 저도 이해하기 힘들다. 굉장히 중대한 문제”라고 공감했다. 그런 일이 있은 직후인 지난해 11월 네이버는 호감순 대신 ‘순공감순’으로 댓글 배열 원칙을 바꿨다. 비공감에 가중치를 없애고 단순히 ‘공감-비공감’으로 계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야당에선 호감순 배열이 순공감순으로 바뀌면서 김씨 일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됐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이후부터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댓글을 끌어내리기 위해 기존보다 세 배의 노력이 필요하게 됐기 때문이다. 온전히 수작업으로 조작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상황에 봉착한 셈이다.
 
트위터·페이스북 계정으로 댓글 작성·추천 허용
대선 기간에 네이버 아이디(계정)가 아닌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 계정으로 댓글을 달고 호감과 비공감에 추천을 누를 수 있도록 해준 것도 조작 시도를 더 쉽게 만드는 배경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내의 경우 한 개의 전화번호 인증만 있다면 다수의 (SNS) 아이디를 확대생산할 수 있다”며 “댓글 조작 세력들은 이를 통해 손쉽게 아이디를 만들고 네이버 공감순을 조작해 나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댓글 조작에 매우 취약한 댓글 정책을 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네이버가 지난 1월 김씨 일당이 조작한 기사 하나만 콕 집어 경찰에 댓글 조작 의혹을 수사 의뢰한 것도 의아하게 여기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댓글 추천 수를 늘리려는 시도는 더 있었을테데 왜 김씨 일당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 신고를 했냐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당시 해당 기사가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여러 군데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 기사를 수사 의뢰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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