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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서관 꼭대기 ‘행복한 카페’ 를 아시나요

발달장애 3급인 서진욱(26)씨는 6년차 바리스타다. 서울시청 옛 건물에 있는 서울도서관 5층 꼭대기 카페에서 일하는 그는 커피를 비롯해 20종류가 넘는 음료를 능숙하게 만들어낸다. 손님들의 다양한 주문을 착오 없이 받아내고 계산도 도맡아한다.  
 
 
하루 100명이 넘는 손님을 대하다보면 지칠 법도 하지만, 손님이 없는 틈에도 그는 쉴 새 없이 매장을 살피고 구석구석을 정돈한다. 모자란 빨대를 채워넣으며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항상 웃는 표정 덕분에 단골이 된 사람도 여럿이다. 지난 17일 이 카페에서 만난 서씨는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 친구들은 청소나 조립·포장 같은 단순 업무를 이곳저곳 옮겨가며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가 아니었다면 나도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서울도서관 5층에 위치한 장애인 자립일터 '행복한베이커리&카페'에서 서진욱씨가 주문을 받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서울도서관 5층에 위치한 장애인 자립일터 '행복한베이커리&카페'에서 서진욱씨가 주문을 받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서씨가 일하는 곳은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다. 이 곳은 개인 소유가 아니다. 서울시를 비롯해 장애인을 위한 비영리공익재단인 푸르메재단과 제빵기업 SPC그룹, 장애인 복지시설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가 함께 운영한다.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목표가 이들을 하나로 모았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가 생긴 건 6년 전이다. 당시 SPC그룹은 허영인 회장의 제안으로 중증 장애인 제빵사로 이뤄진 소울베이커리에 제빵 교육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곳의 빵은 주로 군대나 학교에 납품됐는데 우수한 품질의 빵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일자리도 만들자는 생각에 SPC가 푸르메재단과 손잡고 2012년 9월 첫 매장을 열었다. 이듬해부터 서울시도 참여해 공공기관 내 유휴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푸르메재단은 장애인 직원 채용을 담당하고 소울베이커리는 이곳에서 판매할 빵과 쿠키를 공급한다. SPC는 매장 인테리어와 각종 장비, 제조ㆍ서비스 교육 등을 맡았다. 매장 1곳을 여는데 평균 1억6000만원이 필요한데 SPC는 이 돈과 초기운영비 5000만원을 제공한다. 이후 직원들의 급여와 운영비는 카페가 번 돈으로 모두 해결한다. 서씨가 일하는 서울도서관점을 비롯해 현재까지 총 7개 매장이 생겨났다.
 
 
매장 전체 직원 수는 32명으로 이 가운데 장애인 직원은 19명이다.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데 근무 시간은 장애 정도에 따라 조정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1년 넘게 일하면 SPC그룹의 정직원이 될 수 있다.
 
 
박금희 푸르메재단 사무국장은 “단순히 장애인 직원 수 늘리기에 치중했다면 알바 형태로 시간을 쪼개 더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뽑았을 것”이라며 “이 곳은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장애청년과 비장애청년이 함께 일하며 업무 능력을 쌓고 협력을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자립일터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운영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른쪽부터 박금희 푸르메재단 사무국장, 조미숙 서울시 민관협력담당관, 서진욱 바리스타, 임승대 SPC행복한재단 사무국장. 강정현 기자

장애인 자립일터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운영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른쪽부터 박금희 푸르메재단 사무국장, 조미숙 서울시 민관협력담당관, 서진욱 바리스타, 임승대 SPC행복한재단 사무국장. 강정현 기자

 
민관협력 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지난달엔 자카르타 공무원들이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사업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조미숙 서울시 민관협력담당관은 “장애인 복지 업무를 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서울시의 노력만으로는 창출하기 쉽지 않다” 며 “기업과 재단이 각자 자신 있는 분야에서 협업을 이뤄낸 것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씨는 여행과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 1년 동안 드럼도 배웠다. 모두 바리스타 일을 시작하면서 할 수 있게 된 것들이다. 그는 “내가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저금도 하고 원하는 것을 하는 재미가 생겼다”며 “직장을 옮겨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하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피곤해도 출근시간이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는 그는“내가 만든 음료를 손님이 맛있게 마실 때 가장 뿌듯하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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