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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포획 현장…북한산 일대에 200여 마리 '으르렁'

17일 오후 7시. 서울 은평구 진관동 선림사 뒷편 근린공원. ‘타앙’. 어둠이 내릴 무렵 바람을 가르는 총소리가 들렸다. ‘깨갱’. 비명을 내지른 들개는 등산로 뒤편 풀숲으로 바람처럼 몸을 감췄다. 그 소리를 쫓아 방기정(67) 야생동물생태연구소장이 달려 나갔다. 들개는 방 소장이 쏜 동물용 마취총에 맞았다. 5분여 간 등산로 주변을 살피던 방 소장은 풀숲에 누워 숨을 헐떡이던 누런 들개를 찾아냈다. 개는 운반대에 담겨 동물보호센터로 넘겨졌다. 방 소장은 10여 분 뒤 흰색 들개 한 마리를 더 포획했다. 그는 “산에 사는 들개들이 근린공원 입구까지 내려와 먹이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날 들개들이 잡힌 곳은 근린공원 내 배드민턴장과 3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방기정 야생동물연구소장이 서울 북한산 자락에서 야생 들개를 포획하고 있다. 들개는 이미 마취총을 맞은 상태다. [신인섭 기자]

방기정 야생동물연구소장이 서울 북한산 자락에서 야생 들개를 포획하고 있다. 들개는 이미 마취총을 맞은 상태다. [신인섭 기자]

 
마취총으로 6시간 만에 2마리 포획
포획에 사용된 마취총 주사제. 들개는 마취총을 맞은 다음에도 약기운이 돌때까지 200~300m 가량을 도망친다. [신인섭 기자]

포획에 사용된 마취총 주사제. 들개는 마취총을 맞은 다음에도 약기운이 돌때까지 200~300m 가량을 도망친다. [신인섭 기자]

봄철이 되면서 서울을 비롯해 산을 끼고 있는 도시 곳곳에서 들개로 인한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봄철은 등산객은 많아지나 들개에겐 먹을 것이 극히 부족한 시기다. 들개는 오랜 산속 생활로 야성의 본능을 되찾은 존재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에 들개와 유기견이 증가한 건 10여년 전부터다. 도시재개발 사업 등으로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키우던 개를 버린게 가장 큰 원인이다. 산에 사는 들개들은 그 유기견들의 후손으로 세대를 반복하며 번식한 것들이다. 방 소장은 이날 서울 은평구청의 의뢰로 들개 포획 임무를 맡았다. 은평구청 뿐 아니라 서울 서대문구와 종로구 등 북한산에 접해 있는 자치구들이 그의 주요 의뢰인이다. 신민상 은평구 생활경제과 주무관은 “민원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시민 안전을 위해 야생 들개를 포획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 소장은 야생동물 포획 분야에서는 유명인이다. 야생동물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동물의 생태를 살피는 일이 그의 전문 분야다.
 
최근에는 서울시 등 대도시에 들개 관련 민원이 늘면서 들개 포획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잦다. 실제 그는 서울에서만 한 달에 3회 이상 들개 포획 작업에 나선다. 2015년에는 하루에 들개 11마리를 잡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서만 한해 100마리 가량의 들개를 잡는다. 방 소장은 “들개를 아무리 잡아도 그들의 번식속도를 따라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실제 들개와 유기견으로 인한 피해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여 간 유기견 관련 출동 건수는 1만2337건(지난해 10월 말 기준)에 이른다. 이 기간 중 몸집이 큰 개의 위협(1516건)을 당하거나 이들로 인해 사고나 부상을 당했다는 신고도 1056건이다. 특히 2015년 5건에 그쳤던 개물림 사고는 2016년 30건, 2017년(1월~10월 말)엔 25건으로 늘었다. 방 소장은 “작년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야산을 산책하던 시민이 들개로부터 자신의 애완견을 지키려다 물려 전치 8주의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야생화 된 들개 무리들은 세력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은평구의 한 사찰 부근에서 들개 무리 간 싸움이 벌어져 이긴 쪽 개들이 진 쪽의 우두머리를 갈갈이 찢어놓아 그 사체를 시민들이 발견하기도 했다. 때문에 시민들이 느끼는 공포감도 상당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여 간 ‘5마리 이상의 유기견이나 들개가 떼지어 출몰해 위협’한 경우는 151회. 떼지어 출몰한 경우는 절반 가량(51%·77건) 산에서 발생했다. 등산객 최영희(43)씨는 “산에서 만난 개가 길을 비켜주지 않고 으르렁 댈땐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다”고 했다. 서울시는 현재 북한산 일대에만 200마리 이상의 들개가 서식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들개를 포획하는 일은 얼핏 낚시와 비슷해 보였다. 출몰이 잦다고 신고된 지역을 꼼꼼히 살피는 게 그 시작이다. 신고 지역을 중심으로 산 곳곳을 훑으면서 개 발자국이나 배설 흔적 등이 있는지를 살핀다. 이날 포획작업도 오후 2시쯤 시작해 오후 8시가 돼서야 마무리 됐다. 은평구 불광근린공원 주변에서 시작한 수색 작업은 진관동 선림사 근처까지 이어졌다. 오후 5시가 되자 그는 고등어 통조림과 개사료 등을 머무려 들개용 미끼를 만들었다. 이미 들개의 흔적을 발견한 뒤였다. 방 소장은 “고등어나 꽁치 통조림은 비린 향이 강해 미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낚시터에서 떡밥을 뿌리듯 개가 출몰하는 곳곳에 미끼를 뿌렸다. 이후 두 시간이 넘는 기다림 끝에 들개를 잡았다.
 
미끼를 만드는 모습. [신인섭 기자]

미끼를 만드는 모습.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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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의 사거리는 30m 가량이지만, 총알이 아닌 소형 주사기를 발사하는 것인 만큼 풀 같은 작은 장애물에도 쉽게 탄도가 바뀌어 명중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포획틀 등은 들개들이 속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이날 두 마리의 들개를 포획한 방 소장은 “들개는 유기견과 완전히 다른 존재인 만큼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기견은 사람에 의해 길러지다 버려진 경우가 많아 사람의 손길에 익숙하다. 하지만 들개는 유기견이 산에 올라 번식을 계속하면서 생겨난 야생의 존재다. 때문에 들개는 유기견과 달리 사람이 불러도 쉽게 오지 않는다. 들개는 보통의 유기견보다 덩치도 크고 인물도 좋다. 일반 진돗개의 체중은 15~20㎏ 선이지만 야생의 들개는 25㎏ 이상인 경우도 많다. 방 소장은 “작고 못생긴 개는 무리에 끼지 못하고 자연도태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획된 들개는 입양을 위해 동물보호소 등에 보내진다. 하지만 실제 분양이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 목줄을 채우기 힘들 만큼 사납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상 포획된 들개와 유기견은 보통 20일(공고·입양대기 기간)이 지나도록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처리된다.
 
고라니·다람쥐 잡아먹어 생태계 교란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현재 들개나 유기견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일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이나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들개와 유기견을 살상하기보다 포획한 뒤 분양이 이뤄지도록 한다. 하지만 들개와 유기견 수가 꾸준히 늘면서 감염 우려나 생태계에 끼치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 들개는 광견병이나 진드기에 감염돼 있는 경우가 많다. 야생에 살고 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방 소장은 머리카락과 눈썹까지 모두 면도한 채 포획에 나선다. 들개 포획 과정에서 진드기가 달라붙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들개들이 고라니나 다람쥐 같은 동물을 잡아먹으면서 생태계 교란도 우려된다.
 
여기에 들개 포획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의 반대도 부담이다. 이운오 서울시 동물관리팀장은 “들개나 유기견 문제와 관련해 들개로 인해 피해를 입는 분들 못지 않게 ‘이들을 돌볼테니 포획하지 말고 놔둬야 한다’는 분들의 의견이 맞서는 상황”이라며 “결국 들개나 유기견이 늘어나지 않도록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이 동물을 유기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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