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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년의 숫자로 읽는 경제]한국GM '이익 뻥튀기' 논란, 쌍용차 사태 데자뷔

사측이 포크레인과 지게차를 동원해 바리케이트를 치우는 작업을 시작하자 쌍용차 노조원들이 바리케이트로 세워놓은 차량운반용 차에 불을 질러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측이 포크레인과 지게차를 동원해 바리케이트를 치우는 작업을 시작하자 쌍용차 노조원들이 바리케이트로 세워놓은 차량운반용 차에 불을 질러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쌍용차, 대법원서 허위로 드러난 분식회계 논란에 노동자 희생  
2009년 3월27일, 쌍용자동차는 공장과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에서만 5177억원의 손실을 냈다는 내용의 회계장부를 공시했습니다. 당시 쌍용차는 법정관리(법원 주도 기업회생절차) 중이었던 터라 대규모 손실이 기록된 이 회계장부에 보는 이들 모두가 놀랐습니다. 법원은 회사를 청산할지, 추가 자금을 투입해 계속 운영토록 할지 고심 중인 상황에서 공개된 이 같은 손실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없이는 회사의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했지요. 
 
하지만 정치권과 노동계 일각에선 노동자 구조조정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손실을 부풀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사가 분식회계(재무제표를 거짓으로 꾸밈)를 했다는 겁니다. 이후 노동자 투쟁은 더욱 강경해졌고, 경찰과 노조의 격렬한 대치로 공장 건물이 불타고 수많은 노동자가 다쳤습니다. 이를 지켜본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했지요. 2010년 11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민주노총 등은 검찰에 회사와 회계감사법인(안진회계법인)을 분식회계 혐의로 형사고발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2014년 대법원은 쌍용차에 대해 "분식회계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회계장부에 대한 잘못된 억측이 얼마나 노사 갈등을 키우고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습니다.
 
참여연대, 한국GM 1조 규모 '변칙적 이익 만들었다' 주장 
그때와 비슷한 데자뷔가 대법원 판결이 있은 지 4년 뒤인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지사 한국GM에서입니다. 이번엔 손실을 부풀린 게 아니라 이익을 부풀렸다는 정반대 논리입니다. 참여연대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 "한국GM이 변칙적으로 장부상 이익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GM은 2012년부터 KDB산업은행에 2조3000억원의 원금과 배당금을 갚아야 할 상황이었는데, 이 돈을 갚을 재원을 '이익 부풀리기'로 마련했다는 겁니다. 산업은행에 돈을 갚고 난 뒤에는 GM 본사가 한국GM에 연 5% 금리로 1조7000억원 대출을 하면서 소위 '고금리 대출'이 시작됐다는 것이지요. 참여연대가 제기하는 이런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요?
 
참여연대는 한국GM이 2011년 회계기준을 뒤바꿔 인위적으로 이익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합니다. 자산 항목에 기록됐던 '부(負:빚)의 영업권'이 갑자기 이익(이익잉여금)으로 뒤바뀌어 영업성과를 왜곡했다는 주장이지요. 이렇게 이익으로 바뀐 금액은 1조원가량 됩니다.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결과…'이익 뻥튀기' 아니다 
'부의 영업권'이란 한 기업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싼 값에 다른 기업을 인수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이익입니다. 정상대로면 5억원은 줘야 살 수 있는 아파트가 급매로 나와 4억원에 샀다면 시장가보다 싸게 준 1억원이 '부의 영업권'이 되는 식이지요.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이 '부의 영업권'은 자산 항목에 기록하지 않고 곧바로 시장가보다 헐값에 산 만큼을 자본 항목의 이익으로 기록하도록 회계기준이 달라졌습니다. 한국GM처럼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비상장사도 마찬가지였지요. 즉, 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부의 영업권을 인위적으로 이익으로 뒤바꾼 게 아니라 원래 이익으로 처리하도록 규정이 바뀐 겁니다.
 
'구조조정 데드라인'인 20일 한국GM 부평공장 노조원 천막. 인천 = 문희철 기자.

'구조조정 데드라인'인 20일 한국GM 부평공장 노조원 천막. 인천 = 문희철 기자.

참여연대는 또 "다국적 기업은 현지법인의 회계기준을 본사의 회계기준과 일치시키는 게 상식"이라며 "한국GM이 우리나라의 비상장사가 적용하는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채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GM 본사의 회계기준은 현재 미국 기업회계기준(US-GAAP)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라 상장사는 국제회계기준을, 비상장사는 한국 회계감독당국이 지정한 일반기업회계기준과 국제회계기준 중 선택하여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만약 참여연대 주장처럼 한국GM이 본사의 회계기준과 일치시켜 미국 기업회계기준을 마음대로 쓰게 되면 이는 외감법 위반이 되는 것입니다. 도량형으로 따지면 한국에선 거리를 재는 단위로 '미터법'을 쓰도록 해 놨는데, 한국GM만 미국에서 주로 쓰는 '피트(ft)' 단위를 쓰도록 한다면 한국 사람들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지요. 
 
끝으로 한국GM이 '이익 부풀리기'로 산업은행 돈을 갚고 난 뒤 GM 본사로부터 받은 대출이 '고금리 대출'이라는 주장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GM 본사도 재무사정이 좋지 않아 4~5% 금리로 외부에서 대출을 받는 상황에서 시중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한국GM에 본사와 비슷한 금리로 대출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6월 한국GM의 신용등급을 원칙적으로는 대출이 불가능한 등급인 'CCC'로 매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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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산업 역사의 비극이었던 쌍용차 사태는 불충분한 근거로 제기된 분식회계 논란이 최악의 노사 갈등으로 이어진 사건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GM 사태에서 사실과는 거리가 먼 회계 논란을 제기해 노동자들의 감정을 자극해선 안 될 것입니다. 한국GM과 그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수많은 임직원의 일자리가 달린 문제이기에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사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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