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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편집국장레터]댓글공화국의 일그러진 초상화

  
경찰이 출판사를 급습했다. 당황한 한나라당 당원들은 USB를 변기에 버렸다. 경찰 수사 결과 한나라당 당원 A씨 등은 출판사 사무실에서 댓글 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활동한 흔적도 밝혀졌다. 지지율 선두를 위협하던 문재인 후보에게 ‘종북주의자’라는 댓글 폭격을 가하고, 온라인 상에서 출판사 사무실을 ‘산채’, A씨를 ‘추장’이라 부르며 조직적인 댓글 공작을 한 사실들이 밝혀졌다. 특히 A씨는 정권 실세인 이재오 의원과 텔레그램도 주고받았다. 하지만 왠지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압수한 휴대전화 170대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등 수사가 축소됐다는 의혹을 자초했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A씨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이재오 의원에게 인사청탁을 했고, 이 의원은 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달한 것도 드러났다. 민정수석실이 검증 결과 적절치 않다고 거절하긴 했지만 A씨가 대통령 부인은 물론이고 이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한 흔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났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주범인 김모씨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주범인 김모씨

 
V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박승희입니다.  
이름도 괴이한 드루킹 사건으로 시끄럽습니다. 논란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을 가상으로 바꿔 봤습니다. 드루킹을 A씨로, 대통령을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민주당을 한나라당으로, 김경수 의원을 이재오 의원으로 말입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당사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쯤에서 생각해 봅니다. 야당이었다면 민주당은 이 사건을 드루킹 개인의 일탈로만 여기고 조용히 넘어갔을까요.
이번 사건의 경우 드루킹 같은 집단이나 개인 차원에서 벌인 일탈이 전부라면 죄목은 고작 ‘업무 방해죄’ 입니다. 네이버가 게재하는 댓글 순위와 관련해 제3자가 댓글 조작을 함으로써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한 죄입니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국정원 같은 국가기관이 주도한 전 정권의 댓글사건과 궤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그렇게 간단해 뵈지 않습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등장에서 보듯이, 김 의원과 드루킹과의 관계가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라 사건의 성격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게 논란을 자꾸 키우는 겁니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김경수 의원이 의심받는 상황에 대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띄웠습니다. 
“제게는 동생뻘 되지만 마음 깊은 것으로 하면 정치권에서도, 정치 이전에 민주화운동 시절에도 김경수 같은 사람 없었습니다. 궂은 일 마다하지 않는 것은 물론 언제나 사람들 뒤에 있으니 생색내는 일도 없습니다 한결같은 사람입니다… 경수의 모든 사람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자세, 야멸차게 하지 못하는 태도, 아마 이 것이 이 사건이 확대된 이유의 전말일 겁니다(중략).”
기자로서 제가 알고있는 김 의원의 성품도 이 의원의 평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선한 사람이기 때문에 더 괴롭히지 말자는 건 내 편에서만 보는 시각입니다. 오히려 김 의원의 인물됨을 믿는다면 청와대와 민주당 사람들은 이번 사안을 더 공정하고 당당하게 대해야 합니다. 경찰이나 검찰에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부하고, 필요하다면 특검도 받아 들이겠다는 자세로 대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어두운 의혹의 그림자에서 이인영 의원이 말한 ‘한결같은 사람’을 탈출시킬 수 있습니다. 야당의 공세가 부당하다고 손만 내젓거나 내 편만 감싼다면, 그런 장면을 보는 관전자들의 의문만 키울 뿐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은 중요합니다.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무게있는 이벤트입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으로도 이어지는 회담의 서곡이라 더 그러합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드루킹 사건에는 추상같이 대해야 합니다. 특검을 포함해 사실 규명에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보여줘야 합니다. 전 정부에서 경험했지만 의혹을 임시방편이나 거짓으로 덮는다면 치뤄야할 값은 저지른 잘못보다 몇 배, 몇 십 배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20일 오전 김경수의원이 부인 김정순씨와 함께 고 노무현대통령 묘소 참배를 위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했다.김의원부부가 참배를 마치고 나오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2018.4.20.송봉근)

20일 오전 김경수의원이 부인 김정순씨와 함께 고 노무현대통령 묘소 참배를 위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했다.김의원부부가 참배를 마치고 나오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2018.4.20.송봉근)

 
20일 오전 김경수의원이 부인 김정순씨와 함께 고 노무현대통령 묘소 참배를 위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했다.김의원이 작성한 방명록.송봉근 기자 (2018.4.20.송봉근)

20일 오전 김경수의원이 부인 김정순씨와 함께 고 노무현대통령 묘소 참배를 위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했다.김의원이 작성한 방명록.송봉근 기자 (2018.4.20.송봉근)

드루킹 사건은 진실 규명과 별개로 댓글공화국을 정화하는 제도적 수술로 이어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댓글공화국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하루 11만4000명이 네이버에 31만개의 댓글을 단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중 6000명이 8만6000개의 댓글을 달고 있는 현실입니다. 네이버는 댓글 장사를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합니다. 기사 분류별로 댓글 많이 달린 순위를 내고, 연령별로 댓글이 많이 달리는 기사 순위도 매깁니다. 전 세계 포탈 중 이런 경우는 없습니다. 댓글이 댓글을 낳고, 그 댓글에 공감 순위를 매겨 시시각각으로 여론을 만듭니다. 그러는 사이 대한민국 포털의 댓글은 이제 흉기가 됐습니다. 더 이상 표현의 자유라는 영역으로 보호만 할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댓글은 그 자체가 정치행위로 변질됐으며,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이 됐습니다. 댓글 때문에 자살하는 연예인들을 얼마나 더 봐야 합니까. 이 정부가 댓글공화국의 오명을 씻어내는 제도 개선에 앞장선다면 그 업적에 대한 평가는 소홀하지 않을 겁니다.  

 
중앙SUNDAY 탐사보도팀은 이번 주 ‘82년생 김지영’을 생활시간 조사라는 기법으로 해부했습니다. 30대 직장여성이 하루 돌봄(보육)ㆍ가사노동에 405분을 쓰는 반면, 30대 직장남성은 돌봄과 가사노동에 여성의 4분의1도 안되는 90분을 쓰고 있습니다. 수십 조원을 쏟아 붇고도 해결 안되는 저출산이 30대 여성들의 이런 ‘시간 빈곤’ 현상에서 비롯됐음도 짚었습니다. 경제뉴스로는 상속ㆍ증여 재산이 연간 100조에 달하는 시대에 상속 수단으로 부동산이 활용되고 있음을 주요 기사로 다룹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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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