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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한 땀 한 땀 뜬 이바구’의 감동 오롯이

전주 풍남동 ‘최명희문학관’ 가보니
대하소설 『혼불』을 쓴 고(故) 최명희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최명희문학관 전경. [김준희 기자]

대하소설 『혼불』을 쓴 고(故) 최명희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최명희문학관 전경. [김준희 기자]

“서민들의 삶과 캐릭터를 전라도 말로 깊이 있게 다룬 분입니다.”

전주 출신 작가의 삶·작품세계 조명
17년간 『혼불』 원고 1만2000장 완성
느림의 미학 실천 흔적 곳곳서 만나

 
지난 10일 전북 전주시 풍남동 ‘최명희문학관’.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김정자(67·여)씨는 소설 『혼불』을 쓴 고(故) 최명희(1947~1998) 작가에 대해 “대작을 쓰느라 작가가 요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 잡은 최명희문학관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왕의 초상화)을 모신 경기전 동문 맞은편 골목에 있다.
 
경기전은 『혼불』의 주무대이기도 하다. 미완성 대하소설인 『혼불』은 1930년대 전북 남원의 몰락해 가는 한 양반가의 며느리 3대 이야기를 통해 민족의 힘겨웠던 삶을 그린 작품이다. 혼불은 ‘사람의 혼’을 말한다.
 
한 해 1000만 명이 찾는 ‘핫플레이스’에 자리한 최명희문학관에는 평일에도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 2006년 4월 문을 연 문학관은 화원동(현 풍남동)에서 태어난 작가의 생가 인근 폐가를 사들여 지하 1층, 지상 1층의 한옥(연면적 481㎡) 형태로 조성했다. ‘혼불기념사업회’가 전주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문학관에는 소설가인 최기우(46) 학예연구실장 등 직원 4명이 상주한다. 앞서 『혼불』의 배경인 남원에서는 2004년 10월 작품 중심의 ‘혼불문학관’이 개관했다.
 
문학관 내부 전시실 모습. [김준희 기자]

문학관 내부 전시실 모습. [김준희 기자]

문학관 1층은 전시실과 체험공간, 작가의 방으로 꾸며져 있다. 지하에는 작가의 책을 보관하는 수장고와 세미나실이 있다. 문학관의 본관 이름은 홀로 즐기는 공간이란 의미가 담긴 ‘독락재(獨樂齋)’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집필 활동을 한 최명희가 스스로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대서 지인들이 지은 이름이다.
 
2009년 2월까지 조사된 최명희의 작품은 소설과 수필·콩트·시 등 198편에 달한다. 이 중 최명희문학관에선 76편을 소개하고 있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쓰러지는 빛』으로 등단한 최명희는 1981년 동아일보 장편소설 공모에 『혼불』 1부가 당선됐다.
 
『혼불』 원고지를 모두 쌓으면 높이가 3m에 이른다고 한다. 최명희는 1996년 12월 『혼불』 10권을 펴내기까지 17년간 육필로 원고지 1만2000장을 써냈다. 소설가 최일남은 『혼불』을 가리켜 “미싱으로 박아댄 이야기가 아니라 수바늘로 한 땀 한 땀 뜬 이바구(이야기의 방언)”라고 감탄했다. 1998년 12월 5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최명희는 “아름다운 세상, 잘 살고 갑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전시실에는 최명희가 보던 역사·민속·사상 관련 자료가 빼곡하다. ‘수공(手工)의 작가’로 불린 그가 늘 곁에 둔 만년필과 칼·철끈·자·가위 등도 전시돼 있다. “사람들은 나한테 컴퓨터 쓰기를 권한다. 그러나 문득 한 번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많이’ 쓰고 ‘빨리’ 써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사뭇 의아해진다” 등 그의 어록도 곳곳에 적혀 있다. 『혼불』을 함께 읽으며 전주의 역사와 풍습을 배우는 ‘다 같이 혼불 한 바퀴’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문의 063-284-0570.
 
최명희문학관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106개의 문학관 중 전북에 9개가 있다. 최명희문학관은 전주에 처음 생긴 문학관이다. 시설 규모는 작지만 관람객 수(연간 30만 명)로는 손꼽히는 문학관이다. 최기우 실장은 “지역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최명희문학관은 전주가 여전히 고즈넉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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