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끈벌레가 점령한 한강 하구…“수년째 실뱀장어 조업 망쳐”

고양시 한강 하구에서 한 어부가 조업을 준비 중이다. [전익진 기자]

고양시 한강 하구에서 한 어부가 조업을 준비 중이다. [전익진 기자]

지난 17일 오후 8시 30분쯤 경기도 고양시 행주외동 행주나루터. 1t급 작은 어선에 올라타 200여 m 떨어진 어부 한상원(59)씨의 실뱀장어(뱀장어 새끼) 어획 현장으로 향했다. 한씨가 라이트를 켜고 미리 쳐 놓은 실뱀장어 그물을 걷어 올렸다. 그물을 열자 실뱀장어 대신 지렁이처럼 생긴 붉은색의 ‘끈벌레’가 그득하게 걸려 있었다.
 
그물은 끈벌레에서 나온 점액질로 끈적거렸다. 한씨는 얼른 그물을 채반에 부은 뒤 걸러 실뱀장어를 골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작 3마리만 나왔다. 그는 “실뱀장어가 지금은 살아있지만, 끈벌레에서 나온 점액질이 몸에 묻어 있어 곧 모두 죽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씨가 인근에 설치해둔 그물을 연이어 거둬 올려봤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실뱀장어는 마리당 4500원 하는 고급 어종이다”며 “오늘 종일 건져 올린 실뱀장어가 700여 마리인데 모두 죽었다. 300여 만원의 피해를 본 것”이라고 했다. 끈벌레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한강 하구의 봄철 실뱀장어 조업현장 모습이다.
 
지난 17일 오후 걷어 올린 그물에서 발견된 ‘끈벌레’. [전익진 기자]

지난 17일 오후 걷어 올린 그물에서 발견된 ‘끈벌레’. [전익진 기자]

폐사한 실뱀장어. [전익진 기자]

폐사한 실뱀장어. [전익진 기자]

한강 하구 끈벌레는 지난달 중순부터 눈에 띄기 시작해 이달 들어 급격히 수가 늘고 있다. 집중 발견 지점은 고양시 행주대교에서 신곡수중보 하류 사이 15㎞ 구간이다. 어부들은 예년에 비춰볼 때 끈벌레가 다음 달 말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끈벌레는 2013년 한강 하구에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국내에 처음 보고된 유해 생물이다. 몸길이 20~30㎝이며, 붉은색을 띠고 있다. 독소를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어류를 잡아먹는다. 한씨는 “3월 하순부터 6월까지 이어지는 실뱀장어 조업 철에 나타나는 끈벌레로 한 해 소득의 70%가량 차지하는 실뱀장어 조업을 수년째 망치고 있다”며 “나뿐 아니라 많은 어민들이 생계가 막막할 정도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박찬수(59) 전 행주어촌계장은 “수년째 봄이면 끈벌레가 한강 하구 생태계를 점령하면서 봄철 실뱀장어 조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올봄의 경우 33명 어부 가운데 13명이 봄철 실뱀장어 조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끈벌레가 나타나기 전에는 4시간 실뱀장어 조업으로 4000만원의 어획고를 올린 기록이 있을 정도로 한강 하구에 실뱀장어가 넘쳤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심화식(63) ‘한강 살리기 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한강 상류에 있는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가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하수·분뇨를 한강에 방류하기 때문에 끈벌레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강 하류 끈벌레의 정확한 발생 원인 등은 곧 밝혀질 전망이다. 인하대 산학협력단은 2016년 가을부터 오는 6월 말까지 한강 서울 가양대교부터 고양시 송포동 한강 하류 15㎞ 구간에서 끈벌레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결과는 오는 7월 나올 예정이다. 앞서 산학협력단은 고양시로부터 ‘한강 수질과 끈벌레류 발생 원인 규명과 실뱀장어 폐사 원인 등 어업피해 영향조사’ 용역기관으로 선정됐다. 인하대 산학협력단 한경남 교수(해양과학과)가 이날 밤 기자와 함께 실뱀장어 조업현장을 살펴봤다. 한 교수는 “난지물재생센터·서남물재생센터의 방류와 한강 오염, 끈벌레 발생, 실뱀장어 폐사의 연관 관계를 면밀히 분석 중”이라며 “7월에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