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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궁극의 이타주의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지난달 23일 프랑스 남부 소도시 트레브(Trebes)의 한 슈퍼마켓에서 인질극이 벌어졌다.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자로 알려진 인질범이 이미 세 사람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뒤였다. 극악한 범죄 앞에 군경찰대 소속 아르노 벨트람(44) 중령이 의로운 행동으로 맞섰다. 무장을 해제한 뒤 한 여성을 대신해 인질이 됐다. 테러범의 총격으로 그는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 숭고한 희생으로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구한 벨트람 중령에게 프랑스인들이 경의를 표하며 희생의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그 어떤 문명도 희생의 역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주인공 또는 그의 자녀, 또는 누군가의 희생 스토리가 반드시 동반된다. 그 희생을 바탕으로 수립된 사회에서는 거의 대개가 권력 윤리와 사회 계급도 그 희생을 중심으로 편성된다. 금지와 금기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많은 종교와 성서의 가르침이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 믿음을 배반하지 않는 순교자, 물에 빠진 사람을 위해 제 목숨을 내놓는 구조대원이 있다. 인간의 역사도 희생의 이야기들을 자양분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신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사례는 차고 넘친다.
 
또한 음악에서 영화까지, 문학에서 그림까지 모든 예술이 이 희생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예술은 희생을 작품의 주요 주제로 삼기까지 한다. 인류는 의로운 죽음을 기리고, 애도하고, 보다 본질적인 질문 앞으로 다가간다. 지금껏 인류가 쌓아 올린 모든 문명은 희생의 역사가 없었다면 잉태조차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타적 행동으로 구현되는 희생정신이 없이는 인간이라는 존재도 미미한 생물에 불과하리라.
 
아탈리 칼럼 4/20

아탈리 칼럼 4/20

희생이야말로 인간 조건의 핵심이다. 우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등장하는 희생의 사례들을 보며 인간이 뼛속까지 자기만 아는 동물은 아니라는 점, 오히려 그 반대로 우리는 모두 근본적으로는 이타주의자들이며 타인의 행복을 위해 우리가 가진 소중한 것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자신에게 있는 귀한 것을 타인을 위해 내놓는 행위에서 우리가 사는 이유를 발견해 낼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인간성에 대한 증명이 우리가 애초부터 타고난 고통의 증표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르고 있지 않다. 누군가의 희생이 없다면 우리라는 존재를 완성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희생은 결코 자살의 형태를 취하는 법이 없다. 자신을 희생하는 이는 예외 없이 삶을 사랑한다. 그는 아끼는 삶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에 슬퍼하지만, 그 삶 저편에서 받을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무언가를 기꺼이 내놓는다는 점에서 그 행위는 헌신이다. 그들이 타인을 위해 내놓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사랑하는 자신의 삶이다. 이로써 그의 죽음은 보편적이고 윤리적이며, 영원한 의미를 얻는다.
 
제 목숨을 내놓음으로써 타인을 보호하는 행위와 자살이라는 방법을 이용한 살인 행위를 혼동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미국의 대학이나 유럽의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오가는 장소에서 최근 벌어진 일들에서 보듯, 이타주의에서 비롯된 의로운 행위는 희생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자살 공격에 맞설 때 더욱 극명하게 의미가 드러난다.
 
이타주의가 궁극적으로 구현된 모습이 희생이라고 해서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각자 처한 환경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이타적 행위는 다양하다. 또한 그 일상의 실천들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으로서 사는 동안 마땅히 수행해야 할 의무의 핵심이다. 절망 앞에 동요하는 일 없이 능숙하게 자신의 의무를 수행한 한 프랑스 군인 간부의 희생은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과 각자가 실천할 수 있는 희생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주었다. 그것이 비록 벨트람 중령의 헌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일지라도 말이다.
 
타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 대신 목숨을 잃는 일 자체가 되도록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다음 세대가 지금 우리의 무관심 때문에 죽어가도록 내버려 두는 일은 막아야 한다. 정작 자신들은 흥청망청 삶을 탕진하면서, 미래 세대가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이타주의는 이기주의보다 우월한 삶의 자세임을 기억하자. 삶과 죽음, 우리가 떠나며 남긴 것들의 가치는 이타주의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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