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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르드의 경고장…글로벌 부채 빠르게 증가, 미국·중국이 위험하다

라가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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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경4000조원(164조4000억 달러). 18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글로벌 부채 규모다. 전 세계 190개국의 정부·가계·비금융기업이 보유한 부채(2016년 기준)를 모두 합친 수치다. 글로벌 부채 규모가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규모도 규모지만 증가 속도가 더 문제다. 9년 전인 2007년(115조9000억 달러)과 비교하면 41.8%나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로 따져봐도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2016년 글로벌 GDP 대비 부채비율은 225%에 달했다. 직전 최고치인 2009년(213%)보다 12%포인트나 늘었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던 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사진) IMF 총재는 이미 글로벌 부채의 가파른 증가가 위험하다는 경고를 내놨다. 지난 11일 홍콩대학에서 열린 아시아글로벌기구(AGI) 강연에서다. 그는 IMF 재정모니터 보고서 내용을 미리 인용해 “부채 문제가 세계 경제의 잠재적인 위협 요소”라며 “향후 성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엔 ‘태양이 빛나는 동안 지붕을 고쳐라’라는 말이 있다”며 “경제 위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지금, 부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인용한 프랑스 속담은 IMF 보고서 속 제목으로 채택됐다. 글로벌 부채의 가파른 증가세를 지적한 보고서 속 한 챕터의 제목은 ‘비 오는 날을 위한 대비(Saving for a rainy day)’이다. 지금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회복기지만 이런 햇볕이 오래 가지 않을 수 있으니 지금 지붕을 고쳐서 다음 장마(위기)에 대비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재정 확장 정책을 펴면서 정부 부채를 늘려갔다. 선진국(한국을 포함한 35개국)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17년 105.4%에 달했다. IMF에 따르면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비율은 2012년 100%를 돌파해 2023년까지도 100%를 웃도는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개발도상국(중국 포함 40개국, 저개발국 제외)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평균 49%로 선진국보다는 낮았다. 하지만 이 역시 1980년대 남미 외채 위기 당시에 버금가는 수치다.
 
재정 확장 정책이 금융위기에서 회복하는 데 기여한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그 효용이 다 했다는 것이 IMF 판단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지금의 높은 정부부채 비율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앞으로 다시 경기가 고꾸라질 때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재정정책을 펼치려면 재정적 완충장치(buffer)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두 나라를 콕 집어서 문제로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 정책과 재정확대 정책을 동시에 쓰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통과시킨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감세안과 최근 마련한 3000억 달러 규모의 신규지출로 인해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 IMF의 지적이다. 2017년 107.8%이던 미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해마다 높아져 2023년엔 116.9%에 달할 전망이다. 비토르 가스파 IMF 재정부문 국장은 “미국은 부채 규모를 줄이지 않는 유일한 선진국”이라며 “경제가 활기를 띨 때는 불필요한 부양책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감세정책은 미국 내의 문제만은 아니다. IMF는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법인세율 상한을 35%에서 21%로 낮춤에 따라 다른 나라도 세원을 미국으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감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부채가 늘어난 국가다. 2007년 4조9000억 달러이던 중국의 부채 규모는 2016년엔 25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9년간 늘어난 글로벌 부채 증가액의 43%를 중국이 차지할 정도다. 중국의 부채 급증세를 이끄는 것은 정부보다는 민간이다. 특히 빚더미에 오른 지방정부와 지방정부 산하의 투자공사가 시한폭탄이다.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3월 말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16조6100억 위안(약 2815조원)으로 지난해 말(16조4710억 위안)보다 1390억 위안(약 23조5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지방정부 산하 투자공사를 통해 빌린 ‘음성’ 채무액은 공식통계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규제를 쏟아내고 있지만 증가세를 꺾지는 못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중국이 부채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없다면 위기에 취약해질 것”이라며 “중국과 인도 같은 대형 신흥국은 기업과 은행의 완충장치를 늘려서 금융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크리스틴 라가르드(62)=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프랑스 출신으로 1981년 미국의 국제로펌 베이커 앤드 맥킨지에서 변호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1999년 베이커 앤드 맥킨지의 첫 여성 회장이자 첫 외국인 회장에 올랐다. 이후 프랑스 상무부·농업부·재무부 장관을 차례로 역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재무장관으로서 뛰어난 협상·중재 능력을 발휘했고 2011년 IMF 최초의 여성 총재로 선임됐다. 유럽 재정 위기 등에 무난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6년 연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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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