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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촌 살던 소년, 영화 출연하고 대학 전액장학금 예약했죠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한 장면. [사진 오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한 장면. [사진 오드]

 여기, 아픔이 길이 되게 한 영화가 있다. 미국에서 모텔촌 빈민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이끌어낸 독립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얘기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올 초 아카데미시상식 등에서 주목받은 데 이어 국내에도 지난달 7일 개봉해 한 달여 만에 9만 관객을 모았다.
영화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놀이공원 디즈니월드 맞은편 모텔촌에 사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6세 소녀 무니(브루클린 프린스 분)를 비롯, 가난과 범죄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지극히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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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지역 모텔촌을 3년 간 취재해 영화를 만든 션 베이커(47) 감독은 현지 주민들도 배우로 캐스팅했다. 무니의 단짝 친구 스쿠티를 연기한 소년 크리스토퍼 리베라도 그 중 하나다. 
 지난 13일 서울에서 만난 션 베이커 감독은 전날 한국에 도착한 탓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스쿠티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리베라의 안부를 묻자 곧바로 얼굴이 밝아졌다. 
 “크리스토퍼는 영화에 출연한 후 미국 내 배급사와 플로리다주 롤린즈 대학의 협력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갈 수 있게 됐어요. 대학 가려면 5년 남았는데 정말 잘됐죠. 영화 출연료도 가족에게 도움이 됐고요. 하지만, 그런 도움을 받은 건 일부 주민에 불과해요. 모텔촌 가족들은 여전히 힘들게 살고 있어요.”
 그는 “지난해 말 푸에르토리코 태풍으로 미국 이주자가 늘고, 현실적인 경제난으로 집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이 지역 모텔에 사람들이 더 몰려들고 있다”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션 베이커 감독. [사진 오드]

션 베이커 감독. [사진 오드]

 
-지금도 주민들과 연락이 닿나.  
 
“영화를 하다보면 지역 분들과 친구가 되기 때문에 촬영이 끝나도 연락이 끊어지진 않는다. 모텔촌 관리인 바비(윌렘 데포 분)의 모델이 된 분처럼 가장 가까이서 도와준 분들은 더욱 그렇다.”  
 
-관계가 끈끈해질수록 다음 영화로 넘어가기 쉽지 않을텐데.    
 
“정말이다. 영화가 끝나도 그 친구들의 열악한 삶, 상황은 똑같을 때가 많아서 더 괴롭다. 하지만 다음 영화를 통해 또 다른 분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한국에선 아직 낯설지만, 그는 미국독립영화계에서는 6편의 장편으로 확고한 명성을 쌓았다. 뉴욕이 무대인 ‘테이크 아웃’(2004)과 ‘프린스 오브 브로드웨이’(2008)에선 각각 중국, 가나 출신 불법 이민자의 이야기를, 국내에도 개봉한 ‘스타렛’(2012)에선 포르노 여배우와 할머니의 우정을 그렸다. 유색인종 트랜스젠더의 소동극을 그린 ‘탠저린'(2015)으로 3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 직접 온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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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촬영한 영화 '탠저린' 한 장면. [사진 미로스페이스]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화 '탠저린' 한 장면. [사진 미로스페이스]

 
-영화에 늘 소외된 이들의 삶을 담는데.  
 
“미국은 원래 다양한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용광로’인데, 미국 상업영화나 TV는 특정 계층만 비춘다. 관심 밖에 있는 사람들을 영화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삶의 어떤 점에 마음이 끌리나.  
 
“평상시 사회 환경이나 조건으로 인해 어울려야 하는 사람들은 한정돼 있잖나. 그렇지 않은, 제게 익숙지 않은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다 보면 ‘인간’이 처한 보편적 상황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된다. 영화를 하면서 인류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다.”
 
 독립영화로 주목받은 감독들은 할리우드나 넷플릭스와 손을 잡거나, 상업광고‧뮤직비디오 등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처럼 초저예산 독립 제작 방식의 장편영화를 고집하는 감독은 많지 않다. 2년 전 아이폰으로 촬영한 겐조의 패션필름 ‘스노우버드’는 뛰어난 영상미로 화제를 모았지만, 그는 자신의 관심사가 장편 독립영화라 확고히 밝혔다. 지난해 외신과 인터뷰에서 그는 “책임질 식구가 치와와 한 마리뿐이라 상업영화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고 진담 반 우스개를 하기도 했다. 그는 차기작도 비영리단체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준비하고 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스쿠티와 무니, 젠시. [사진 오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스쿠티와 무니, 젠시. [사진 오드]

 궂은 길을 마다않는 저력은 뭘까. 그는 조심스레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얽힌 일화를 꺼냈다.
 “솔직히 미국 내 제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이 영화 속 아이들에게 희망적이거나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어요. 빈곤의 악순환이 어떤지 가까이서 봐왔으니까요. 영화가 공개된 후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내 삶을 보여줬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어떤 분이 실제 영화에 나온 오렌지돔 뒤편 모텔에 살았고 생일에는 (무니처럼) 항상 컵케이크에 초 하나 꽂고 축하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부모님 덕분에 삶이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다면서요. 모든 아이가 이런 상황에서 비관적인 미래를 맞는 건 아니구나. 그런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듭니다. ”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엔딩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얘기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엔딩신이다. 친구 젠시(발레리아 코토 분)가 무니의 손을 잡고 디즈니월드를 안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카메라에 담았다. 현실의 장면이 맞는지, 영화를 본 관객 사이에서도 해석이 분분했다. 션 베이커 감독은 “이 영화의 마지막은 한 아이가 머릿속에 상상한 일말의 희망”이라 했다. 35mm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에서 이 장면만 유일하게 아이폰으로 촬영한 것도, 부드러운 필름질감과 달리 아이폰 영상의 선명한 색감이 초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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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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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