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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비핵화·종전 협의' 동시 추진…결국 中 쌍궤병행 구도로?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청와대가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과 관련한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확인하면서 평화체제 문제가 비핵화 못지 않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남북이 확정한 정상회담 3대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진전이다. 정부는 비핵화 문제에 가장 큰 비중을 할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남북 간 종전 문제 협의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청와대도 18일 “(4·27 회담에서 종전과 관련해) 남북 간에 어떠한 형식이라든지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공식화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형식적으로 보면 그간 중국이 주장해온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에 논의) 구상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미국에 쌍궤병행을 제안했고, 현실적 비핵화 해법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간 한·미가 중국의 쌍궤병행을 반대했던 이유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함께 추진하는 쌍궤병행이 말과는 달리 평화체제 논의만 앞서가고 정작 비핵화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북 소식통은 “평화체제에 대한 합의는 비핵화 합의보다 달성하기가 쉽고, 지도자 입장에서는 큰 외교적 업적이 되기 때문에 정치적 유혹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자칫하면 평화체제 논의가 비핵화 논의를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때문에 한·미는 ‘선(先) 비핵화-후(後) 평화체제 논의’를 원칙으로 삼고 그간 쌍궤병행 제안에 거리를 둬 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비핵화를 하면서 평화체제를 추진하는 게 말은 쉬운데, 결국은 이행 로드맵이 중요하다. 평화체제 논의는 비핵화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속셈은 따로 있다. 비핵화 논의는 북·미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지만, 평화체제 논의에서는 중국이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국으로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달 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하며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평화협정 체결 등을 제안했다고 일본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정부의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이 중국의 쌍궤병행 제안과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종전이라는 표현이 사용돼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남북 간에 적대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합의는 포함시키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정전체제를 대체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기적으로는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관계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만, 방법론적으로 정해진 로드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남북이 우선 종전선언을 한 뒤 미국이 이에 동의하고 이후 합의에 따른 신뢰 구축 조치를 이행하면서 실질적인 평화와 안정 정착부터 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평화체제 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어떤 방식으로 전환 과정을 진행할지는 정상회담을 통해 정확한 북한의 의사를 확인한 뒤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평화체제 전환 논의가 핵 폐기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2005년 9·19 공동성명도 평화체제 관련 협상을 명시했지만 결국 북한이 비핵화 이행을 하지 않아 무산됐다”며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북한에 안보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합의한 것을 지켜내는 이행 메커니즘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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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