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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드루킹의 '민주당 사조직' 자인…판도라 상자 열렸다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필명 드루킹)씨가 이끈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라는 단체가 지난 대선 때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외곽 조직으로 활동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경공모 같은 사적 모임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공직선거법 87조). 정당이나 대선 캠프가 사적 모임을 선거운동에 활용했다면 관련자들도 공범이 된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특강 자료에 따르면 경공모는 ‘대선 기간에는 민주당 대신 실질적 온라인 대응 활동을 담당했음’이라고 자신들의 활동 내역을 밝혔다. 이 특강은 지난 1월 13일에 경희대에서 경공모 회원들을 상대로 비공개로 진행됐고, 안 전 지사 측이 사전에 만든 이 자료 맨 뒤에 경공모가 자신들을 소개하는 참고자료가 붙어 있다. 경공모는 ‘일일 기사 대응 300∼400건가량, 대선 기간에는 일일 700건 이상’ ‘회원들이 24시간 교대로 온라인 모니터링’이라고 활동 내용을 설명했다.
 
경공모는 또 이 자료에 "상대 후보를 비방하지 않고 주로 방어하는 데 집중. 유일하게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37%까지 올라갔을 때 5일간 ‘안철수는 MB 아바타’라는 대대적인 네거티브 공격을 함”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경선 당시는 안희정 후보가 2위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 때 안 후보는 ‘MB 아바타’라는 비방으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고, 안 전 지사는 대선 경선 막판에 이재명 성남시장을 앞지르고 2위를 차지하며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선 후보 경선과 대선에서 여론 조작으로 민의를 왜곡시키는 반(反)민주적 집단행동을 한 것이다. 민주당 주장처럼 “순수한 시민들의 정치 참여”나 “일부 개인들의 일탈”로 도저히 볼 수 없다.
 
경공모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 선거 조직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정황은 또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국민의당에 9건의 대선 관련 고발 취소를 요구하면서 ‘드루킹’ 김씨가 연루된 사건을 포함시켰다. 나머지 8건은 모두 국회의원 또는 당직자가 고발된 사건이라서 일반인 관련은 이 건이 유일했다. 경공모의 선거운동은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여사가 지난해 민주당 경선 대회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다 “경인선도 가야지, 경인선에 가자”고 말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있다. 김씨가 만든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라는 조직의 회원 대부분이 경공모 회원이다. 김씨의 이 같은 불법적 대선 개입은 그의 괴이한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김경수 의원에게 요구한 오사카 총영사 임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7년 대선 댓글부대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아? … 니들이 멘붕하게 해줄 날이 곧 올 거다’고 적었다.
 
김씨와 경공모가 대선에서 민주당의 온라인 대응 활동을 맡았음을 ‘고백’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제 ‘드루킹 게이트’는 대선 관련 사안이 됐다. 지난 대선의 정당성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막겠다며 청와대와 민주당이 축소·은폐 수사를 도모한다면 더 큰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검찰과 경찰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제라도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려는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 덮으려 해서 덮어지지 않고, 감싸려 해도 감싸지지 않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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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