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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댓글 조작, 정치인과 ‘관심 조작 비즈니스’의 결탁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정치적 성격의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 또다시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아직 지난 정부의 조직적 댓글 사건으로 인한 국민의 충격과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인 김모(49·필명 드루킹)씨는 조직적인 댓글 관리를 통해 여론을 조작해왔고 최근에는 불법적인 매크로(반복 수행 프로그램)까지 동원했음이 드러났다.
 
온라인 여론조작은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이미 미국·중국을 포함한 20여개 국가에서 여론조작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국내·외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선거마다 금전적 대가를 받고 댓글을 다는 사건들이 지속해서 발생해왔다. 하지만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없이 이런 상황을 방치해온 결과 지금은 더 치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포털의 댓글 기능 자체를 없애자고 하거나, 3년 전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던 인터넷 실명제 얘기가 다시 나올 정도로 문제는 더 악화했다.
 
온라인에서 관심을 많이 받으면 그게 곧 경쟁력이 되고, 온라인에서 더 많은 관심을 얻은 사람이 ‘수확체증의 법칙’에 따라 더 큰 기회와 보상을 받는 ‘관심 경제 시대’다. 특히 대중의 관심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과 관심을 조작하는 비즈니스의 결탁은 필연적이다. 또한 네이버 등 포털에서 더 많은 댓글을 쉽게 작성하게끔 만들 수밖에 없는 광고수익과 연계된 ‘댓글 경제학’도 작동하고 있다.
 
댓글조작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정치권과 기업 등에서 많은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댓글과 공감 수, 검색순위를 조작해 주고 금전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런 환경에서 드루킹과 같은 브로커들과 ‘언더 마케터’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내·외에서 정치적 목적의 댓글 여론조작의 가장 큰 문제는 특정 정치인의 당락 문제를 떠나 주권자인 국민의 자율의지에 기반한 건전한 여론 형성과 사상의 경쟁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라면 집단지성을 통한 온라인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이상은 실현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론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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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대응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상황은 더 암울해 보인다. 전 세계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작성한 『인공지능의 악의적 활용』보고서에 따르면 단순한 매크로 기술을 넘어 인공지능 기술이 앞으로 선거에서 여론을 조작하는 온라인 선전 활동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앞으로 우리에게는 수많은 선거와 민주주의 절차들이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드루킹 사건을 포함한 기존 사건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더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기회를 댓글 여론조작 활동을 근절시키고 온라인에서 민주주의 절차를 회복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미 주요 국가들은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사이버위협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은 디지털 민주주의 방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캐나다는 선거제도, 정당 및 정치인과 언론에 대한 사이버 위협을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한다.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포털 계정 구매, 매크로 구매, 조작 의뢰로 시작되는 댓글조작 활동에 대한 ‘킬 체인’ 모델을 만들고, 단계별 종합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법적으로는 댓글 여론조작 행위는 국민을 속이고 민주적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반헌법적 행위로 규정하고, 관련자를 중범죄로 엄벌하는 원칙을 정해야 한다.
 
또한 정치인들이 먼저 관심을 더 많이 받기 위한 불법적 댓글 조작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만 안 걸리면 그만이라거나 ‘내로남불’ 같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언더 마케팅 업체와의 관계를 끊고 정정당당히 경쟁하는 룰을 마련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이런 수요·공급 고리를 효과적으로 끊지 못한다면 정치적 목적의 여론조작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주요 포털들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국민의 민주주의 절차와 활동을 구성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익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매크로를 이용한 여론조작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댓글 정책과 기술을 강화하고 지속해서 관리해나가야 한다. 6월 지방선거부터 댓글조작 등 불법 없이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깨끗하게 치러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선진적인 온라인 민주주의 국가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어야 한다.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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