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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밤 벚꽃

밤 벚꽃
 -이면우(1951~  )
  
시아침 4/19

시아침 4/19

젊은 남녀 나란히 앉은 저 벤치, 밤 벚꽃 떨어진다  
떨어지는 일에 취한 듯 닥치는 대로 때리며 떨어진다  
가로등 아래 얼굴 희고 입술 붉은 지금  
천 년을 기다려 오소소 소름 돋는 바로 지금
몸을 때리고 마음을 때려, 문득 진저리치며 어깨를 끌어안도록  
천 년을 건너온 매질처럼 소리 안 나게 밤 벚꽃 떨어진다.  
  
밤에 지는 벚꽃 잎들은 연인들을 응원한다. 몽환적으로 다정한 이 취한 밤을, 얼굴 희고 입술 붉은 청춘들의 체온을 높여준다. 그리고 머뭇거리는 몸과 마음을 때려 서로를 끌어안게 한다. 사랑도 개화도 벌써 천 년 전에 예정된 것이다. 열매 맺는 수고를 모르는 꽃 시절, 청춘은 아름답다. 천 년을 한결같이 서툰 사랑들을 부추기는 밤 벚꽃은 아름답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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