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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2년 남기고 사퇴…정권 바뀌면 반복되는 퇴진 악습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대치동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긴급 이사회를 마친 뒤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젊은 사람에게 회사의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대치동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긴급 이사회를 마친 뒤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젊은 사람에게 회사의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정권이 바뀌면 수장도 바뀌는 ‘포스코 잔혹사’가 재연됐다. 권오준(68) 포스코 회장이 18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다.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2020년 3월까지 임기가 2년이나 남아 있었다.
 
권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100년 기업 포스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인재가 최고경영자를 맡는 게 좋겠다”며 퇴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석연찮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6년 만에 최대 실적(영업이익 4조6000억원)을 올렸다. “사퇴는 오랫동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했지만 권 회장은 불과 19일 전인 지난달 31일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까지 열면서 의욕을 보였다.
 
그의 사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권 회장의 사퇴설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불거져 나왔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까닭이다. 특히 권 회장이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경제인단에서 제외되면서 교체설이 증폭됐다. “다른 대기업에 비해 미국 사업 실적이나 투자 계획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이후 권 회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의 호프미팅에 초청돼 사퇴설이 가라앉는 듯했으나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12월 중국 방문단에서 거푸 제외됐다.
 
권 회장은 앞서 최순실씨에 대한 특검 수사 과정에서 한 차례 수사를 받았다. 최씨 등이 권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빌미로 차은택씨가 포스코의 광고계열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 한 의혹은 현재 재판을 앞두고 있다.
 
또 검찰은 권 회장의 고등학교 동창인 유모씨가 협력업체로부터 로비자금을 챙긴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황병주)는 포스코가 발주하는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유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유씨는 각 업체로부터 많게는 수억원대의 커미션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씨가 사업 수주뿐 아니라 채용·승진 등 인사 청탁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유씨의 수주 로비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포스코 경영 농단’ 등 대규모 비리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엔 “이명박 전 대통령 때의 자원개발 사업 비리에 포스코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계속 제기됐다.
 
이 밖에 권 회장과 함께 사퇴설이 제기됐던 황창규 KT 회장이 최근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직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포스코는 이날 권 회장의 사퇴를 알리는 보도자료 말미에 “정치권의 압력설이나 검찰 내사설은 사퇴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설명을 붙였다. 하지만 전임 정준양 회장과 그 전임 이구택 회장을 비롯해 역대 포스코 회장 가운데 정권이 바뀐 뒤에 정해진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친 전례가 없다.
 
권 회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재계에서는 “민영화된 기업이 정치 외풍에 흔들리는 관행이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포스코는 정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적 측면으로 바라봐야 하는 기업 자산”이라며 “정치 개입을 차단하고 임기를 보장해 경영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포스코 이사회는 차기 CEO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이사회 의장과 전문위원회 위원장 등 사외이사 5명, 그리고 현직 CEO로 ‘CEO 승계 카운슬’을 구성해 여기서 사내·외 회장 후보를 추천하기로 했다. 추천된 후보 중 이사회에서 CEO를 확정하고,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후보 추천과 심사 등의 절차를 거치면 차기 회장 선출에 2개월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정진우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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