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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바다 사나이 저력…죽어가던 세네갈 참치회사 살렸다

김재철 회장 아프리카 진출 결실
‘현대판 장보고’로 널리 알려진 김재철(83) 동원그룹 회장의 아프리카 진출이 7년 만에 첫 결실을 맺었다. 2011년 동원산업이 인수한 세네갈 국영기업인 참치캔 회사 ‘스카사(S.C.A SA)’가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올해 1분기 스카사는 114억원의 매출과 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지역은 얼마 전까지 그룹 내부에서 사업철수를 검토할 만큼 고전을 면치 못했던 곳이다.
 
동원그룹은 2008년 미국 스타키스트 인수를 기점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산·식품·포장·운송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의 해외 기반을 다져 글로벌 생활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동원그룹]

동원그룹은 2008년 미국 스타키스트 인수를 기점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산·식품·포장·운송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의 해외 기반을 다져 글로벌 생활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동원그룹]

동원이 세네갈에 진출한 이유는 수출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리적으로 유럽이나 중동과 가깝다 보니 여기서 참치캔을 만들어 수출 기지로 활용하고자 했다. 대서양과 가까운데 인건비는 저렴하니 생산비를 아낄 수 있고, 세네갈 정부에 주어지는 어획 쿼터량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2011년 11월, 세네갈 국영기업인 참치캔 회사 SNCDS를 인수해 ‘스카사(S.C.A SA)’로 이름을 바꿨다. 2008년 세계 최대 참치캔 회사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해 미국과 중남미 에콰도르 시장에 진출한 경험을 바탕으로 순조로운 사업을 예상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세네갈 현지 노동 문화는 한국이나 그동안 진출한 다른 나라와 달랐다. 직원들은 정시 출근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일부다처제인 문화로 가족 행사도 많았는데 이를 이유로 무단결근하는 일이 잦았다. 문화를 바꾸려는 회사의 시도는 번번이 직원과의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생산성도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임원들 사이에선 “나아질 기미가 없는데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2016년 여름, 그룹 내부 경영진 회의에서 세네갈 사업 철수를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때 김재철 회장이 내린 결론은 ‘철수 불가’였다. “그룹 글로벌 전략에 차질이 생기는 데다 국내 다른 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할 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김 회장은 경영의 틀을 아프리카 현지에 완전히 맞출 것을 주문했다.
 
주재 직원들은 부족문화 특성에 맞춰 대여섯 시간 넘는 거리를 이동해 현지 직원 경조사를 모두 챙기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의 축구 사랑에 맞춰 축구장과 축구화를 제공하며 직원들과 함께 뛰었다. 냉담하던 직원들이 점점 마음을 열면서 작업 효율도 오르기 시작했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평가와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해 의욕도 높였다. 품질 향상을 돕기 위해 동원산업 본사가 조업선 3척을 세네갈에 보냈고, 잡은 참치 중 가장 질 좋은 원어를 스카사에 먼저 납품했다.
 
품질이 높아지자 미국·유럽 고객사와도 거래가 시작됐다. 인수 당시 연간 5000t이던 원어 처리량은 현재 1만5000t 수준에 이른다. 지난해 말에는 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한 자체 브랜드 ‘캡 아프리카’도 내놨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가운데)이 2013년 스카사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가운데)이 2013년 스카사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카사에서 일하는 세네갈 현지 인력도 400명 규모에서 지금은 600명으로 늘었다. 세네갈에서의 경제유발 효과는 4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스카사는 올해 하반기까지 현지 직원 수를 1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동원그룹은 스카사의 올해 연 매출 600억원, 영업이익 45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원어 처리량도 향후 연간 3만t 수준으로 높여 현재 수출 중인 미국과 유럽 물량을 늘리고 중동 등 새로운 지역으로 수출 지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중동 지역은 인구가 많고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참치 수요가 많아 전망이 밝은 시장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오대양 육대주에 모두 진출하는 것이 목표인데, 스카사를 통해 그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 며 “국내보다는 글로벌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땅도 좁고 자원도 부족한 한국은 세계로 뻗어 나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경영 철학이다.
 
실제 동원그룹은 스타키스트와 스카사 인수를 기점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4년 남태평양 사모아의 포장재회사 탈로파시스템즈를, 이듬해엔 베트남 최대 포장재회사 TTP와 MVP를 인수했다. 수산·식품·포장·운송으로 이어지는 4개 축의 해외 기반을 골고루 다져 글로벌 생활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바다 개척을 경영 철학으로 삼아 온 김 회장은 ‘현대판 장보고’로 불린다. 1958년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에 올라 참치잡이를 시작해 27세에 선장으로 남태평양 바다 생활을 하다 69년 동원산업을 만들었다. 동원그룹은 수산과 식품, 물류와 종합포장 등 16개 계열사로 현재 재계 37위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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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