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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회장 퇴진, 되풀이된 '포스코 잔혹사'

정권이 바뀌면 수장도 바뀌는 '포스코 잔혹사'가 재연됐다. 권오준(68) 포스코 회장이 18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다.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2020년 3월까지 임기가 2년이나 남아있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3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3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사상 최대 실적에도 정권 바뀌자 자리 유지에 부담
권 회장은 이사회에서 "100년 기업 포스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인재가 최고경영자를 맡는 게 좋겠다"며 퇴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석연찮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6년 만에 최대 실적(영업이익 4조6000억원)을 올렸다. "사퇴는 오랫동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했지만 권 회장은 불과 19일 전인 지난달 31일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까지 열면서 의욕을 보였다. 그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 교체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정도에 입각하는 게 최선이다. 포스코가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애정을 갖고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권 회장의 사퇴설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거론됐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까닭이다. 특히 권 회장이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경제인단에서 제외되면서 교체설이 증폭됐다. 경제인단 구성을 조율한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요 경제단체로부터 추천받은 명단에는 권 회장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지만, 심의 단계에서 "다른 대기업에 비해 미국 사업 실적이나 투자 계획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빠졌다. 그러나 포스코는 미국에서 냉연공장을 가동 중이고, 철강이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에서 대표적인 피해 품목이라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전 정권 자원개발사업 연루 의혹도 부담  
이후 권 회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 초청돼 사퇴설이 가라앉는 듯했으나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12월 중국 방문단에서 거푸 제외됐다. 
 
권 회장은 앞서 최순실 씨에 대한 특검 수사 과정에서 한차례 수사를 받았다. 최 씨 등이 권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빌미로 차은택이 포스코의 광고계열사인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려 한 의혹은 현재 재판을 앞두고 있다. 
 
또 검찰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고등학교 동창인 유모 씨가 협력업체로부터 로비 자금을 챙긴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황병주)는 포스코가 발주하는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유 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유 씨는 각 업체로부터 많게는 수억 원대의 커미션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씨가 사업 수주 뿐 아니라 채용·승진 등 인사 청탁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유 씨의 수주 로비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포스코 경영 농단’ 등 대규모 비리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 권 회장과 함께 사퇴설이 제기됐던 황창규 KT 회장이 최근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직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는 이날 권 회장의 사퇴를 알리는 보도자료 말미에 "정치권의 압력설이나 검찰 내사설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설명을 붙였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역대 포스코 회장 가운데 정권이 바뀐 뒤에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친 전례가 없다"며 "권 회장이 여러 경로를 통해 직을 유지하는데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권 회장의 전임인 정준양 전 회장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에 잇따라 배제된 뒤 세무 조사가 시작되자 사퇴했다. 이구택 전 회장도 한 차례 연임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뒤 '정치권 외압 논란' 속에 물러났다.
 
권 회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재계에서는 "민영화된 기업이 정치 외풍에 흔들리는 관행이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포스코는 정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적 측면으로 바라봐야 하는 기업 자산”이라며 "정치 개입을 차단하고 임기를 보장해 경영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포스코 이사회는 이날 차기 CEO를 선임하기 'CEO 승계 카운슬'을 운영하기로 했다. CEO 승계 카운슬은 이사회 의장과 전문위원회 위원장 등 사외이사 5명과 현직 CEO로 구성된다. 인재 육성 시스템을 통해 육성된 내부 인재와 함께 외부 서치 펌(Search Firm) 등에서 발굴한 외부인재를 이사회에 함께 제안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후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CEO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군의 자격을 심사한 뒤 다시 이사회를 열어 후보를 확정한다. 이 후보는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선임된다.
 박태희·정진우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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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