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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지니' 강혜진 "댓글 90%가 선플, 제일 심한 욕이 '바보야'에요"

키즈 콘텐츠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강혜진(30)씨. 지난 16일 서울 구로동의 사무실에서 자신의 캐릭터 인형을 들고 웃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키즈 콘텐츠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강혜진(30)씨. 지난 16일 서울 구로동의 사무실에서 자신의 캐릭터 인형을 들고 웃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해 2월, 아이가 있는 가정에선 난데없는 소동을 겪어야 했다. 인기 있던 장난감 리뷰 콘텐츠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에서 캐리 역을 맡았던 강혜진(30)씨가 계약 만료로 그만두게 된 게 발단이었다. 아이들은 "캐리 언니가 떠났다"며 며칠 밤을 울었다.
 
그해 5월 '지니'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강씨는 독자적으로 채널 '헤이지니'를 개설했고, 단 1년 만에 구독자 수 80만명을 넘겼다. 전체 340여개 동영상의 총 조회 수는 2억7500만 건. 기성세대들은 잘 모르지만, 아이들 사이에선 '뽀로로' 다음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지난달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30세 이하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인에 강씨를 선정하기도 했다.

 
"아이들한테 사랑 받는 비결이요? 진짜 노는 거죠'"
지난 16일 서울 구로동 사무실에서 만난 강씨에게 인기 비결부터 묻자 "절대 연기하지 않기 때문"이란 답이 돌아왔다. 강씨는 매일 10분 내외의 영상을 한 편씩 꾸준히 올린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젤리를 만드는 등 각종 체험 모습을 담는다. 인형 '콩순이'와 함께 호텔의 캐릭터 방에서 노는 영상은 조회 수가 1800만건을 넘어섰다. 소재 선택 등 기획과 촬영, 편집에 참여하는 인원은 본인 포함 총 3명.
 
강씨는 "어떤 장난감과 체험을 소개할지 판단 기준은 하나"라며 "내가 정말 즐겁게 놀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다"고 말했다. 강씨는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가 정작 재미가 없으면 영상을 찍던 도중에도 그냥 접는다"며 "그렇게 찍다가 중단한 영상만 수십 개"라고 말했다. 강씨의 녹화장에는 따로 대본이 없다. 우리가 친구들과 놀 때 대본을 보지 않듯 강씨도 그저 놀 뿐 대본을 써놓지도, 연기하지도 않는다.
 
촬영 내내 강씨는 여러 소품을 이용해 다양한 표정을 지었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촬영 내내 강씨는 여러 소품을 이용해 다양한 표정을 지었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방송연예를 전공한 강씨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행사 MC, 리포터 등을 했다. 키즈 콘텐츠 만들기에 나선 건 2015년부터다. 디즈니 만화와 피규어 장난감,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 기쁜 마음으로 시작했다. 강씨의 키즈 콘텐츠는 높은 톤의 목소리와 다채로운 표정이 특징이다.
 
강씨는 "우리가 평소에도 어린 아이들에게는 덤덤하게 얘기하지는 않지 않나. 항상 영상을 찍을 때 카메라 뒤에 수많은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하이톤 목소리나 다양한 표정이 나온다"고 말했다. 강씨는 "예전에는 정기적으로 동대문이나 목동 쪽의 장난감 도매시장을 들렀는데 최근 일이 많아지면서 주로 인터넷 자료 검색을 통해 국내외 장난감과 아이들을 좋아하는 소재들이 뭔지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나온 자신의 캐릭터 인형을 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강혜진 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근 나온 자신의 캐릭터 인형을 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강혜진 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자녀들을 위해 돈을 아끼는 부모는 없다. 키즈 콘텐츠 시장은 거칠게 말하자면 '돈 되는 시장'이다. 업계에서는 키즈 시장의 규모가 약 40조원에 이르는 걸로 보고 있다. 강씨와 파트너 관계인 CJ E&M 다이아TV(1인 창작자 지원 사업)가 지난해 7월 말 기준 1300개 파트너 크리에이터 채널을 분석한 결과 총 누적 조회 수(2013년 7월~지난해 7월 기간) 중 34.5%가 키즈 콘텐츠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강씨는 "결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강씨는 "강연을 나가서도, 조언을 구하는 사람에게도 제일 처음 하는 얘기가 '결코 돈 벌려고 하는 거라면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그저 좋아서 시작한 건데 점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90% 이상이 선플, 가장 심한 욕은 "바보야"
 
강씨는 자신의 책임감을 "종교 같은 신념"이라고 표현했다. 강씨는 "지난 13일부터 뮤지컬 '헤이지니&럭키강이'를 올리고 있는데 뮤지컬 내용 중 버려진 장난감들이 슬퍼하는 내용이 나온다"며 "이걸 보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옛날 장난감을 다 꺼내고 미안하다고 한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이 정도로 순수하다. 아무리 짧은 영상이라도 쉽게 만들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강씨 영상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영상에 달리는 댓글 중 90% 이상이 '선플(선한 댓글)'이라는 점이다. 강씨는 "한 번씩 다른 인기 유튜버들과 함께 영상을 찍기도 하는데 다들 "나는 악플이 50%인데 여긴 선플이 왜 이렇게 많느냐"며 깜짝 놀란다"며 "대부분 '예쁘다' '귀엽다' '사랑해요'라는 댓글이고, 가장 심한 욕도 '바보야' 정도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호텔에서 캐릭터 방을 체험하는 영상. 친구인 '콩순이(인형)' 방을 방문하는 설정이다. 이 한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1800만뷰를 넘겼다. [사진 유튜브]

경기도의 한 호텔에서 캐릭터 방을 체험하는 영상. 친구인 '콩순이(인형)' 방을 방문하는 설정이다. 이 한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1800만뷰를 넘겼다. [사진 유튜브]

협찬·홍보비 안 받고 TV광고 제의도 거절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강씨는 영상 제작에 있어 보수적이다. 우선 장난감 소개 대가로 결코 홍보비나 협찬비를 받지 않는다. 장난감 업체에서 보내온 장난감 중 실제 재밌는 장난감만 소개한다. TV 광고도 수없이 제의가 들어왔지만 지금까지 블럭 장난감 광고 단 한 곳에만 응했다. '헤이지니'와 색깔이 맞았고, 계속된 제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강씨의 주 수익원은 유튜브 영상에 붙는 광고다.
 
강씨의 올해 목표는 최대한 많은 아이들과 직접 만나는 것. 지난 13일부터 한 달간 전국 17개 도시에서 뮤지컬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씨는 "지난해에는 영상 찍어 올리는 것에 치중했더니 직접적인 피드백이 많이 받지 못했다"며 "직접 만나서 눈도 마주치면서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강씨는 "내년쯤에는 키즈 웹드라마도 만들어 보고 싶다"며 "아이들과 어른들의 시점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할 생각"이라며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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