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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북핵 빅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9일 후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핵심 의제는 비핵화다. ‘정의의 보검’인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버텨 온 북한이 올해 초 입장을 선회해 거래 가능하다고 말한 것을 문서로 공식화할 수 있을지 여기서 정해진다. 만약 핵·미사일 앞에 ‘매각 가능’이라는 푯말이 붙으면 5~6월 중으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에서 가격 흥정이 이뤄질 수 있다. 북한의 매도 가격과 미국의 매수 가격이 얼마나 근접한지에 따라 빅딜(big deal)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북한의 매도 호가는 얼마일까. 지난해에 비해 상황은 북한에 크게 불리해졌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지난해 하반기, 북한의 호가는 100 근처까지 치솟았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상태에서 미국에 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제재와 군사적 압박이 북한을 옥죄면서 올해 초엔 이 가격이 반 토막 났고, 하반기에는 다시 절반으로 떨어질 상황이었다.
 
다급한 김정은은 대반전을 기획했다. 평창올림픽에 참여했고 남한 특사에게 비핵화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미·북 정상회담의 위험 부담을 줄이고 제재를 일부나마 완화시키고자 시진핑에게 달려갔다. 그 결과 지금 호가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요구할 정도인 60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행에 시간을 끈다면 미국 내 정치와 미·중, 미·러 관계의 변화에 따라 핵·미사일을 포기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고 내심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매수 호가는 큰 변동 없이 일정하다. 0이 아무런 보상을 제시하지 않고 비핵화를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현재 미국의 지불 의사는 20 정도다. 즉 비핵화가 완료될 때 북한과 국교를 맺고 일정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할 용의는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단기간에 비핵화를 끝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제재 완화는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북한의 매도 호가 60과 미국의 매수 호가 20의 차이는 적지 않다. 이 차이를 어떻게 줄이는가가 비핵화 거래의 성공을 좌우한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때 얻을 수 있는 편익, 특히 경제적 이점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해야 한다. 김정은은 비핵화 거래로 북·미 수교에다 경제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다면 정권 유지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북한의 고속 성장을 이끌면서 동시에 비핵화를 불가역적으로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구상을 북한에 제시해야 할 이유다(중앙일보 3월 28일자 필자의 중앙시평 참조). 그래야 김정은이 핵 매도 가격을 크게 낮출 유인이 생긴다.
 
김병연칼럼

김병연칼럼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명시를 넘어 ‘완전하고 신속한 비핵화’ 합의를 목표로 해야 한다. 비핵화는 북한 핵·미사일의 완전 폐기를 의미하며 이를 가능한 한 신속히 달성한다는 것에 두 정상이 합의한다면 대단한 성공이다. 이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함으로써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를 가질 것이다.
 
우리 정부는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미국과 정밀하게 조율해야 한다. 한·미 간 이견이 엿보이면 북한의 매도 호가만 올라갈 수 있다. 다음은 북핵 거래를 완결짓기 위해 합의할 수 있는 제재 관련 조치다. 첫째로 광물 수입 금지,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의 귀북(歸北) 조치, 합작투자 금지라는 핵심 제재 3종 세트는 비핵화 완료 이전에는 해제하지 않아야 한다. 앞의 두 제재는 북한의 가장 중요한 돈줄을 막는 것이며, 마지막 제재는 돈벌이에 목마른 북한 정권이 중국 등을 이용해 외화를 벌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제재가 조기에 해제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인센티브는 크게 줄어든다. 신속하게 비핵화를 완료하기 위해서도 이를 풀어서는 안 된다.
 
둘째로 3종 핵심 제재를 제외한 다른 제재는 북한의 핵무기·핵물질 신고와 사찰, 검증이 만족하게 끝날 경우, 덜 중요한 것부터 점진적으로 해제 가능하다. 또 비핵화 과정에서 인도적 지원 및 미국의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비핵화에서 이탈하면 바로 이 모든 것이 원상 복귀되도록 ‘스냅백(snapback)’ 조항을 합의 문서에 넣어야 한다.
 
난관을 뚫고 여기까지 온 것은 제재 완화를 경계하고 한·미 공조를 지지한 다수 국민의 여론과, 북한의 변화 조짐을 순발력 있게 이용한 우리 정부의 노력이 결합된 결과다. 국민과 정부의 합작이 정상회담과 비핵화 과정에도 지속돼야 한다. 남북한 주민의 생명이 여기에 달려 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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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