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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는 신예와 노장의 칸막이가 없다

제30회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무대에 10일 데뷔한 피아니스트 김준희. [사진 예술의전당]

제30회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무대에 10일 데뷔한 피아니스트 김준희. [사진 예술의전당]

10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피아니스트 김준희(28)가 등장했다. 무대에는 춘천시립교향악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휘자, 악장과 인사를 나눈 김준희는 그만 청중에게 인사를 깜빡한 채 피아노 앞에 앉았다. 젊은 연주자의 엉뚱한 모습에 잠시 당황한 청중은 곧 독특한 음악을 만났다.
 
김준희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은 화려하고 분명했다. 빠른 부분을 더욱 빠르게 강조하고 짧은 음표들이 붙어있는 부분은 더욱 급하게 몰아붙이며 음악을 끌고 나갔다. 무엇보다 소리를 영민하게 다루는 감각이 돋보였다. 연주를 끝낸 김준희는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상태에서 이 곡을 쓴 라흐마니노프의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무대는 김준희의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데뷔였다. 예술의전당은 개관 이듬해인 1989년부터 전국의 교향악단을 모아 교향악축제를 열었다. 교향악단 한 곳당 독주자 한 명을 협연자로 짝지어준다. 올해로 꼭 30번째인 교향악축제는 믿을만한 국내 독주자들을 청중에게 소개하는 무대로 자리 잡았다. 신인들은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들고 교향악축제에 도전한다.
 
김준희는 “이렇게 힘든 연주는 처음이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하는 공연은 늘 떨리지만, 교향악축제는 특히 더 긴장됐다. 청중의 기대가 높은 큰 무대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준희는 2007년 17세에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던 피아니스트다. 16세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고, 지난해 호로비츠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연주 경험이 많고 경력은 화려하지만, 교향악축제의 무게감은 상당했다. 그는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무대에 나가면서부터 관객은 없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인사를 까먹은 것 같다”라고 웃었다.
 
30번째 교향악축제에는 김준희와 같은 ‘새로운 발견’과 피아니스트 백건우(72) 같은 노장이 교차하는 장이다. 백건우는 5일 대만국가교향악단과 협연했다. 1일 KBS교향악단과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35)으로 시작한 교향악축제에는 국내 16개 오케스트라와 대만국가교향악단이 총 17회 공연을 연다. 피아니스트 손정범(27),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1) 등이 오케스트라들과 협연 무대에 섰다.
 
젊은 협연자들의 무대는 계속 이어진다. 피아니스트 신창용(18일 과천시향), 바이올리니스트 양정윤(20일 제주교향악단) 등이다. 19일에는 피아니스트 이경숙(74),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69)이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신구 독주자의 무대인 교향악축제는 21일 끝난다. 폐막공연에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 박영민,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출연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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