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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끈벌레가 점령한 한강 하구…봄철 실뱀장어 조업 망쳐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부근 한강 하구 실뱀장어 조업구역. 전익진 기자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부근 한강 하구 실뱀장어 조업구역. 전익진 기자

 
지난 17일 오후 8시 30분쯤 경기도 고양시 행주외동 행주나루터. 기자는 어부가 모는 1t급 어선에 올라 어둠 속에서 200여 m 떨어진 실뱀장어 어획 현장으로 향했다. 한 어부가 라이트 한 개를 켠 채 미리 쳐 놓은 실뱀장어 그물을 걷어 올렸다. 그물을 열자 지렁이처럼 생기고 붉은색을 띤 ‘끈벌레’가 그득하게 걸려 있었다.
 
그물 안은 끈벌레에서 나온 점액질이 묻어 온통 끈적거렸다. 어부는 얼른 그물을 채반에 부은 뒤 걸러 3∼4㎝ 길이 가량의 실뱀장어를 골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작 3마리만 나왔다. 1마리는 이미 죽은 상태였다. 어부는 “살아있는 실뱀장어도 끈벌레에서 나온 점액질이 몸에 묻어 있어 곧바로 모두 죽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6일 오후 8시 30분쯤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부근 한강 하구에 설치한 그물에 걸린 지렁이와 비슷한 형태의 끈벌레. 전익진 기자

지난 16일 오후 8시 30분쯤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부근 한강 하구에 설치한 그물에 걸린 지렁이와 비슷한 형태의 끈벌레. 전익진 기자

 
어부는 인근에 설치해둔 그물을 연이어 거둬 올려봤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늘 하루 동안 마리 당 4500원 하는 고급어종인 실뱀장어 700여 마리를 그물로 건져 올렸지만 모두 죽는 바람에 300여 만원의 피해를 보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끈벌레에 의해 점령당하다시피 한 한강 하구의 봄철 실뱀장어 조업현장 모습이다.  
 
한강 하구 끈벌레는 지난달 중순부터 눈에 띄기 시작해 이달 들어 급격히 수가 늘어나고 있다. 집중 발견지점은 한강 하류인 고양시 행주대교에서 신곡수중보 하류 사이 15㎞ 구간이다. 끈벌레는 예년에 비춰볼 때 다음 달 말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어부들은 보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한강 하류에서 나온 끈벌레. [중앙포토]

경기도 고양시 한강 하류에서 나온 끈벌레. [중앙포토]

 
끈벌레는 2013년 한강 하구에 나타나면서 국내에 처음 보고된 바다에 사는 신종 유해 생물이다. 몸길이 20~30㎝이며, 붉은색을 띠고 있다. 머리 부분은 원통형에 가깝지만 꼬리 부분으로 가면서 납작하다. 이동성이 좋고 주로 모래나 펄 속, 해조류 사이, 바위 밑에 서식한다. 신경계 독소를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등 어류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포식성이 강하다.
 
어부 한상원(59)씨는 “3월 하순부터 6월 초순까지 이어지는 실뱀장어 조업 철에 나타나는 끈벌레로 인해 연간 소득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실뱀장어 조업을 수년째 망치고 있다”며 “이 결과 어민들은 생계대책이 막막할 정도의 막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오후 8시 30분쯤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부근 한강 하구에 설치한 그물에 걸린 실뱀장어. 전익진 기자

지난 16일 오후 8시 30분쯤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부근 한강 하구에 설치한 그물에 걸린 실뱀장어. 전익진 기자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부근 한강 하구에 설치한 그물에 끈벌레와 같이 걸려 죽은 실뱀장어. 전익진 기자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부근 한강 하구에 설치한 그물에 끈벌레와 같이 걸려 죽은 실뱀장어. 전익진 기자

 
박찬수(59) 전 행주어촌계장은 “수년째 봄이면 끈벌레가 한강 하구 생태계를 점령하면서 봄철 실뱀장어 조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올봄의 경우 33명 어부 가운데 13명이 봄철 실뱀장어 조업을 아예 포기한 상태”라고 소개했다. 그는 “끈벌레가 나타나기 전인 10여 년 전만 해도 불과 4시간 실뱀장어 조업으로 4000만원의 어획고를 올린 기록이 있을 정도로 한강 하구는 실뱀장어가 넘쳤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심화식(63) ‘한강 살리기 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수년간 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끈벌레 집단 출현은 상류의 한강으로 오염된 방류수가 유입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끈벌레가 행주대교를 기점으로 한강 상류 6∼7㎞ 지점에 있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가 정상처리하지 않은 하수·분뇨를 한강에 방류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부근 한강 하구 실뱀장어 조업구역. 전익진 기자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부근 한강 하구 실뱀장어 조업구역. 전익진 기자

 
한편 한강 하류 ‘끈벌레’의 실체와 발생 원인 등이 오는 7월이면 드러날 전망이다.
인하대 산학협력단은 2016년 가을부터 오는 6월 말까지 한강 서울 가양대교부터 고양시 송포동한강 하류 15㎞ 구간에서 끈벌레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결과는 오는 7월 나올 예정이다. 앞서 산학협력단은 고양시로부터 ‘한강 수질과 끈벌레류 발생 원인 규명과 실뱀장어 폐사 원인 등 어업피해영향조사’ 용역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날 밤 기자와 조업 현장으로 나가 실뱀장어 조업 현장을 살펴본 한경남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어부들의 주장(끈벌레로 인한 실뱀장어 집단 폐사 등)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상류에 위치한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 등이 한강 오염 및 봄철 끈벌레 집단 발생 등과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등을 연구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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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