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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중국판’ 표트르 대제다”

최근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최근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장기 집권을 꾀한)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다르다. 오히려 그는 (러시아 근대화의 아버지인) 표트르 대제에 가깝다.”
 
 최근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 주석의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해 종신집권 논란을 빚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 대한 한 베이징 주재 애널리스트의 비유다. 
 
 푸틴처럼 부정선거를 딛고 장기집권에 들어선 ‘독재자’가 아니라, 과거 표트르 1세처럼 국가적 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시 주석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17세기 러시아 황제였던 표트르 1세는 강력한 행정 조직을 확립하고, 교육·문화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국가를 서구형 모델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역사적 인물이다. 러시아 현지에선 ‘근대화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고드프리 넬러(1646~1723)가 1698년에 그린 표트르 대제의 초상화.

고드프리 넬러(1646~1723)가 1698년에 그린 표트르 대제의 초상화.

 
 그런데 이 애널리스트의 비유처럼, 실제로 시 주석은 “종신 집권을 개인적으로 반대한다(personally opposed)”고 자신의 입으로 밝힌 적이 있다. 최근 국내외 관료들과 가진 세 차례 모임에서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의 모임에 참석했거나, 이 모임의 논의 내용을 파악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흥미로운 점은 시 주석이 이 모임에서 ‘주석 3연임 제한 조항’ 삭제에 대한 ‘오해’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는 것이다. 모임 당시 그는 “바깥 세계에서 잘못 해석했다(misinterpreted)”고 강조하면서, 자신이 맡은 세 직책(국가주석, 공산당 총서기, 당 중앙군사위 주석)을 조정하려는 목적으로 헌법을 개정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이어 FT는 “(중국 국가 주석직과 달리) 당 총서기 및 중앙군사위 주석직(職)은 애당초 연임 제한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앞서 중국의 이번 헌법 개정은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제안을 거쳐 지난달 13기 전인대 폐막식에서 이뤄졌다. 당일 출석한 전인대 대표 2960명 가운데 대부분(2958명)이 찬성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했다. 사실상의 만장일치였다.
 
 중국 지식층은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시 주석의 종신집권으로 27년간 장기집권한 마오쩌둥(毛澤東) 시절처럼 ‘일인 독재체제’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고 FT는 전했다.
 마오의 뒤를 이어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 헌법에 명시한 ‘주석직의 임기 제한 조항’을 30년 뒤 시 주석이 삭제했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중국 사회에서는 ‘시 주석이 장기 집권을 노리는 건 아니다’라는 주장이 조금씩 힘을 얻는 분위기다. 중국의 한 평론가는 인민일보를 통해 “주석 3연임 제한 조항 삭제가 시 주석의 종신집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한편 현재까지 시 주석은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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