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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줄여라 … 패션·뷰티 업계 업사이클링 바람

런던 헤롯백화점 쇼윈도에 의류 쓰레기가 쌓여 있다. 패션 브랜드 베트멍과 과잉 생산되는 의류에 대한 문제점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벌인 이벤트다. [사진 각 브랜드]

런던 헤롯백화점 쇼윈도에 의류 쓰레기가 쌓여 있다. 패션 브랜드 베트멍과 과잉 생산되는 의류에 대한 문제점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벌인 이벤트다. [사진 각 브랜드]

애써 모른 척 외면했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거부로 인해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하면서 나라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하루 발생 전국 폐기물은 41만 톤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양이 놀랍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쓰레기 발생량이 매년 2~4% 비율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8일 영국 런던의 해롯백화점은 1층 쇼윈도에 의류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은 파격적인 디스플레이를 공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패션 브랜드 베트멍과 함께 벌인 이벤트다. 약 한 달간 백화점 2층에 의류수거함을 설치하고 더이상 입지 않는 옷을 넣으면 1층 쇼윈도 공간에 떨어져 쌓이도록 한 것이다. 이벤트에 참가하면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한정판 베트멍 손목밴드를 받을 수 있어서 참가자는 금세 몰려들었고, 쇼윈도는 쉽게 채워졌다. 매년 과잉 생산되는 옷들로 발생하는 사회 문제점을 알리고 이에 대한 개선방법을 다 함께 고민해보자는 게 이번 이벤트의 취지였다.
 
쓰레기 문제는 이미 세계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패션·뷰티·인테리어 등 라이프스타일 산업 전반에선 ‘지속가능’ ‘자원순환’ ‘리사이클링’ 등의 키워드가 부상 중이다.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가 봉투·상자 대신 사용하는 포장용 보자기 ‘낫랩’. [사진 각 브랜드]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가 봉투·상자 대신 사용하는 포장용 보자기 ‘낫랩’. [사진 각 브랜드]

재생 나일론으로 만든 H&M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웨딩 드레스. [사진 각 브랜드]

재생 나일론으로 만든 H&M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웨딩 드레스. [사진 각 브랜드]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가 지속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겠다는 취지에서 종이 포장지 대신 ‘낫랩’(Knot wrap)이라는 이름의 천 보자기를 사용하고, 물에 녹아 분해되는 옥수수 전분 충전재를 사용하는 건 이미 유명하다. 2012년부터 유기농 천연섬유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만든 옷에 ‘의식 있는 소재’란 의미를 가진 초록색 ‘컨셔스’(conscious) 행택을 붙여온 ‘H&M’은 이달 그물망 등 각종 나일론 폐기물을 재생해 만든 ‘에코닐’ 소재로 웨딩드레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친환경 매트리스 브랜드 슬로우의 매트리스 포장용 면 주머니. [사진 각 브랜드]

친환경 매트리스 브랜드 슬로우의 매트리스 포장용 면 주머니. [사진 각 브랜드]

네덜란드 데님 브랜드 ‘머드 진스’는 청바지를 불필요하게 많이 생산해 내는 것 자체를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청바지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월 일정한 금액을 내고 ‘빌려’ 입은 청바지는 1년이 지나면 반환하는데, 이렇게 반환된 청바지는 빈티지 진으로 판매하거나 분해해 재생 원단을 만들고 다시 청바지를 제작하는 데 사용된다. 자연주의 침대 매트리스를 만드는 ‘슬로우’는 침대 매트리스를 포장할 때 비닐 대신 예쁜 글씨가 새겨진 캔버스 천 주머니를 만들어 씌운다. 매트리스를 들여놓은 뒤 이를 가지고 에코백을 만들거나, 계절 가전이나 가구를 덮어놓는 용도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버려진 트럭 방수천으로 가방을 만든 브랜드 ‘프라이탁’이 보여준 ‘업사이클링’이다. 버려질 운명에 처한 물건에 디자인을 통해 새 생명을 불어넣어 사용할 수 있는 새 물건으로 만드는 재활용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업사이클링은 한창 진행 중이다. 2012년 ‘래:코드’란 브랜드로 업사이클링을 시작한 코오롱FnC는 의류 재고를 분해해 새로 디자인한 옷과 가방을 만든다. 2016년엔 비교적 작은 천 조각으로도 만들 수 있는 반려견 의류 라인도 출시했다.
 
폐차의 가죽 시트로 만든 ‘모어댄’ 가방. [사진 각 브랜드]

폐차의 가죽 시트로 만든 ‘모어댄’ 가방. [사진 각 브랜드]

지난 2017년 9월 성동구 용답동에 개관한 ‘서울새활용플라자’는 국내 최대 업사이클링 문화공간으로 건물엔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작가 29팀이 입주해 있다. 그 중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건 폐차 시트의 가죽을 수거해 백팩 등 가방을 만드는 ‘모어댄’이다. 지난해 방탄소년단 멤버 랩몬스터가 이 가방을 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관심을 끌었고, 3월엔 김동연 부총리가 모어댄 가방을 직접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며 인기가 높아졌다. 요즘은 공급이 달릴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폐우산을 수거해 만든 ‘큐클리프’ 벨트백. [사진 각 브랜드]

폐우산을 수거해 만든 ‘큐클리프’ 벨트백. [사진 각 브랜드]

‘큐클리프’는 버려진 우산만을 수거해 가방·지갑 등 패션 잡화를 만든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윤호 공동대표가 직접 쓰레기 수거장을 찾아가 폐우산을 수거해 천연성분 세제로 꼼꼼하게 소독한 후 분해해 디자인에 들어간다. 이 대표는 “종종 생각지 못한 독특한 디자인의 원단을 찾을 때가 많다”며 “이런 원단으로 만든 가방은 내놓기가 무섭게 금세 팔려 나간다”고 말했다.
 
기부받은 청바지로 만든 ‘젠니 클로젯’ 미니 백. [사진 각 브랜드]

기부받은 청바지로 만든 ‘젠니 클로젯’ 미니 백. [사진 각 브랜드]

업사이클링 커뮤니티를 운영하던 이젠니 대표의 ‘젠니 클로젯’은 기부받은 청바지로 여성용 핸드백을 만드는 브랜드다. 이 대표는 업사이클링 DIY 클래스를 무료로 열고 있는데, 이 클래스 참가자들이 기부한 청바지가 가방의 재료다. 이 가방은 보통 10만원대에 판매되는데, 지난해 만든 한정판 가방의 경우엔 40만~60만원의 높은 가격에도 완판됐다.
 
이향은 성신여대(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전망을 밝게 본다. 그는 “지금 한국은 윤리소비가 성숙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환경을 생각해 공들인 업사이클링 상품의 가치는 점점 크게 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경희 기자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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