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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한국 조선(造船) 강국인데, 왜 조선업체들이 위기인가요

Q. STX조선해양이 가까스로 법정관리행을 면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고, 삼성중공업은 경영자금이 부족해 주식을 추가 발행했다고 합니다. 조선업체들 경영이 왜 어려워진 건가요. 
 
금융위기로 배 주문 줄고 저유가로 해양플랜트도 타격
 
A. 지금은 ‘수출 효자 종목’이라는 말이 주로 반도체에 쓰이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는 조선업을 지칭하는 용어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7년 5월로 잠시 돌아가 보면, 그 달에 조선업은 49억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자동차가 33억 달러, 반도체는 30억 달러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 당시만 해도 전 세계에서 만든 배 10대 중 4대가 한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중국이 33%, 일본이 25%의 시장 점유율로 맹추격해왔지만 ‘조선 강국 코리아’의 위상엔 비할 바 못 됐습니다. 10대 조선업체 가운데 6곳이 한국 기업이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굳이 2007년 시점을 중심으로 설명을 한 이유는 2008년 들어서면서 조선업에 큰 변화가 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2008년은 전 세계에 경제 위기가 닥친 해입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비롯한 금융위기는 전 세계의 수출 경기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지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경제위기가 오고 나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조선업에 영향을 주기 시작합니다. 이를 좀 어려운 말로 ‘경기 후행지표’라고 표현하지요. 경기가 안 좋아진다는 의미는 각 국가 사이에 물동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건을 싣고 나를 선박이 필요 없어진다는 뜻이지요. 경기가 위축되면 소비를 줄이게 되고, 국가 간 교역량도 같이 줄기 때문입니다.
 
실제 2007년 5252척에 달했던 선박 발주량은 2008년 경제위기의 해에 3381대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1258척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배를 주문하는 업체, 즉 수요는 크게 줄어든 상태였는데, 배를 공급하려는 업체가 많아져 있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2005~2006년, 그러니까 조선산업이 호황을 구가하던 시절,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는 중소 조선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습니다. 배 주문이 몰려 대형 조선소에서 미처 다 짓지를 못할 정도가 되자, 배를 만들어주는 가격은 치솟기 시작했고 ‘돈이 되는’ 조선업에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선박을 공급할 업체는 크게 늘어났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갑자기 주문량이 줄어드니 조선업체 간에는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몇 안 되는 발주라도 맡으려고 배를 더 싸게 지어주겠다는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겁니다. 이렇게 조선업의 위기의 1차 원인은 경기 하강이라는 큰 사이클에 수급 불일치가 더해진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조선 수요가 급감하자 국내 조선소들은 대체 먹거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입니다. 일거리가 없으면 당장 수만 명에 달하는 종업원들의 월급을 주기가 어려워집니다. 국내 조선소들은 선박을 대신할 만한 수입원으로 ‘해양플랜트’로 눈을 돌렸습니다. 유전개발을 위해 바다에 지어 놓은 대형 철골 구조물을 뉴스에서 본 일이 있으시죠. 이 구조물이 바로 해양플랜트입니다.
 
선박 주문량이 글로벌 경기와 물동량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해양플랜트 발주는 유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유가가 비싸면 유전을 개발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납니다. 원유를 뽑아 올리는 족족 비싼 값에 팔 수 있으니까요. 2008년, 그러니까 금융위기가 와서 선박 주문량이 떨어지던 그즈음 세계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릴 정도로 값이 비쌌습니다. 해양플랜트 주문이 많았던 것이지요. 업계에서는 유가가 50~60달러 선을 웃돌아야 해양플랜트 투자가 ‘남는 장사’가 되는 것으로 봅니다.
 
해양플랜트는 한동안 선박 주문 감소량을 상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2014년 들어 유가가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죠.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내려가더니 30달러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해양플랜트를 주문한 업체들은 주문을 취소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인도를 지연했습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중 물속에 고정하는 부분인 하부구조 제작 역량을 주로 갖추고 있었습니다. 상부에 올라가는 설비는 외국 업체들이 주로 만들었고 이를 ‘합체’해 해양플랜트를 완성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국내 조선사들은 상부구조까지 같이 수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통째로 수주하면 금액이 크게 올라갔기 때문이죠.
 
해양플랜트는 거액의 비용이 투입되는 사업입니다. 통째로 수주한 대형 플랜트는 한 건당 60억달러(6조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이 비쌉니다. 유가가 좋을 땐 빨리 완공해달라고 보채던 업체들이 유가가 폭락하자 손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거액의 돈을 들여 만들어놨는데 인도해가지 않으면 조선업체 입장에선 인건비와 금융비용 등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이 손실들이 2015년, 2016년 국내 조선업체 장부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국내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모두 조(兆) 단위의 적자를 기록하며 휘청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요 절벽이 엎친데, 유가 하락이 덮치면서 조선업체들이 위기를 맞은 것입니다.
 
조선업 불황이 심각한 건 고용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 빅3가 밀집한 거제와 울산의 고용은 크게 줄었습니다. 울산 지역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2013년 6만1000여 명에서 2017년 8월 기준 3만 8000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거제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도 9만3000명에서 8만1000명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은 2008년 시작된 조선업 10년 불황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업 경기를 전망하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전 세계 물동량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선박 발주도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1200억 달러(약 127조원) 규모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이는 2016년 글로벌 수주량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입니다. 이처럼 수요는 늘 전망이지만 글로벌 조선업계의 공급 능력은 중소 조선 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2012년 대비 40% 축소됐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버텨낸 조선업체들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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