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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트론·미스릴 … 잡코인 상장, 널뛰는 암호화폐 시장

전세계 거래량 상위 10개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7곳은 법정화폐 입출금이 불가능하다. 법정화폐는 달러·엔·원처럼 법으로 통용되는 게 보장된 화폐다. 전 세계 200여 개 거래소 가운데 다수는 비트코인을 가지고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을 사고 파는 시장(BTC마켓)이다.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거래소처럼 은행을 통해 원화를 입금하고, 그 돈으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살 수 있는 거래소는 드물다.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견인하는 거래소는 법정화폐가 입금되는 거래소다. 유동성 공급의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갑자기 700만원대에서800만원대로 뛰었다. 이 시간 거래의 60%가 홍콩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에서 이뤄졌다. 비트파이넥스에서는 달러나 유로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살 수 있다. 비트파이넥스로 들어온 현금(법정화폐)이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 올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암호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의 하나로 인정한 일본의 엔화 자금이 대거 시장에 유입되면서 하반기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말과 연초, 일본 엔화에 이어 암호화폐 시장을 광풍에 몰아넣은 자금은 한국 원화다. 업비트·빗썸 등 국내 거래소를 통해 원화가 대거 시장에 유입됐다.
 
같은 이유로, 지난 1분기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에 빠진 건 정부 규제로 은행이 거래소에 신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법정화폐가 암호화폐 시장에 공급되는 길목을 막은 셈이다.
 
암호화폐 시장이 아직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법정화폐가 유입되는 거래소는 보수적이다. 상장 종목에 신중을 기한다.
 
국내 거래소에서도 지난해 10월까지 상장된 암호화폐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업비트 개장으로 이런 공식이 깨졌다. 업비트에서는 40여개 암호화폐를 원화로 살 수 있고, 원화를 입금해 비트코인을 사면 그 비트코인으로 100여개의 암호화폐를 살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사이즈가 줄었으니 다른 거래소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데 그 방법의 하나가 신상품으로 유혹하는 것이다. 곧, 새로운 암호화폐의 상장이다.
 
이정아 빗썸 부사장은 “다양한 암호화폐를 상장해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회를 넓혀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먼저 움직인 곳은 업비트다. 일단 BTC 마켓부터 시작했다. 2월 14일 시린토큰을 시작으로, 15일 왁스, 16일 제로엑스, 17일 블록브이를 연달아 상장했다. 3월 2일에는 시가총액이 20억 달러를 웃도는 트론을 상장했다.
 
BTC 마켓에 이어 원화 마켓 문도 열었다. 지난달 22일 이오스를 상장했다.
 
빗썸도 합류했다. 지난 12일 오후 6시 미스릴과 엘프를 상장했다. 업비트에는 없는 종목이다. 거래량이 순간 폭증하면서 가격이 널뛰기했다. 상장가인 250원에 거래가 시작된 미스릴은 30분 만에 2만8812원까지 치솟았다. 115배나 올랐다. 하지만 이후 10분 만에 7498원까지 떨어졌다.
 
이렇게 가격이 널뛰기하니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한 투자자는 “1200만원 남은 거 회복해보려고 미스릴 넣었는데…진짜 죽을 거 같아요”라는 글을 올렸다.
 
일부 전문가는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낸다.
 
일본 금융청에 등록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대개 상장 종목 수가 10개에 못 미친다. 시가총액이 크고 생긴 지 2년은 지난 암호화폐가 대부분이다. 일본 최대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에는 총 7개의 암호화폐가 상장돼 있다. 시가총액 3위 암호화폐인 리플 조차도 아직 상장 안 됐다.
 
금융청의 등록 절차를 마치려면 암호화폐를 무분별하게 상장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정식 등록 거래소는 금융당국의 자금 추적이 어려운 익명성 화폐, 곧 대시·모네로·지캐시 등을 취급하지 않는다.
 
‘비트라이센스(BitLicense)’라는 거래소 인가제를 실시하는 미국 뉴욕주의 경우에는 거래소 신설 뿐 아니라 상장 종목 선정 때에도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는 “암호화폐 상장 절차를 까다롭게 해 검증되지 않은 소위 잡코인 거래로 인한 피해를 막는 게 투자자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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