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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김기식과 꿀 먹은 벙어리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기식 금감원장의 진퇴는 오늘 중앙선관위(위원장 권순일 대법관)의 유권해석으로 결정 난다. 앞뒤를 따지고 좌우를 살피건대 ①국회의원 재임 중 의정활동을 위해서만 쓰게 돼 있는 정치후원금 수천만원을 사실상 자기 연구소에 특별회비 명목으로 기부하고 퇴임 뒤 연구소장에 올라 급여로 챙긴 행위 ②동료 의원들이 불참할 만큼 노골적이었던 피감기관의 향응성 해외여행을 나 홀로 간 행위에 대해 선관위는 각각 “위법” “부도덕” 판정을 내릴 것 같다. ①과 관련해 선관위는 2년 전 위법이라고 똑 부러지게 유권해석했다. ②는 팩트 자체가 ‘당시의 관행’도 아닌 부도덕한 일일 뿐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판정이 있거나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사임시키겠다”고 입장문을 낸 만큼 김기식의 퇴진은 불가피해 보인다.
 
도대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남북 정상회담의 코앞에서 대통령의 집중성을 흔들고 민심을 악화시킨 ‘김기식 사건’은 어떻게 발생했나. 사건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임종석 비서실장이 최고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금감원장 자리에 김기식을 밀어 넣으려 한 데서 비롯됐다. 김기식의 위선과 이중성이 말썽 소지가 있음에도 이를 거르지 않은 조국 민정수석의 검증 실패도 임종석의 오판에 한몫했다. 두 사람은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김의겸 대변인의 입을 빌려 “김 원장의 해외출장은 공적인 목적의 적법 행위”(조국), “국회의원의 평균 도덕적 감각을 밑도는지 의문”(임종석)이라며 김기식 감싸기에 열중했다.
 
임종석과 조국의 헛발질은 청와대 인사의 적법성과 도덕성을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선관위에 물어보겠다는 듣도 보도 못한 조치에서 절정에 이른다. 선관위에 유권해석 질의서를 보낸 인사위원장의 해괴한 행태가 ‘내 손으로는 김기식을 자를 수 없다. 선관위 당신들이 자르든지 말든지 하라’는 방치와 책임 회피로 읽힌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돌아보면 대통령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은 대통령에게 부담 될 게 틀림없는 인사 문제를 20일간이나 정리하지 못했다. 인사권자의 입장보다 인사 대상자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악의 인사 실패가 예견됐음에도 청와대엔 꿀 먹은 벙어리 투성이였다. 장하성 정책실장,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대통령과 거리로 보나 지위의 엄중함으로 보나 문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했어야 했다. 세 사람은 김기식이 의원 시절, 혹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소장 때 각각 150만원·60만원(이상 강사료)·100만원(후원금)씩 받은 기록이 있다. 누가 꿀을 훔쳐 먹었느냐고 호통치는 훈장 선생님한테 거짓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했다고 자백하기도 무서워 입을 꾹 다문 서당 아이들에게서 ‘꿀 먹은 벙어리’가 유래했다고 한다. 세 사람의 침묵이 그 돈 때문은 결코 아니겠지만 오랫동안 이들 사이엔 끈끈한 동류의식이 형성됐다.
 
내각의 홍종학(150만원)·김영춘·도종환(이상 30만원·강사료) 장관과 김현미(100만원·후원금) 장관한테도 김기식이 돈을 줬다. 그들도 김기식 정부 진입의 부적절성을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않았다. 민주당에는 김기식에게서 돈을 받은 우원식 원내대표와 이학영·유은혜(이상 100만원) 의원, 박홍근(200만원·후원금) 원내수석부대표가 그를 내놓고 두둔했다. 이 돈들은 물론 불법이 아니다. 집권세력의 세 기둥인 당·정·청 요직엔 이처럼 김기식과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이 널리 깔려 있다. 김기식의 위선과 이중성을 청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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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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