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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IRP 수익률 발목 잡는 70% 룰

한애란 경제부 기자

한애란 경제부 기자

지난해 퇴직연금, 그중에서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IRP)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2%대에 그쳤다는 소식은 놀라웠다. 다른 해라면 모를까, 지난해엔 웬만한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면 두 자릿수 수익률은 올렸기 때문이다.
 
내 IRP 수익률이 그러한 사례다. 2015년 말 IRP에 가입하면서 적립액의 60%를 미국 주식형 펀드에 넣었다. 2016년 내내 마이너스 수익률로 속을 썩인 이 펀드는 지난해엔 20% 가까운 수익률로 부진을 만회했다.
 
그런데 IRP 수익률이 너무 높아도 문제였다. 올 1월 말 하루에 한 번꼴로 증권사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운용하고 계신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초과돼 안내드립니다.”
 
IRP 계좌는 주식형펀드 같은 위험자산에 적립금의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는데, 높은 수익률 탓에 주식형펀드 평가금액이 71.3%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26조 1항 위반이라고 했다.
 
황당했다. 70% 제한은 알았지만, 투자원금이 아닌 수익금 포함 기준인 줄은 처음 알았다. 시행령을 찾아보니 고용노동부가 투자 한도를 정한 이유는 “분산투자로 투자위험을 낮추기 위함”이라고 나와 있다. 분명 그 취지에 충실히 따랐건만 수익률이 높은 것을 어쩌란 말인가.
 
이상하긴 하지만 규정은 규정이다. 어쩔 수 없이 IRP 계좌에 돈을 더 넣었다. 추가 적립금은 수익률 연 1%대의 안전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들어갔다. 위험자산 비중과 함께 전체 수익률도 하락했다.
 
도대체 70% 룰은 왜 생겼을까. 연금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투자 한도, 즉 양적 규제를 두는 것이 감독 당국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우리와 달리 외국엔 대부분 양적 규제가 없는 대신 사후적으로 관리·감독을 엄격히 하지요.”
 
다시 말하자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할 자신이 없으니 일단 투자 한도를 막아놓고 보자, 이런 발상인 셈이다. IRP만이 아니다. 업체당 투자 한도를 2000만원으로 제한한 ‘P2P 대출 가이드라인’, 크라우드펀딩 투자 한도를 연 1000만원으로 묶어놓은 자본시장법 시행령도 마찬가지다.
 
수영장이 위험하지만 인명구조 요원이 없으니 다 큰 어른도 유아용 풀에서 물장구나 치라는 식의 규제다. 수익률만 잡아먹는 이런 식의 ‘애 취급’은 사양이다.
 
한애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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