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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에 물이 찾는데 약으로 말릴 수 없나요?

기자
유재욱 사진 유재욱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16) 
1990년대 종교적인 이유로 처절한 응징을 당했던 보스니아. 전쟁 중 부서진 건물 안에서 날아드는 포탄을 무릅쓰고 평화를 노래한 첼리스트 스마일로비치. [사진 유재욱]

1990년대 종교적인 이유로 처절한 응징을 당했던 보스니아. 전쟁 중 부서진 건물 안에서 날아드는 포탄을 무릅쓰고 평화를 노래한 첼리스트 스마일로비치. [사진 유재욱]

 
1992년 5월 27일 아침 보스니아의 조용한 빵집 앞에 세르비아 민병대가 쏜 박격포탄이 떨어졌다. 빵을 사기 위해서 줄 서 있던 무고한 시민 22명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100여명이 부상했다. 지금은 유명 관광코스인 발칸반도는 1990년대만 하더라도 전쟁의 포화 속에 있었다. 특히 보스니아는 종교적인 이유로 구 유고슬라비아로부터 처절한 응징을 당했다. 도시는 철저히 부서졌고, 많은 사람이 다쳤다. 
 
이때 부서진 건물 안에서 날아드는 포탄을 무릅쓰고 평화를 노래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스마일로비치라는 사라예보 심포니의 첼리스트다. 훗날 이 사람은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로 불렸다. 그의 연주는 그날 사망한 22명을 추모해 22일간 매일 이어졌고, 평화의 메시지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자극했다.
 
스마일로비치가 부서진 건물 잔해 속에서 연주한 곡은 토마소 알비노니의 오르간과 현을 위한 아다지오 g단조다. 그는 이곡으로 죽은 자를 추모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를 했다. 이곡은 첼로 연주도 좋지만 게리 카의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추천한다. 오르간을 압도하는 풍성한 음량과 끝없이 내려가는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은 듣는 이로 하여금 경이감에 빠지게 한다. 베이스의 음역은 인간의 가청주파수보다 낮게 내려가 고막 대신 가슴을 울린다.
 
 
 
 
오늘 기억나는 분은 50대 후반의 진해에서 오신 주부다.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니 무릎이 많이 불편한 모양이다. 
 
“샘~ 무릎이 뻑뻑하고 평지는 괜찮은데, 계단을 내려갈 때 콕콕 쑤셔예.”
“예. 제가 한번 만져볼게요. 아, 무릎이 많이 부으셨네요. 초음파로 검사해볼게요. 오, 여기 무릎에 물이 좀 차 있네요. 활액막도 두꺼워져 있고….”
 
 
무릎 관절에 물이 찬 초음파 사진. [사진 유재욱]

무릎 관절에 물이 찬 초음파 사진. [사진 유재욱]

 
“어머 어쩐데. 이 일을 어째.”
“무릎에 물이 좀 많아 빼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이고 선생님 안 빼면 안 되나요?”
“옆집 아주매가 한번 빼면 계속 빼야 한다던데.”
“관절에 물이 많아 압력이 높아지면 무릎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물은 빼주는 것이 유리합니다.”
“혹시 물을 빼지 말고 물 말려주는 약은 없을까요?”
 
병원에서 거의 매일 무릎관절염 환자와 주고받는 대화다. 무릎 관절과 관련해 잘못된 상식을 간추려본다.


①관절에 물이 찬 것 자체가 병은 아니다
무릎관절 안에는 정상적으로 활액이 있다. 활액은 관절 안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서 관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가끔 활액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되면 관절 위쪽으로 불룩하게 넘쳐나는데, 의사는 그것을 ‘관절에 물이 찾다’고 표현한다. 
 
활액이 많이 분비되는 이유는 관절 안에 상처가 있어서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진물이 나오듯이, 관절에 상처가 나면 상처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서 활액의 분비가 많아진다. 따라서 관절에 물이 찬 것은 관절 안쪽에 뭔가 상처가 있음을 의심하는 소견일 뿐이지, 물 찬 것 자체가 질병은 아니다.


② 물을 빼야만 하는 이유
위에서 말했듯이 관절의 물 자체가 질병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빼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활액의 양이 너무 많아 관절의 압력이 높아질 정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활액이 많아 무릎관절의 압력이 높아지면 무릎연골에 영양성분이 잘 전달되지 않아 무릎연골이 상할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반복적으로 빼는 한이 있어도 주사기를 들어야 한다. 어느 정도 물이 찾을 때 빼는 것이 유리한가는 기준이 의사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무릎이 아주 뻑뻑하고 통증이 있는 경우, 붓고 열감이 있는 경우에 물을 빼주는 것이 유리하다. 개인적으로는 활액양 10cc를 기준으로 그보다 많으면 관절액을 빼주는 편이다.


③ 물을 말리는 약은 없나요?
아주 많은 환자가 물을 안 빼고 그냥 말려주는 약을 달라고 한다. 그런 약이 있다.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면 관절의 물은 금방 마를 것이다. 진통소염제를 먹어도 염증이 가라앉으면서 물은 줄어 들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약을 먹으면 관절에 부기가 가라앉고 통증이 줄어든다.
 
 
무릎관절을 치료할 때 중요한 점은 '상처 부위가 얼마나 잘 아물게 할 것인가'이다. [사진 연세사랑병원]

무릎관절을 치료할 때 중요한 점은 '상처 부위가 얼마나 잘 아물게 할 것인가'이다. [사진 연세사랑병원]

 
하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활액은 관절 안에 상처가 있을 때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분비되는 것이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써서 활액을 인위적으로 못 나오게 한다면 물은 줄어들고 증상이 좋아지겠지만, 무릎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근본 원인은 그대로 있다는 뜻이다. 
 
증상이 좋아지면 대부분의 사람은 조심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사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무릎관절을 치료할 때 중요한 점은 ‘상처 부위가 얼마나 잘 아물게 할 것인가’다. 상처가 아물면 활액은 가만 놔둬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artsm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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