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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자발찌 차고 성폭행, 24일간 수도권 활보해도 몰랐다

전자발찌는 성범죄 등을 저지른 전과자의 재범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2008년 시행 이후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2% 안팎. 전자발찌가 시행되기 전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1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전자발찌 부착이 재범을 차단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자발찌 부착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이들을 관리하는 전담직원은 2015년 이후 단 한 명도 늘지 않았다. 전국 보호관찰소 내 전자감독과 담당직원 한 명이 맡고 있는 전자발찌 부착자는 평균 18.4명(2017년 기준)이다. 전자발찌 부착자 관리를 담당하는 전자감독과 직원들은 “실제로는 한 사람이 20여 명에서 30명까지 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들이 맡고 있는 사람들은 위치정보 추적 장치가 달린 전자발찌를 차고 전국으로 돌아다니는 전과자들이다.
 
100㎞나 떨어진 청주보호관찰소서 관리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전자발찌를 찬 채 인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갔다가 강제송환된 신모(38)씨는 지난달 초까지 경기도 평택의 한 물류센터에서 일했고, 지난달 4일엔 함께 일하던 아르바이트 여대생에게 약을 탄 술을 마시게 한 뒤 성폭행했다. 피해 여대생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지난달 28일 그가 노원경찰서 경찰관들에게 서울 금천구청역에서 긴급체포될 때까지 24일 동안 수도권 일대를 전자발찌를 차고 돌아다녔다. 그를 담당하는 직원은 청주보호관찰소 소속이다. 신씨 주민등록상 주소가 청주라는 이유로 담당직원은 100여㎞ 떨어진 곳에서 그를 담당했다. 신씨의 실제 거주지는 경기도 오산시였지만 오산시를 관할하는 수원보호관찰소가 담당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가 이사를 했다는 이유로 관할지역 보호관찰소에 관리 감독을 넘기려 해도 감독권을 넘겨받지 않을 뿐 아니라 넘길 수도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골칫덩이를 떠안겠느냐는 말이다.
 
전자발찌 부착자 도주 경로

전자발찌 부착자 도주 경로

지난달 30일 서울북부지법은 신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청구에 대해 “전자발찌를 차고 있어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풀려난 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청주보호관찰소는 신씨가 동종범죄를 저지른 만큼 검사를 통해 법원에 구인장을 신청했어야 했다. 경찰도 영장 기각에도 수사 차원에서 신병 확보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하지 않았다. 청주보호관찰소 담당직원은 4월 1일과 2일 신씨에게 전화를 걸어 주의나 경고를 줬고, 결국 3일 담당직원이 그를 찾아 출장지도 면담을 했을 뿐이다. 그런 가운데 신씨가 4일 베트남으로 출국까지 한 것이다.
 
법무부의 용역을 받아 전자감독제도 운영의 효과성을 분석한 김대진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담직원 한 명당 맡는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수는 성범죄 등의 재범 위험성과 상당히 깊은 관련이 있다”며 “전자발찌 등 전자감독 제도의 최대 단점은 위치추적을 하는 공간 범위가 전국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병적인 성범죄자는 발찌보단 치료감호
담당직원 한 명이 평균적으로 맡고 있는 전자발찌 부착자 20여 명은 각각 독특한 행동특성을 보인다. 심야 시간에 귀가하지 않아 경보를 울리게 하는가 하면 학교 등 접근 금지 구역에 들어가 비상을 걸기도 한다. 배터리 전력이 20%대 이하로 떨어지면 충전을 해야 하는데 이를 제때 하지 않아 전화를 걸게 하는 부착자도 있다. 이들이 과거 저지른 범죄도 제각각이다. 절반 이상이 성범죄 전과자이나 미성년자 유괴·살인·강도 전과자까지 골고루 있다.  
 
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범죄학 전공) 교수는 “성범죄자의 경우 병적인 특성을 보이는 범죄자와 충동적 특성을 보이는 범죄자로 구분하고, 이 가운데 병적인 성범죄자는 치료감호를 통해, 충동적 성범죄자는 전자발찌를 비롯한 기존의 교정제도로 통제해야 하는데 이런 구분 없이 모두에게 전자발찌를 채워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가택구금이나 일정 거리 제한 등의 제도를 운영하면서 GPS를 활용한 전자발찌 제도를 점차 도입했는데 한국은 이런 중간 단계 없이 막바로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되면서 범죄자의 특성을 따지지도 않고 전자발찌를 채운 것이다. 전자발찌 부착 기간도 최저 1년 이상에서 30년 이상까지 범위가 넓다.  
 
박영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범죄자의 전자발찌 평균 부착 기간이 7년으로 살인 등 다른 범죄 경력을 지닌 부착자보다 길다”며  “가택구금, 주거지에서 일정 거리 이상 이동 제한 등을 함께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기적으로 얼굴 마주해 상태 파악해야
이번에 외국으로 도주한 전자발찌 부착자의 공통점은 이들의 생업에 있다. 신씨는 택배 일을, 일본으로 도주한 현모(51)씨는 대리운전을 한다고 각각의 보호관찰 담당직원에게 보고했다. 두 사람의 생업 자체가 이동을 필수로 한다. 특히 현씨는 서울보호관찰소의 외출제한 대상자 리스트에 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집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박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현씨의 경우 한 달에 10여 일 외출제한에서 풀렸다. 편의를 봐준 것이다. 두 사람이 들고 다닌 휴대감응장치에서 보낸 마지막 신호는 각각 인천공항여객터미널과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부근에서 잡혔다. 담당직원이 전화를 걸었을 때 “(택배회사) 물류 창고에서 할 일이 있어서”(신씨), “고객이 감응장치를 들고 대구로 가서”(현씨)라고 응답했다. 이미 외국으로 갈 준비를 다 한 상태에서 그렇게 응대한 것이다. 서울시립대 김 교수는 “전자발찌 부착자 가운데 중점관리 대상자를 선별해 이들에 대해선 위치추적만 할 게 아니라 직접 찾아가 만나고 어떨 땐 경고를 주는 등 면대면 접촉 같은 오프라인 접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접촉은 상담전문가와 보호관찰관이 주기적으로 얼굴을 보고 만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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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경찰청 행정기관 이기주의도 문제
박주민 의원실이 입수한 ‘전자감독 대상자 도주 시 검거 매뉴얼’에 따르면 전자발찌 부착자가 발찌를 훼손하는 경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호관찰소 신속대응팀이 훼손된 위치정보가 찍힌 현장으로 출동하며, 탐문 수색 과정에서 경찰과 공조하도록 돼 있다. 결국 경찰과의 공조는 비상상황에서나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보호관찰 인력을 대폭 늘리는 게 예산 문제 때문에 어렵다면 평시 전자발찌 부착자의 관리를 보호관찰소와 경찰이 나눠 갖는 것도 대안인데 현재는 그렇게 돼 있지 않다. 경찰이 보호관찰대상자 중 요주의 성범죄 전과자에 대해 평소 동정만이라도 살필 수 있다면 보호관찰관의 업무 부담을 덜 수 있으나 경찰이 그렇게 할 법적 권한은 없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자발찌를 찬 일부 성범죄 전과자의 재범 위험성을 감안하면 평소에도 경찰청과 법무부가 공조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부처 이기주의가 작용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자발찌 제도를 운영하는 데 드는 예산은 연 130억원. 위치추적장치 설비 구입과 인건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무원인 보호관찰관 인원을 급격하게 늘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히려 2010년엔 예산이 깎인 적도 있다. 당장 예산을 늘리거나 인력을 더 뽑기 어렵다면 기관 간 공조를 내실화하는 방향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중앙대 이 교수는 “발목에 전자발찌를 채워놓는다고 전과자의 재범 욕구가 낮아지거나 일탈을 자제하려는 억제력이 높아지는 게 아니어서 기관의 공조가 뒷받침돼야 전자발찌가 재범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용어설명
전자감독제도 성폭력·유괴·살인·강도 등 중범죄를 2회 이상 저질러 형을 치렀거나 가석방된 전과자에게 전자발찌(법적으로는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채워 위치를 파악하고, 범죄 발생을 예방하는 제도를 말한다.
 
전자발찌와 휴대용 감응장치 재범 우려가 있는 전과자가 발목에 차는 것은 전자발찌이고, 들고 다녀야 하는 것은 휴대용 감응장치다. 휴대용 감응장치엔 GPS수신기·메모리·배터리·근거리 라디오 주파수 장비(RF)·휴대전화가 들어 있고, 발목에 차는 전자발찌엔 RF 부품·배터리·전자발찌 훼손감지센서가 있다. 휴대용 감응장치와 전자발찌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을 때, 배터리 전력이 낮거나 전원이 꺼졌을 때, 전자발찌를 끊거나 발찌가 훼손될 때 부착자의 GPS 측위 정보가 자동적으로 보호관찰소 관제센터로 보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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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