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세일러의 경고…“주식매매에 AI 도입땐 오류 더 커진다”

[뉴스분석] 삼성증권 파문으로 본 증시 문제
 
지난 6일 일어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별 증권사의 신뢰도 추락 차원을 넘어 주식 발행과 매매 시스템 자체가 의심받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쯤되자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개인의 실수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인식하고 증권사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결정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참에 주식판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자며 나서고 있다. 유령주식 문제가 공매도 폐지 주장으로 번지는 것이다.
 
시스템 허점서 불거진 유령주식
유령주식 사태는 컴퓨터화 측면에서 세계 정상급인 국내 주식 발행과 매매 시스템의 허점에서 벌어졌다. 국내 거래소 컴퓨터화는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보다 앞서 1990년대 중반에 완성됐다. 인터넷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주식 발행·예탁·매매·결제 등 모든 과정이 온라인화됐다. 빠른 만큼 헛점도 큰 것일까. 현재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주식배당과 일반주주의 배당(현금·주식)과 달리 한국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는다. 증권을 예탁받아 보관하고 증권 매매거래에 따른 결제를 처리하는 기관이 예탁결제원이다. 상장사가 일반 주주에게 현금배당을 할 경우 예탁결제원이 전달하는 ‘배정명세’를 통해 증권사가 배당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반면 우리사주는 상장사에서 증권사를 통해 직접 지급된다.
 
일반 주식의 거래 역시 온라인으로 바로 처리되지만 유령주식이 장기간 유통될 수는 없다. 예탁결제원은 “매일 업무 마감시 유통주식 수량에 대해 상호 대조 및 확인하고 있어 전산 착오가 있었더라도 하루 이상 유통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삼성증권이 발행회사로서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 배당업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처리하다 대형 사고를 낸 것이다. 더욱이 증권사는 시장 신뢰의 파수꾼이다. 이번 사태는 파수꾼이 주범인 꼴이다.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는 까닭이다.
 
“기관이 불법 공매도 일삼는다” 불신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증권의 역사에서 투자자의 불신과 분노는 뜻밖의 방향으로 향하곤 했다. 이번 사태의 주범은 근거없이 발행된 유령주식이 거래소에서 사고 팔렸기 때문이지 공매도 탓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시스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13일 현재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폐지’ 청원은 21만건을 넘어섰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국내에선 금지돼 있는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공매도란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판다는 의미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비싼 가격에 매도한 뒤 가격이 떨어지면 이를 사서 되갚아 차익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국내에선 빌린 주식을 공매도하는 것만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와 공매도 문제와 무관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1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공매도 제도에 돌리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공매도의 효용성을 고려하면 무조건 폐지하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증권시장에서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얘기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가격이 지나치게 과열됐을 때 거품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게 공매도”라며 “작전세력의 도구가 아니라 시장의 균형을 잡는 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공매도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과 기관만 제약없이 공매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큰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들도 일본처럼 쉽게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전문기관을 운영하는 일본에선 개인의 공매도 비중이 한국(1% 미만)보다 8배 이상 높다.
 
일본선 760조원짜리 팻핑거도
삼성증권 사태는 일단 팻핑거(주식 매매 가격이나 주문량을 실수로 잘못 입력하는 것)다. 규모면에서 2014년 일본 장외시장인 JSDA에서 벌어진 7110억 달러(약 760조원) 짜리 주문실수와 맞먹는 초대형 팻핑거라고 할 수 있다. 팻핑거는 종이 주식을 거래하던 시대엔 거의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다. 데이비드 디킨슨 영국 버밍엄대 교수(금융)는 중앙SUNDAY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팻핑거는 말 그대로 키보드를 잘못 두드려 발생하는 사건으로 증권거래의 컴퓨터화가 이뤄진 이후에 드물지 않게 벌어지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디킨슨 교수에 따르면 증권거래의 컴퓨터화는 금융 역사에서 중대한 변곡점이다. 증권의 발행과 예탁, 매매체결, 결제 등이 전산화하면서 시장 참여자의 거래 비용이 확 줄었다. 그 뿐 아니라 가짜 주식을 사고 파는 범죄도 감소했다. 또 컴퓨터화 이전엔 거래 직원들이 매매 주문 순서를 조작해 매매를 체결시켜주고 뒷돈을 받는 범죄가 빈번했다. 하지만 컴퓨터화 이후엔 거래소 내부자의 범죄는 거의 사라졌다. 대신, 대규모 팻핑거 사태가 발생했다. 컴퓨터화의 그늘인 셈이다.
 
요즘 증권매매의 컴퓨터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공지능(AI)화할 태세다. AI가 매매 체결뿐 아니라 종목선정, 매매 수량과 타이밍 결정까지 담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컴퓨터화의 그림자가 팻핑거라면, AI의 그림자는 무엇일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인간이 AI를 움직이는 알고리즘을 짜는 과정에서 잘못되면 팻핑거 같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매매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AI가 뛰어난 지능(hyper intelligence)이 아니라 인공바보(artificial stupidity)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강남규·염지현 기자 dismal@joongang.co.kr 
 
▶ 관련기사
삼성증권 주식 팔아 손실 본 절반 이상이 개인투자자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