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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할 것 vs 버리지 말아야 할 것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의 통영놀이]
 
통영 친구인 김 셰프의 집 식탁 옆에는 겉은 까맣고 속이 붉으며 모서리가 둥근 자개 찬장이 놓여 있다. 덴마크산 60년대 가구에 옻칠을 입힌 듯한 모습이었다. 어디서 샀는지 궁금했다. 마침 함께 맥주를 홀짝거리던 다른 친구가 “통영에서 주운 자개장을 고성 집에 모아두었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자 셰프는 내가 궁금해하는 찬장을 가리키며 “이것도 주운 것”이라고 했다. 뭐, 동네에서 덴마크 스타일 자개 찬장을 거저 주웠다고?  
 
일본의 한 블로거가 통영에서 버려진 자개상을 찍은 뒤 “뭔가 엄청난 걸 버린 것 같다”고 남겼다고 했던가. 이런 전설 같은 이야기가 바로 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해저터널 앞에 가 보면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거기에 아직도 자개 다루는 곳이 있거든요.”  
 
도천동 해저터널이나 명정동 주민센터 근처에서 자개로 만든 농이나 찬장ㆍ밥상을 줏을 수 있단다. 버린 것들이라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일터다. “월요일이면 폐기물을 버리니까 아침 일찍 차 끌고 동네 한 바퀴 돌아보세요”라며 전혀 꿀 팁 같지 않은 꿀 팁까지 귀띔해주었다. 손님 오면 다리 펴는 자개상이 필요한데, 해저터널이라면 믿는구석통영 코앞이다. 이 참에 차를 짐칸 넉넉한 트럭으로 바꿔야 하나.  
 
서울에서는 아파트에만 살다 보니 쓰레기를 버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종이·캔·병·플라스틱·비닐·음식쓰레기와 생활쓰레기를 나눈 다음 공동 처리장소에 버리면 끝이었다.  
 
그런데 통영의 단독주택은 달랐다. 캔이나 병 같은 재활용 쓰레기는 ‘반드시’ 투명한 비닐에 담아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맞춰 집 앞에 내놓아야 한다. 모르고 검은 비닐 봉투에 담아 내놓았더니 수거해 가는 대신 커다란 종이가 붙었다. ‘본 폐기물은 잘못 배출되었습니다.’  
 
애써 분류해서 모아놨더니만 종이 한 장 붙여놓고 가져가질 않아 부아가 났다. ‘여러분. 믿는구석통영에 오시면 쓰레기는 월ㆍ수ㆍ금 전날 밤부터 새벽 사이에만 문 앞에 내놓으시고 재활용 쓰레기는 꼭 투명 비닐 봉투에 담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안내문은 검은 비닐보다 자개농에 붙어야 하지 않나 싶다. ‘자개농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요’ 같은 안내문 말이다. 통영에 오니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 폐기물과 보물이 어떤 건지 새로 배워야 했다.  
 
음식 쓰레기는 또 어떤가. 주민센터에 가보니 ‘통’을 사서 ‘칩’을 끼워 내놓으면 된단다. 무슨 말인지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통’은 뭐고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그놈의 ‘칩’은 또 뭔지. 모두 함께 사는 아름다운 통영을 위해서라니 할 말은 없었다. 다만 다르니 짜증이 났을 뿐이다.  
 
알고 보니 통은 음식물류 폐기물 전용 수거용기였고 칩은 음식물류 폐기물 수수료 납부필증이었다. 통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 칩을 끼우고 날짜에 맞춰 내놓으면 쓰레기와 칩은 가져가고 빈 통만 남겨두었다. 오호라.  
 
종이 상자와 캔, 플라스틱과 쓰레기봉투에 담은 정식(?) 쓰레기는 잘 가져간다. 그런데 왜 스티로폼은 가끔 안 가져가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니 누굴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다. 이래서 주부들이 아파트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헷갈리는 게 어디 자개장이나 쓰레기뿐이랴. 집도 마찬가지다. 바다가 보이고 옥상에 이불 빨래를 널 수 있고 작은 마당에 동백이 피는 50평 단독주택이 은평구 구산동 1층 6평 반짜리 상가보다 싸다. 무엇이 중요하고 가치있는지 또 뭘 버리고 뭘 주워야할 지 이곳 통영에서 몹시 헷갈리는 중이다. ●
 
작가ㆍ일러스트레이터ㆍ여행가. 회사원을 때려치우고 그림으로 먹고산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호주 40일』『밤의 인문학』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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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