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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화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

아트 서커스 '보스 드림즈'
 
‘일곱가지 죄악과 사말’에서 본 듯한 최후의 순간을 맞은 화가에게 빨간 열매를 건네받은 소녀는 ‘은총 받은 이들의 승천’ 속 일부인 빛의 터널로 빨려 들어가 ‘쾌락의 정원’에 당도한다. 박물관에 걸린 오래된 평면 회화는 순식간에 살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이 되었다가, 어느새 그 속에서 살과 피를 가진 사람이 튀어나와 곡예를 펼친다. 예술과 기술, 그리고 사람이 완벽히 하나의 시(詩)를 이루는 현장이랄까.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신비로운 인물로 꼽히는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경~1516)의 세계를 표현하는 가장 감각적인 방식, ‘보스 드림즈’ 얘기다. 2016년 보스 서거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보스 재단의 제안으로 캐나다의 서커스 단체 ‘세븐 핑거스’와 덴마크 극단 ‘리퍼블리크’, 그리고 프랑스 비디오 아티스트 앙쥐 포티에가 협업해 16세기 순수미술을 21세기 공연예술로 재해석해 냈다. 시대를 뛰어넘은 천재에 대한 존경을 시공간을 초월한 형식으로 담아낸 독특한 공연은 그간 유럽을 돌며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올해 아시아 투어를 시작해 한국 첫 공연에서 100회를 맞았다.  
 
지금, 왜 보스인가. 보스는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동시대를 살았지만 르네상스 주류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화풍으로 ‘마이웨이’를 외쳤던 미술사의 이단아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구스타프 융이 ‘무의식의 발견자’라고 칭했던 그의 작품세계는 살바도르 달리 등 20세기 초현실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마디로 한참 앞서간 통찰력의 예술가란 얘기다.  
커다란 화폭에 깨알처럼 디테일한 묘사로 빼곡 찬 그의 그림들은 왠만해선 자세히 들여다볼 엄두도 나지 않지만 일부만 뜯어보아도 인간의 죄악과 성적 욕망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점철된 기괴한 악몽과도 같다. 악몽을 풀이하기 어렵듯, 보스도 해석이 어렵다. 대표작인 세폭 제단화 ‘쾌락의 정원’도 지상·천국·지옥의 환영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깨알 디테일’의 복잡한 도상학적 의미에 대해서는 현대 학자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인간의 잠재된 욕망과 두려움에 거울을 비춰 예술을 개인적인 것으로 만든 화가로 여겨질 뿐이다.  
 
‘보스 드림즈’의 미덕은 이 ‘깨알 디테일’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고전에 현대적인 생명력을 부여하는 연출’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면서다. 보스의 그림 구석구석 정지된 모티브들을 3D 현미경으로 확대하고 상상의 숨결을 불어넣는데, 살과 피를 얻어 깨어난 캐릭터들은 환상 속 초현실적 존재들답게 초인적인 아크로바틱을 펼쳐낸다. ‘마술사’ 속 구경꾼이 ‘우석의 제거’에서처럼 뇌수술을 받더니 저글링을 하고, ‘건초수레’에서 빠져나온 수레바퀴가 휠 아크로바틱으로 연결되며, ‘쾌락의 정원’의 꽃에서 피어난 여인은 핸드 밸런싱 아크로바틱을, 커다란 열쇠에 매달려 고문받던 남자는 한바탕 에어리얼 퍼포먼스를 펼치는 식이다. 
 
보스를 사랑했던 살바도르 달리, ‘도어스’의 짐 모리슨도 함께 하는 이 거대한 초현실적 이미지의 향연을 하나로 꿰는 건 일생을 바쳐 보스를 연구한 교수와 그의 딸인 소녀의 꿈이라는 내러티브다. 교수가 관객에게 보스의 그림 속 이미지들을 직설적으로 꺼내놓으면, 소녀가 꿈을 꾸듯 그 디테일 속으로 들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된 양 보스가 만들어낸 캐릭터들과 조우하고, 그들이 아름답고 환상적인 서커스로 보스의 선구적인 초현실주의를 완성하는 것이다.  
 
단순히 신비로운 이미지의 향연을 보여주기 위한 공연은 아니다. 보스의 작품세계를 강연하는 교수는 내내 이 수수께끼 화가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고민한다. 공연 도입부에 소녀가 임종 직전의 보스로부터 건네받고 그의 작품 속을 여행하는 내내 소중히 지키다가 엔딩에 ‘쾌락의 정원’ 속 지상의 호수에 빠트리는 빨간 열매의 정체는 아마도 보스의 영혼일 것이다. 소녀는 왜 보스의 영혼을 천국도 지옥도 아닌 지상에 돌려놓았을까. “삶이 여기에 있고, 여기가 정원이다. 지금이 열매를 나눌 때”라는 교수의 대사가 울림이 세다. 보스가 새삼 재조명받는 것도 천국에서의 보상만을 꿈꾸던 중세인의 삶에 욕망과 쾌락을 되돌려 주었기 때문 아닐까. ●
 
기간: 4월 6~8일    
장소: LG아트센터    
문의: 02-2005-1114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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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