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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를 주목하는 이유

루이비통의 새 남성복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
 
올해는 유난히 세계 패션하우스 디자이너들의 자리 바꿈이 잦다. 한때 지방시에 몸 담던 리카르도 티시는 버버리로, 디올 옴므를 떠난 크리스 반 아쉐는 벨루티로, 루이비통 남성복을 떠난 킴 존스는 디올 옴므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이를 두고 늘 있던 ‘회전문 인사’라고만 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루이비통 남성복을 이끌 버질 아블로(Virgil Abloh·38·사진) 때문이다.  
 
아블로에 대해서는 좀 자세한 소개가 필요하다. 토목 공학을 전공하고 건축학 석사를 딴 공대 출신이라는 이색 이력은 기본. 실력있는 디제잉 덕에 카니에 웨스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됐고 2011년엔 제이 지와 웨스트의 합작 앨범 작업에 참여하며 그래미상 레코드 패키지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이후 자신의 길로 택한 것이 바로 패션, 그것도 당시엔 생소한 개념의 ‘하이엔드 스트리트 웨어’였다. 2014년 고급스러운 캐주얼의 감성을 내세운 그의 브랜드 ‘오프 화이트’는 비욘세, 킴 카다시안 같은 거물급들이 입으며 한방에 인기 디자이너로 부상했다. 그리고 몇 년 사이 지미추·이케아·나이키·리바이스 등과 왕성한 협업을 하며 가장 주목할 만한 수퍼 루키로 입지를 굳혔다.  
 
대체 디자이너 하나를 두고 뭐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한가 싶지만, 그렇게 볼 것만도 아니다. 지난해 루이비통과 슈프림과의 협업을 돌아보자. 루이비통 고객이 슈프림을 산 게 아니라, 슈프림 고객이 루이비통을 산 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트리트 패션 매니어들이 현재 시장에서 보여주는 파워는 대단하다. 그래서 ‘왜 지금 아블로인가’라는 질문은 이 팬덤을 끌어들일 인물이 누구인가라는 답과 연결된다. 최근 1~2년 새 최고의 유행 아이템을 속속 내놓고 있는 발렌시아가 역시 스트리트 감성으로 무장한 뎀나 바잘리아를 디자이너로 영입하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럭셔리 패션 하우스를 대표하는 루이비통마저 스트리트 패션에 완전히 기대려한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감에 무게를 실어준다.  
 
어쩌면 더 중요한 방점은 다른 곳에 찍혀있을 터다. 패션 디자이너의 정의가 달라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패션 스쿨에서 재단을 익히고 컬렉션 구성을 배운 뒤 차근차근 실무를 익혀가는 과정이 이제 필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옷의 창작자가 아닌, 문화 콘텐트 제작자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아블로의 경우 나이키와 협업 당시 소셜미디어에 일정 조건을 내걸면서 구매자를 한정하는 이벤트를 벌였고, 발매 시점엔 각국 매장에서 지역 아티스트와 또다른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갔다. 디자이너가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타이틀을 말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루이비통의 마이클 버크 CEO가 아블로를 영입하며 “그의 독창적·창의적 접근 방식이 패션계뿐 아니라 오늘날 대중 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말을 남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패션계에서 더이상 당연한 건 없는 듯 싶다. 과연 패션쇼는 계속 하게 될지, 신제품은 시즌을 정해 꼬박꼬박 나오게될지 의문을 갖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어디까지가 패션의 영역인지, 가치를 어디에 둬야할지도 헷갈린다. 과연 아블로가 이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그의 행보를 좀더 주목해 봐야 할 이유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루이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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