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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계 퍼스트레이디'의 마이웨이

 17일 내한 공연하는 메조소프라노 막달레나 코제나
 
1990년대 초반부터 근 이십 년 동안 ‘성공한 메조소프라노’의 표본은 넓은 음역, 풍부한 볼륨, 코믹한 연기력을 고루 갖춘 체칠리아 바르톨리였다. 바르톨리 이후 세계 무대에 등장한 메조소프라노는 ‘제2의 바르톨리’와 ‘차별화’ 사이에서 자신의 행로를 현명히 모색해야 했다. 조이스 디도나토가 이미지 메이킹면에서 전자의 길을 걸었다면, 구소련 출신의 예카테리나 세멘추크는 바르톨리가 잘 부르지 않는 배역을 특화하면서 서방으로 나와 이름을 떨쳤다.  
 
17일 LG아트센터에서 고음악 앙상블, 라 체트라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자신의 세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 막달레나 코제나(Magdalena Kozena·45)는 바르톨리의 성공 전략을 모방하는 동시에 미증유의 과감한 도전으로 주목을 끌었다. 세인의 이목을 끄는 외양과 바로크 음악에 대한 감수성에선 바르톨리가 겹치고, 앨범과 공연에서 한 작품의 여러 배역을 도맡아 부르는 기상천외한 시도는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예를 들어 부군인 사이먼 래틀(현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감독)과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녹음한 모차르트 아리아 앨범에선 ‘코지 판 투테’에 등장하는 3명의 주요 여성 배역(피오르딜리지·도라벨라·데스피나)을 모두 불렀다. 1인 3역은 이번 내한에도 이어져,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에서 내레이터와 탄크레디·클로린다 역할을 혼자 소화한다. 야누스처럼 순식간에 연기를 달리해야할 뿐 더러, 성질(聲質)을 급작스레 조절하는 과업이 마치 작전을 내면서 홈런도 쳐야했던 백인천의 활약에 버금간다.  
 
코제나는 1973년 체코 브루노 태생으로 95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콩쿠르를 우승했고 아르히프 레이블에서 녹음한 ‘바흐 아리아’ 앨범으로 관계자들의 눈에 들었다. DG는 가벼운 대신 이지적으로 들리는 무색투명한 소리에 주목했다. 곧이어 희귀 바로크 작품에 마르크 민코프스키·폴 매크리쉬 같은 고음악 전문가를 붙이면서 코제나를 바르톨리를 잇는 스타로 부양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메조소프라노가 DG에서 연작 음반을 낸 건 안네 소피 폰 오터와 코제나, 엘리나 가랑차 정도다.  
 
2004년 텔레그래프가 “래틀이 체코 성악가와 사랑에 빠지다”라는 기사를 쓰면서 알음알음 음악계 인사들만 알던 로맨스가 시중에 퍼졌고 ‘클래식계의 퍼스트레이디’ 별칭도 따라붙었다. 이후 코제나 활동을 정리할 때 래틀은 빼놓을 수 없는 상수가 됐다. 래틀이 음악감독으로 지휘하는 마지막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인 6월 24일 발트뷔네 콘서트의 유일한 협연자도 코제나다.  
 
올해 마흔다섯의 코제나는 지금이 전환기다. 런던 심포니 감독에 부임한 래틀이 런던-베를린을 왕복하기로 했고, 코제나는 세 자식과 독일에 남아 본인 활동을 이어간다. 장기간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전막 오페라는 한 시즌에 한두 개로 줄이는 대신, 세미 스테이지 오페라로 연기 갈증을 채운다는 복안이다. 이탈리아 바로크와 현대곡을 아우르는 이번 내한도 같은 형태다.  
 
코제나는 2012년 ‘카르멘’에 도전했지만 후속 작업은 뜸했고, ‘바지 역할’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DG를 나와서 만든 최신 앨범은 뜻밖에도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성공한 메조소프라노는 멋지게 나이들 수 있는가? 이번 내한이 농담(濃淡)을 유연하게 조절했던 디바의 진면목을 보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글 한정호 공연 평론가  
사진 LG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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