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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레스토랑 가간, 4년째 1등

2018 아시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 가보니
 
일 년에 한 번, 아시아권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파티복을 빼입고 총출동한다. 소스 묻은 조리복과 기름 묻은 칼자루는 잠시 멀리하고, 손에는 샴페인 잔과 한 입 먹거리를 든다. 지난달 27일 마카오 윈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Asia’s 50 Best Restaurants) 시상식이다. 유서 깊은 도서전에 전세계 작가가, 유명 비엔날레에 예술가가 모이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각각 다른 나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를 한 날 한 시 한 곳에 모으는 행사는 많지 않았기에 대번에 눈길을 끈다.  
 
2002년부터 ‘월드 50대 베스트 레스토랑’ 리스트를 선정하는 윌리엄 리드 비즈니스 미디어(William Reed Business Media)가 올해로 6년 째 아시아 레스토랑 순위를 매기는 이 행사는 50위권에 포함된 레스토랑 셰프들과 음식 평론가, 미디어, 레스토랑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해의 음식 트렌드를 점쳐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해는 8개의 레스토랑이 처음으로 순위에 진입했다.  
 
 
가간의 메추리 요리

가간의 메추리 요리

“인도 요리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영예의 1위 자리는 변함이 없다. 태국 방콕에서 인도 요리의 변주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가간(Gaggan)은 4년째 가장 높은 자리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오너 셰프인 가간 아난드는 “이 리스트 덕분에 가간이 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된 것처럼, 이제는 다른 레스토랑이 더 큰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이미 나의 수상 소감은 너무 많이 듣지 않았느냐”고 자랑스럽게 웃었다. 가간은 2016년 한국에서도 팝업 디너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맨손으로 태국으로 건너와 2010년 레스토랑 문을 연 가간은 “인도 요리도 세계 최고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지금은 문을 닫은 스페인 레스토랑 엘 불리가 스페인 음식을 전세계적으로 인기있게 한 것처럼, 인도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포부다. 저렴한 음식으로 인식되어 있는 인도 요리의 현대적 모습을 연구하고 담아내는 모습이 전세계 미식가의 입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인도에서 자주 사용하는 향신료를 투명한 라이스 페이퍼에 넣고 감싼 칩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플라스틱’이라는 별칭도 붙였다. 겉보기에 영락없는 계란찜 아래에 게살 커리와 밥을 넣어 독특한 맛을 내기도 한다.  
 
일본은 올해 11개의 식당을 50위 권에 올렸다. 홍콩은 9개, 싱가포르는 7개이며, 새로운 미식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대만은 3개의 식당을 순위권에 포진시켰다.  
 
밍글스의 부각

밍글스의 부각

밍글스의 디저트

밍글스의 디저트

한국의 경우 3개의 식당이 올랐다. 작년 15위였던 밍글스가 11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현재 김정호 셰프가 진두지휘하는 정식당은 26위에 올랐다(정식당 오너셰프인 임정식 셰프는 현재 인천공항에서 곰탕과 냉면을 주로 내는 식당 평화옥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또 작년에 ‘주목할 만한 레스토랑’에 선정되었던 레스토랑 톡톡이 42위를 차지하며 리스트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는 “자국의 음식을 재해석하고 재발견하려는 노력은 세계 곳곳에 다 일어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때”라며 “유행처럼 왔다 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레스토랑들이 제대로 인프라를 더 갖추어가니, (우리나라 식당을 방문하는) 수요층도 더 생기는 거 같다”고 아시아 전체 시장에서의 한국 식당에 대한 관심을 설명했다.  
 
정식당의 오리요리

정식당의 오리요리

톡톡의 단호박 스프

톡톡의 단호박 스프

이런 행사를 통해 업계 관계자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서로 다른 나라에서 함께 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기도 한다. 한국 셰프들과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대만 레스토랑 무메(Mume)의 셰프들은 “한국 셰프들과 같이 요리해보고 싶다”며 시상식 전후 파티에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다. 태국에서 온 한 업계 전문가는 “함께 일해 볼 한국 레스토랑을 찾는다”며 한국에서 온 기자와 전문가들에게도 추천을 부탁했다. 한국 셰프들과 요리도 여러 번 같이 하고, 서로의 국가를 방문하기도 했다는 일본 도쿄 레스토랑 덴(Den)의 셰프 하세가와 자이유는 “이제 한국 셰프들은 가족 같은 사람들”이라며 서로의 순위를 축하했다(덴은 올해 리스트에서 2위에 올랐다).  
 
 
가간의 디저트

가간의 디저트

300여 명의 평가자가 아시아에서 10개씩 추천


아시아 50대 레스토랑 리스트는 널리 알려진 레스토랑 평가서인 미쉐린 가이드와는 평가방식이 다르다. 가이드북이 발행되는 도시 안의 레스토랑만 평가하는 미쉐린 가이드와는 다르게 아시아권 내 어느 지역 어느 레스토랑이든 다 평가 대상이 된다.  
 

아시아권 식당 전체 평가자는 300명 정도이고, 아카데미 체어로 불리는 각 지역 담당자가 평가자의 투표를 돕는다. 한국인 평가자도 다수 존재한다. 평가자가 최근 18개월 안에 방문한 레스토랑만 평가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각 평가자는 총 10개의 레스토랑을 추천한다. 본인이 거주하는 나라의 식당은 최대 6개까지 추천할 수 있다. 때문에 한국인 평가자가 많을수록 한국 소재의 식당이 상위권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3~4년 전에 비해 리스트에 한국 소재 식당이 많아지고 순위가 오르는 것 또한 한국인 평가자 수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최정윤 한국 아카데미 바이스 체어(Vice chair)의 설명이다.  
 
2017년 아시아 리스트에서 15위를 차지한 밍글스가 올해 11위로 올라가면서, 오는 6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월드 50대 베스트 레스토랑 리스트의 결과도 주목해 볼만 하다. 밍글스는 작년에 월드 100대 리스트에 처음으로 들었고, 89위에 안착했다. ●
 
마카오 글 이선민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summerlee@joongang.co.kr 
사진 아시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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