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랭·본·대]연·고대 교수 70%는 성폭력 예방교육 '나 몰라라'

대학 이모저모를 랭킹으로 알아보는 '랭킹으로 본 대학'. 배너를 누르시면 '랭본대'를 더 보실 수 있습니다.

#MeToo, #WithYou
“더 이상 성범죄 피해 사실을 숨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2018년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법조계·정계·문화예술계와 종교계 등 사회 각계에서 용기 있는 피해자들의 고백이 잇따랐고 많은 이들이 ‘미투’ ‘위드유’로 화답하며 지지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이 가장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대학입니다. 대부분은 교수가 가해자, 학생이 피해자인 경우입니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학생들의 피해 사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온 것은 그만큼 많은 성희롱·성추행이 감춰져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는 교수와 학생의 일대일 도제 관계가 일반적인 우리 대학 문화가 가지고 있는 취약점이기도 합니다. 권력관계에서 강자인 교수에게 잘못 보일 경우 약자인 학생은 교수의 지도를 계속 받기 어렵게 되고 졸업이나 학위 취득, 취업 등에서 직접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명동 YWCA회관 앞에서 열린 한국YWCA연합회원들의 미투 운동. [중앙포토]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명동 YWCA회관 앞에서 열린 한국YWCA연합회원들의 미투 운동. [중앙포토]

하지만 학생들의 고발에도 일부 교수는 “잘못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동덕여대 하일지 교수는 지난달 수업에서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대해 ”처녀가 총각을 성폭행한 내용이다. 얘(남자 주인공)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말했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서도 2차 가해에 해당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한 학생은 하 교수에게 2016년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이 사과를 요구했지만 하 교수는 “무례하고 비이성적이다”며 사과하지 않고 사표를 제출했지요. 또 최근 성신여대에서는 교수에게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는 대자보가 붙자 해당 교수가 학생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결국 대학의 문화가 바뀌려면 근본적으로 강자의 위치에 있는 교수들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할 텐데요. 이를 위해서는 성희롱·성폭력 등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법에 따라 모든 대학은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교육에 교수들은 얼마나 제대로 참여하고 있을까요.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지난달 19일 ‘미투’ 비하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재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사과를 촉구했다. 하 교수는 "일각에서는 제게 타협을 권유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제가 지켜야 하는 것은 저의 소신"이라고 사과를 거부했다. [뉴스1]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지난달 19일 ‘미투’ 비하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재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사과를 촉구했다. 하 교수는 "일각에서는 제게 타협을 권유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제가 지켜야 하는 것은 저의 소신"이라고 사과를 거부했다. [뉴스1]

 
중앙일보는 여성가족부의 폭력예방시스템에 등록된 기관별 예방교육 실시 정보를 분석해봤습니다. 전임 교수 수가 100명 미만으로 적은 대학들을 제외한 전국 154개 4년제 대학을 분석 대상으로 했습니다. 그 결과 신라대, 동국대 경주캠퍼스, 우석대, 초당대 등 4곳은 교수(전임교수)의 성폭력 예방교육 참여율이 0%로 나타났습니다. 교육을 하긴 했지만 직원·학생만 일부 수강했을 뿐 교수들은 전혀 듣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이어 중·고교 교사를 양성하는 한국교원대(11%), 한국항공대(13%), 강남대(18%)등이 저조한 참여율을 기록했습니다.
 
대학 교수들의 성폭력 예방교육 참여율은 다른 공공기관 등과 비교해도 특히 낮습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폭력 예방교육의 교수 평균 참여율은 66.5%로 국가기관(87.1%), 공직유관기관(92.3%) 등의 고위직 교육 참여율과 비교하면 특히 낮습니다.
 
이는 대학 특유의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교수들은 다른 기관과 달리 캠퍼스 곳곳에 흩어져있고 출퇴근 시간도 일정치 않아 교육 일정을 알리기도 어렵고, 알린다고 해도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뭐 그런 것까지 해야 하나’라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렇다면 서울 소재 대학들의 상황은 어떨까요. 서울 소재 대학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 참여율이 가장 낮은 순위를 매겨보니 ‘굴욕’의 1위는 연세대(25%)였습니다. 이어 ‘라이벌 대학’으로 꼽히는 고려대가 27%로 아슬아슬한 2위를 기록했네요. 연·고대 교수님 중 70% 이상은 성폭력 예방교육에 무관심하다는 의미입니다.
 
성희롱 예방교육 참여율이 저조한 순위도 비슷합니다. 대부분 대학이 성희롱, 성폭력 예방교육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성희롱 예방교육의 교수 참여율이 제일 낮은 대학 역시 연세대(25%)였고, 2위는 고려대(32%)였습니다. 동국대와 서울대가 39%로 공동 3위에 올랐네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순위에 오른 대학 중에는 최근 학내 미투 운동이 활발한 곳이 적지 않습니다. 연세대 학보인 ‘연세춘추’에 따르면 지난해 A교수의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 학생들이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1년째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국대에서도 지난 2월부터 교수의 성적발언 등 성희롱에 대해 학생들이 학교 측에 해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외대에서는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미투 폭로가 나왔습니다. 학생들의 SNS에 따르면 K교수가 “치마 밑으로 손을 넣고 목과 귀를 핥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 대학은 지난달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습니다.
 
물론 예방교육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성폭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반대로 예방교육 참여율이 낮은 대학이 반드시 성폭력이 많은 대학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예방교육 참여율은 각 대학에서 성폭력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해숙 박사는 “예방교육은 모든 대책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성희롱, 성폭력을 저질렀을 때 대학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학내 문화를 만들고 이에 따라 어떻게 처리되는지 지속해서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이 교내 조소과 K교수와 관현악과 S교수 등의 성희롱 고발을 지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지난달 23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이 교내 조소과 K교수와 관현악과 S교수 등의 성희롱 고발을 지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교육부는 대학가 미투 운동이 번지자 이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대학별 성폭력 예방교육 참여 현황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보가 공개되면 예방교육이 더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 계획을 뜯어보니 정작 중요한 교수 참여율은 공개하지 않고 대학 차원에서 교육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만 O, X로 공개하겠다고 합니다. 교육을 하기만 하면 교수가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셈입니다. 대학들이 실효성 있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감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